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모태솔로의 신혼일기 #15

돈을 얼마나 모아야 결혼할 수 있을까?

by 인생짓는남자

18년 10월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모바일 설문 조사 전문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직장인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다. 조사 내용 중 ‘결혼하기 위해 갖춰야 할 소득’으로 전체 응답자의 39.4%가 ‘연 소득 5,000만 원 이상’을 선택했다고 한다. 10명 중 4명이 연봉 5천만 원 이상을 벌어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뭣이라고? 5,000만 원? 작년에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임금근로자 연봉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봉 5,000만 원은 17년 근로자 평균연봉 상위 10~20%에 해당한다. 10명 중 4명은 5,000만 원에 대한 감이 없나 보다. 5,000만 원 버는 게 쉬운 줄 아나? 5,000만 원 이상을 못 벌면 결혼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아니, 둘 다 아니다. 결혼해서 경제적 문제로 고생하기 싫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바람이 투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결혼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이유’‘경제적 상황’이 54%에 달하는 것이 그걸 증명한다.



Copyrights. 듀오



또 다른 흥미로운 조사가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에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 비용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신혼부부 한 쌍이 지출한 결혼자금은 평균 2억 3,186만 원이었다. 뭣이라고? 2억 3,186만 원? 놀랄 일이다. 결혼하는데 이렇게 큰 금액이 들어가다니! 평생 1억도 만져보기 힘든데 말이다.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2억 3,186만 원 중에 73~74%의 금액을 신혼집 마련으로 지출한 거니까. 신혼집을 제외하면 6,100만 원가량을 순 결혼 비용으로 지출한 셈이다. 집값을 제외하고 보면 "억!" 소리 나는 금액은 아니다. 수긍할 만한 금액이고,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에서 예식장 비용 1,345만 원을 빼면, - 예식장 비용은 보통 축의금으로 해결하니까 - 순 결혼 비용은 4,780만 원 정도 된다. 보기에 따라 많다고 할 수도 있고, 적다고 할 수도 있다.

결혼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집이다. 한국은 결혼하는데 집이 문제다, 집이. 집만 해결되면 연봉이 5,000만 원이 아니어도 충분히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외벌이 연봉으로 말이다. 아니 집 대출금만 안 나가면 외벌이 연봉 3,000만 원으로도 살 수 있다. 사는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버는 돈이 집값으로 다 나가버리니 결혼해서 어려움을 겪는 거다. 지출 중에 집 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얼마를 모아서 결혼했을까? 1,000만 원이다. 결혼 당시 연봉?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2017년 임금근로자 연봉 분석’ 상으로 50% 이하였다. 결혼 후에 얼마 있다가 이직을 하여 연봉이 오르긴 했지만, 어쨌든 그 정도 벌이와 모아놓은 돈으로 결혼했다. 신혼집? 꿈도 못 꿨다. 우리 부모님이 집을 해 줄 형편이 아니어서 시댁에서 살았다. 그것도 아내가 먼저 제안했다. 시댁에서 살자고.


우리는 시댁에서 3년을 살며 1억을 모았고, 대출을 받아서 33평 신축 아파트를 구매하여 독립했다.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아내가 악착같이 모으고 불리지 않았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내 외벌이 연봉으로는 절대 그렇게 모을 수 없다. 평생 시댁에 얹혀살아야 할 정도로 적게 벌었으니까. 그뿐인가. 맞벌이 연봉으로도 불가능하다. 맞벌이 연봉으로 고정비만 지출하고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도 3년 만에 1억을 모을 수가 없다. 주식을 한 것도 아니고, 부동산 투자를 한 것도 아닌데, 게다가 나름 즐길 거 다 즐기며 3년을 보냈는데 어떻게 그렇게 모았는지, 아내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무척 신기하다.

