부부의 가치관 차이가 갈등으로 번지는 이유

슬기로운 결혼 생활

by 인생짓는남자

"돈은 저축하는 게 우선이야."

"아니야, 지금 경험에 투자해야 해."


주말 저녁, 한 달 월급을 어떻게 쓸지 논의하던 부부가 결국 큰 싸움으로 번집니다. "당신은 항상 그렇게 무계획적이야." "당신은 너무 답답하게 살아." 처음에는 단순한 의견 차이였던 대화가 어느새 서로의 존재 방식을 공격하는 말들로 가득 찹니다.


자녀 교육 방식, 명절 보내는 방법, 친구 만나는 빈도, 집안일 분담 방식까지, 크고 작은 주제마다 충돌이 반복됩니다. 이상한 점은 둘 다 나름의 논리와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서로를 설득하기는커녕 더 깊은 골만 파게 됩니다. 왜 부부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끝없는 설득 전쟁에 빠지는 걸까요?




육아 방식으로 충돌하는 부부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4년 차, 5살 아들을 둔 지은과 태형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주말 아침, 아들이 장난감을 치우지 않고 놀이터에 가자고 조릅니다. 지은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장난감 먼저 정리하고 나가자. 규칙은 지켜야 해." 태형은 아들을 안고 나가려 합니다. "괜찮아, 나중에 치우면 되지. 아이는 자유롭게 놀아야 돼."


지은은 화가 납니다. "당신이 자꾸 그렇게 하니까 아이가 버릇없어지는 거야. 규칙을 가르쳐야지." 태형도 언성을 높입니다. "당신은 너무 엄격해. 아이 시절은 지금뿐인데, 왜 그렇게 통제하려 해?" 지은은 속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틀린 거야? 질서와 책임을 가르치는 게 왜 나쁜 건데?' 태형도 답답합니다. '나도 나름대로 아이를 생각해서 하는 건데, 왜 이해를 못 할까?'


두 사람은 각자의 양육관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지은은 어릴 때 규칙과 질서를 중시하는 가정에서 자랐고, 그 덕분에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태형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며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웠고, 그 경험이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자신의 방식이 아이에게 최선이라 믿지만, 상대방의 방식은 아이를 해친다고 느낍니다.




가치관은 정체성의 핵심이다.


가치관은 단순한 선호나 취향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형성된 삶의 철학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배운 원칙, 성장 과정에서 겪은 성공과 실패, 문화적 배경과 교육 환경이 모두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돈은 이렇게 써야 한다",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 "관계는 이렇게 맺어야 한다"라는 철칙은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뼈대와 같습니다.


이 가치관은 자아 정체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부정당하면,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배우자가 "당신 방식은 틀렸어"라고 말하는 순간, 단순히 의견이 다르다는 수준을 넘어 "당신이라는 사람이 잘못됐어"라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이는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기에, 본능적으로 방어하고 반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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