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모태솔로의 신혼일기 #13

알뜰살뜰 저렴한 웨딩촬영

by 인생짓는남자

프로포즈를 준비할 때는 ‘이 여자와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결혼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고 그게 얼마나 어려울지 그리고 결혼생활은 어떨지와 같은, 결혼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아직 먼 일이니까. 양가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혼준비절차 혹은 결혼준비순서는 보통 ‘상견례’ -> ‘예식장 예약(스드메 예약)’ -> ‘신혼여행 예약’ -> ‘신혼집 마련’ -> ‘청첩장 준비’ -> ‘혼수 준비’ -> ‘예물, 예복 준비’ -> ‘예단 준비’ -> ‘웨딩촬영’이다. 순서는 커플마다,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리도 큰 틀을 따라 진행하면서 상황에 맞게 순서를 달리했다. 우리는 상견례하기 전에 웨딩촬영을 먼저 했다.




우리는 결혼준비를 소박하게 했다. 내 뜻이 아니라 아내의 뜻이었다. 내가 소박하게 결혼준비를 하자고 했다면 큰일났을지도 모른다! 결혼준비의 주도권은 대개 아내들이 쥐고 있으니까. 물론 내가 그런 말을 했어도 아내는 뭐라하지 않고 내 말에 귀기울여 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속 깊은 사람이니까. 아내는 그런 사람이기에 알아서 형편에 맞게 결혼준비를 했다. 마음으로야 우리도 거창하게 하자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모아놓은 돈이 적어서 마음과 정반대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아내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거창하게 결혼준비하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으니, 대신 나는 아무말 하지 않고 아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아도 아내가 먼저 소박하게 결혼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한 번뿐인 결혼인데 괜찮겠냐고 물으니, 큰 비용을 들여서 준비한다고해서 다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마음에 들게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들처럼 화려하게 준비하지 못하는 데도 아쉬워하거나 스트레스 받기보다 오히려 결혼준비할 생각에 들떠 있었고, 행복해 했다. 참으로 천사 같은 여자다.

아내의 목표는 소박한 결혼준비였기에 웨딩촬영도 그런 맥락에서 진행했다. 원래 둘이서만 하는 셀프촬영을 계획했는데, 그보다는 훨씬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지인 찬스를 썼다. 결론 먼저 말하면 웨딩촬영비용은 총 42만 원이 들었다.


스튜디오 대여 : 두 시간, 7만 원
웨딩드레스 : 협찬
사진촬영 : 처제 친구 10만 원
메이크업 : 둘이 합쳐서 10만 원
밥값 : 15만 원


웨딩스튜디오는 인터넷 검색을 해서 다른 콘셉트의 세트장이 두 개가 있는 스튜디오를 찾아내어 7만 원을 주고 이용했다. 웨딩드레스는 후기를 올려주면 무료로 대여해주는 드레스 업체를 찾아내어 이용했다. 촬영은 처제 찬스를 썼다. 웨딩스냅업체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처제 친구가 웨딩사진을 찍어줬다. 원래 무료로 촬영해준다고 했지만, 아무리 지인이라고 해도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촬영을 마치고 고생한 것에 비하면 넉넉하지는 않지만 여비를 챙겨줬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다른 건 다 문제가 없었는데, 메이크업에서 제동이 걸렸다. 비용은 둘째치고 문을 여는 곳이 없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촬영을 계획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마터면 메이크업을 못할 뻔했다. 손가락에 불이날 만큼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 끝에 문을 여는 메이크업샵을 겨우 찾아냈다! 정 안 되면 신부회장을 포기하고 평소대로 화장하려고까지 했는데, 얼마나 다행이었다. 메이크업을 한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메이크업 비용까지 매우 저렴해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셀프촬영을 생각했는데, 원래 계획보다 규모가 커졌다. 우리 외에 장모님, 아내 친구 두 명, 처제, 처제 친구, 이렇게 5명이 함께했다. 아내가 여기저기서 공수해온 소품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날라 줄 손이 필요했으니까. 총 7명이서 촬영을 마친 후 저녁 식사와 후식비로 15만 원을 썼다. 그래서 총 42만 원이 들었는데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웨딩촬영을 소박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스튜디오 촬영은 하지 않고 야외촬영만 했다면 조금 더 아꼈을 테지만, 웨딩사진이 매우 만족스러웠기에 촬용비용이 정말 적게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사진을 찍어 준 처제 친구가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10만 원 상당의 액자까지 공짜로 만들어 주었으니 웨딩촬영비용은 더 내려간 셈이다. 정말 성공적인 웨딩촬영이었다.



스튜디오 촬영 사진 중 한 컷




지나고 난 지금에서야 웨딩촬영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굉장히 어색하고 쑥스러우며,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결혼 절차였다. 연예인이 된 것 같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는 게 아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만큼 민망했다는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셀카도 아니고 사진작가가 안내해주는 자세로 촬영하다 보면 정말 어색하다. 아마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여러 자세를 난생처음 취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색한데,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여러 자세를 취하려니 정말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게다가 야외 촬영 때는 정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쏠린다. 구경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 스튜디오 촬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민망하다! 아, 그때의 민망함이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야외촬영 사진 중 한 컷



야외 촬영은 스튜디오 촬영 후에 강남에 있는 도산공원으로 이동하여 진행했다. 추석 연휴라 산책하는 사람이 적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사람이 많았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공원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라 정말 많은 눈이 우리를 보고 지나갔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라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런 민망함은 처음이라 더욱 민망했다. 촬영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민망함을 덜 느낄 수 있기에, 프로 모델의 마음 자세로 촬영에 임했다. 하지만 몸과 표정은 내 마음을 대변하듯 정말 뻣뻣하고, 어색 그 자체였다. 어렵게 촬영을 마치고 난 후 느꼈던 기분은, 몇 달 묵은 숙변이 내려간 것보다 더 속 시원했다!




속 깊은 아내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정말 고퀄리티의 웨딩사진을 얻었다. 아내가 부지런히 알아본 덕분에 전문 웨딩촬영 업체에서 찍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웨딩사진을 얻었다. 셀프웨딩촬영을 했으면 아마 결과물이 영 아니었을 것이다. 아내는 그런대로 사진을 잘 찍어서 괜찮지만, 내가 사진을 못 찍어서 우리 둘이서만 찍었으면 며칠을 찍어야 했을 것이다. 아내를 정말 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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