아무튼 모아놓은 돈도 없고, 벌이도 시원찮아서 결혼 못 할 줄 알았다. 안 그래도 연봉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던 터라. 프로포즈할 때는 물론이고, 결혼 준비를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심적으로 아주 불안했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 잠깐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도 결혼 얘기가 오갔다. 내가 열심히 벌겠다고 말했지만, 당시 내 연봉을 보더니 헤어지자고 했다. 고생하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비참하고 슬펐지만, 이해한다. 나와 함께 살면 아끼고 아껴야 하며, 즐길 거 제대로 못 즐길 테니까. “그래, 잘 가라!” 쿨하게 보내고 싶었지만, 아쉬움에 한 번 붙잡았다. 하지만 인연이 아니었기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이 있으니 아내와도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했다.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너무 불안해서 결혼 준비하는 내내 아무 소리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내버려 두었다. 괜히 한마디 했다가 헤어지자고 하면 감당 못 하니까. 나와 결혼해 주는 것만도 고마웠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했다. 하지만 아내는 속 깊은 여자여서 전혀 무리하지 않았다. 알아서 형편에 맞게 준비했다. 모든 걸 아끼고, 생략하면서 불평하기는커녕 쿨하게, “그거 안 해도 돼. 꼭 할 필요 없어. 그건 낭비야”라는 말을 하며 오히려 즐거워했다. 이런 아내 덕에 당시 나는 가진 게 전혀 없었지만, 마침내 결혼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내가 이런 위대하고, 능력 있는 아내를 얻었다! 정말 하늘에 감사하다!




결혼하려면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정해진 금액은 없다. 각자 형편에 맞게 결혼하면 된다. 형편이 안 되는데, 뱁새가 황새 쫓아가듯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려니 결혼하기 어려운 것이다. “내 기준은 정말 낮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각자 기준은 다르니까. 중요한 건 남들이 하는 만큼을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내 현재 형편을 기준 삼아야 한다. 지금 모아놓은 금액보다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더 모아서 결혼하면 된다. 아니면 모아놓은 금액에 맞춰서 하거나. 어떻게 하든 각자 형편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게 있다. 내가 만났던 전 여자 친구, 그리고 아내와 같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상대는 괜찮으니 지금 하자고 하는데 나는 더 모아서 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반대로 나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더 모아야 한다고 하면 답이 없다. 그 이견을 좁히는 게 쉽지 않다.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른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돈은 최대한 모으는 게 좋다. 우리 부부처럼 1,000만 원으로 결혼하는 사람도 많다. 1,000만 원 이하로도 멋지고 행복하게 결혼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왕이면 모아놓은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양가에서 신혼집을 마련하는데 도와줄 형편이 안 되면 더욱더 그렇다. 월세로 가든 전세로 가든 구매를 하든 대출만으로는 셋 중 어느 하나도 마련하기 어려우니까. 집이 있어야 결혼해서 살 거 아닌가? 밖에서 텐트 치고 살 게 아니고서야 신혼집 마련 비용이 필요하다.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셋 중 하나가 가능하다. 요즘같이 정부 규제로 대출금액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결혼 준비 자체는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집 마련이 가장 골치 아프다. 아무리 작은 집을 마련해도 결혼 비용 중에 가장 큰돈이 지출되니까. 그뿐이랴. 집에 채워 넣을 세간, 혼수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양가에서 집, 혼수 마련을 도와준다면 모를까, 도와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돈은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게 좋다.

아차, 우리 커플 이야기를 하려다가 시작부터 끝까지 사회 현상을 논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 얘기를 짧게 하고 마무리하련다.




나처럼 상대를 잘 만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돈도 못 벌지, 모아놓은 돈도 적지. 내가 여자라도 나 같은 남자와 결혼하기 싫을 것이다. 앞날이 어떨지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나와 결혼해 주었고, 없는 형편이지만 현재 아무 불평 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오히려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있다. 하늘에 천사보다 더 천사 같은 여자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 아내를 본다면 질투할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더 천사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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