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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갱년기인가 봐.”
몇 해 전 아내에게 한 말이다. 보통 ‘갱년기’ 하면 여성들만 겪는 신체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갱년기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겪는다. 나도 이 사실을 몇 년 전에 한 사건으로 알게 되었다.
5년 전 처가에 굉장히 큰 사건이 생겼다. 처남댁이 임신한 상태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당시 임신 7개월이었는데, 사경을 헤매었기에 산모를 살리기 위해 긴급으로 제왕절개를 했다. 다행히 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했다. 하지만 골든 타임이 지나서 병원에 실려갔기 때문에 처남댁은 우뇌를 들어내는 큰 수술을 했다. 몸 한쪽이 마비되어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었다. 기억력도 또렷하지 않았고, 말도 할 수 없었다. 처남은 일을 하며 처남댁을 돌봐야 해서 우리 부부가 신생아를 키워줄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둘째가 생긴 셈이다.
둘째를 가질 계획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레 찾아온 핏덩이를 돌보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육아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런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직장일에도 지장이 생겼고, 우리 아이를 돌보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일상에 갑자기 큰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 피로와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 특히 몸이 점점 지쳐갔기 때문에 어느 날 우울감이 찾아왔다. 그렇게 조카를 3년 가까이 돌봐주는 동안 우울감이 심해져서 내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 지경까지 갔다. 아내와도 자주 화를 냈기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아보았다. 남성 갱년기에 대해 이때 알게 되었다. 마침 갱년기 자가 진단표가 있어서 테스트를 해보니 딱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었다.
남동생으로 인해 생긴 일이었기 때문일까? 아내는 내가 아무리 짜증이나 화를 내도 맞받아치지 않고 다 받아주었다. 물론 아내도 사람이고, 마찬가지로 힘들었기 때문에 몇 번 크게 다투기는 했다. 그래도 아내는 내 짜증을 거진 다 받아주었다. 남동생 때문에 미안해서 받아주었던 게 아니란 걸 잘 안다. 아내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 탓을 하거나 불평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안 좋은 상황이 생겨도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묵묵히 이겨내는 사람이다. 그런 아내 덕분 우울감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십 년 정도 뒤에는 상황이 뒤바뀔 것이다. 아내에게도 갱년기가 찾아올 것이다. 여성이라면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는 그 녀석이 말이다. 털털하고 무던한 아내가 그때가 되면 어떻게 바뀔지 솔직히 두렵다. 당사자는 오죽 힘들겠냐만은. 아내가, 엄마가 갱년기를 겪으면, 매일 달라지는 감정 변화로 인해 온 가족이 함께 힘들어진다고 한다. 완전히 달라진 아내 모습에 적응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직도 경미하게 진행 중이지만, 내가 갱년기 증상을 겪을 때 묵묵히 받아줬으니까.
아내도 갱년기를 겪는다면, 아내가 그랬든 나도 묵묵히 받아주어야겠다는 각오를 미리 다진다. 갱년기는 불청객이 아니니까. 사람들은 갱년기를 몸에 이상이 생긴 결과로 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겪을 수밖에 없는 증상이다. 오히려 몸이 잘 늙어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아내가 달라졌다고 낯설어한다거나 아내가 화를 낸다고 같이 화를 낼 필요가 없다. 그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며,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이미 아내에게 빚을 졌으니 그것이 찾아오면 꼭 똑같이 갚아주고 싶다.
갱년기를 인생 2막으로의 전환 시기로 조명하는 한화손보에서 갱년기를 주제로 한 공모전을 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나눠주는 경험과 목소리는 누군가에게 길이 됩니다. 참여해서 갱년기를 겪고 있는 분과 가족에게 도움을 주세요.
주최: 한화손보 × 좋은생각사람들
기간: 2026.03.03~04.30
대상: 100만원 (1명)
최우수: 60만원 (1명)
우수: 각 30만원 (3명)
장려: 각 10만원 (5명)
입선: 「좋은생각」 1년 정기 구독권 (2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