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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May 22. 2019

직원은 가족이 아니다.

가족 같은 직원을 원하는 회사가 있다. 말 그대로 직원이 가족 같은 마음으로 회사에 헌신하고, 애착을 갖길 원한다. 전심과 열심을 다해 일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주로 중소기업이 그렇다. 하지만 직원은 가족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직원은 가족이 아니니까.




직원이 가족 같은 마음을 가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진짜 가족이어야 한다. 가족이 아니고서야 가족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직원이라고 아예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건 아니다. 회사 상황이 좋거나 대우가 좋으면 비슷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은 그때뿐, 상황이 달라지면 마음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또 다른 조건은 앞서 언급했듯이 대우가 좋을 때이다. 대우는 두 가지다. 급여 혹은 복지. 둘 다 좋으면 최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둘 중 하나가 월등히 만족스러워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돈을 따라 움직이는 일 때가 많다. 급여가 흡족할 만한 수준이거나 보너스가 두둑해야 한다. 급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복지라도 좋아야 한다. 근무 환경은 물론이고, 근무 시간 외에 누릴 수 있는 복지가 좋아야 한다. 단, 복지 혜택이 좋아도 그것을 누리는 데 눈치를 봐야 하면 아무 소용없다. 눈치 보지 않고 언제든 마음껏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복지를 누릴 때는 내 사정이 우선이지만, 그렇다고 회사 사정을 완전히 무시하며 개념 없이 누리는 건 지양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왜 필요할까? 간단하다. 회사는 이익 집단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복지 단체가 아니다. 어떤 회사는 일방적으로 직원에게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그건 잘못된 거다. 회사와 직원은 상호 이익을 취하기 위해 고용하고, 근무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양쪽 다 이익을 누려야 한다.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익을 취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대개 회사가 일방적으로 큰 이득을 취해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튼 직원이 가족 같은 마음과 자세로 회사에 헌신하길 바란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그게 당연하다.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를 제외하고, 쭉 진짜 ‘가족 회사’를 다녔다. 가족 회사를 골라서 입사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가족 회사는 분위기 혹은 상황은 어떨까? 가족들은 회사에서 각종 혜택을 누린다. 직원들은 결코 누릴 수 없는 혜택을 말이다.

한 달 동안 일하는 노동량과 노동 강도의 총량이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가족은 직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아간다. 직원과의 형평성? 그런 건 없다. 설령 앞에서 받는  급여가 직원들과 같다고 해도 어떻게든 돌려서 더 많이 받는다. 노동량과 노동 강도는 직원보다 적다. 한 마디로 직원보다 적게 일하고 직원보다 많이 받는다. 물론 이건 절대적이지는 않다. 그렇지 않은 가족 회사도 있었다. 어떤 회사는 가족이 직원들처럼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급여를 받기도 했다.

가족이 누리는 혜택은 또 있다. 바로 복지. 여기서 말하는 복지란 연차와 근무 중 휴식 등을 말한다. 안 그런 회사도 많지만, 직원이 연차를 쓸라치면 그렇게 눈치를 주는 회사가 있다. 이건 가족 회사와 상관없다. 어쨌거나 직원은 눈치 보며 연차를 쓰지만, 가족은 거리낌 없이 쓴다. 직원은 죄짓는 마음으로, 죄인의 심정으로 이유를 설명하며 연차를 겨우 사용한다. 반면 가족은 설명이 필요 없다. 쓰고 싶을 때 마음껏 쓴다. 직원은 한 달에 한 개도 겨우 쓰지만, 가족은 정해진 총 개수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 달에 여러 번 쓴다. 아니 가족은 연차 개수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사정이 생기면 아무 때나 쉰다. 사정이 있을 때마다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한다. 이뿐이랴. 직원은 근무 시간을 철저히 지키며 일하지만, 가족은 쉬고 싶을 때 쉬고, 딴짓하고 싶을 때 마음껏 딴짓한다.

가족은 명목상 직원일 뿐 사실은 사장이나 다름없다. 사장 마인드로 일하고, 사장 마인드로 행동한다. 직함만 사장이 아닐 뿐, 마인드와 행동은 사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 가족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장과 똑같은 자유와 혜택을 누린다.




직원은 가족이 아니다. 직원은 파트너다. 직원이 가족 같은 마음으로 회사에 충성하고 헌신하길 원한다면 가족이 누리는 만큼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직원은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과 똑같은 혜택을 누리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에 준하는 혜택을 누리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직원이 가족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없다. 가족 같은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데 어느 직원이 가족 같은 마음을 가지겠는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봉사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거나 어디가 모자란 사람일 거다. 아니면 남몰래 다른 대우를 받든지.

혜택은 베풀지 않고 요구만 한다면 그건 착취나 다름없다. 아니 갈취다. 노동력 갈취, 시간 갈취, 급여 갈취, 마음 갈취 말이다. 회사는 갈취를 즐긴다. 직원들에게 희생을 스스럼없이 요구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그게 잘못된 것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회사는 직원에게 허용한 급여와 혜택만큼만 성과(결과물)와 헌신으로 돌려받는 게 옳다. 반대로 직원은 최소한 받는 급여만큼은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자본주의 사회의 냉정한 법칙이다. 회사든 직원이든 선을 넘으면 안 된다. 선을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 서로 피곤해진다. 서로 적당한 선을 긋고, 줄다리기처럼 그 선을 적당히만 왔다 갔다 넘어서면 서로 피곤할 일이 없다. 서로 적당히 선을 지켜야 피곤하지 않고, 양자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상황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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