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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May 20. 2019

직장생활 권태기 극복법

나 권태기야. 권태기라고!

‘직장생활 권태기’라는 게 있다. 부부 권태기처럼 직장생활에 단조로움, 따분함, 심심함 등을 느끼는 시기를 말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일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 시기이다. ‘매너리즘’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많은 직장인이 권태기에 빠진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7년 30대 직장인 3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98%가 권태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권태기는 남일이 아니다. 권태기를 느낀 시기는 1년 차가 33.3%로 가장 많았고, 3년 차(27.3%), 2년 차(21.4%)가 그 뒤를 이었다. 권태기를 겪는 이유로 42.9%가 “반복되는 업무가 지겨워서”라고 응답했고,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서”(28.3%), “업무 의욕이 사라져서”(25.9%), “연봉이 만족스럽지 않아서”(19%) 등이 뒤를 이었다.




나도 첫 직장에서 직장생활 권태기를 경험했다. 권태기를 느끼기 전에 사수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6개월, 1년, 3년, 5년에 한 번씩 권태기를 느낄 텐데, 그때마다 마음을 잘 잡아라”라고 충고해 주었다. 사수의 말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 회사에 재직하는 동안 정확히 6개월, 1년, 3년, 5년째에 권태기를 겪었다. 그 사수의 경험과 예언(?)이 적중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저 그 말이 내 머릿속에 뿌리 박혀서 해당 시점마다 마음이 해이해졌다고 보는 게 맞다.

권태기를 지날 때마다 정말 마음이 힘들었다. 내가 권태감을 느낀 이유는 위에 조사와 다르다. 사장님과 소통이 되지 않아서다. 업무처리 방식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그랬다. 분명히 업무 보고를 꼬박꼬박 했는데, 머릿속에 지우개가 들었는지 언제 보고했냐고 잡아떼는 건 기본이요. 그래서 매번 서면으로 보고했더니 이런 거 만들지 말라며 보지도 않고 서류 더미에 처박아 두었다. 그러곤 또 언제 보고했냐는 식. 같은 내용으로 수차례 보고해야 겨우 가물가물 기억하는 정도였다. 또한 회사 매출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이벤트 제안을 하니 그런 거 왜 하냐고 하지 말라더니, 나중에는 다른 일에 신경 쓴 사이 왜 우리는 이벤트 안 하냐고. 이벤트 제안하니 사장님이 하지 말라고 했다니 내가 언제 그랬냐고. 이렇게 계속 어긋나다 보니 일에 진력이 났다.

위에 설문 조사에서 사람들은 권태감을 느낄 때마다 “출근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았”고(51.2%) “이직”(43.2%)과 “퇴사”(25.9%)를 고려했으며, “업무 성과가 떨어”지고(17%) “괜한 일에도 짜증이 났다”(14.3%)고 응답했다. 나도 권태감을 느낄 때마다 위에 증상을 모두 겪었다. 그런데도 왜 회사를 이직하지 않았느냐고? 첫 직장이다 보니 경력을 쌓아야 해서 경력이 찰 때까지 꾹 참았다.

사람들은 권태감을 느낄 때마다 어떻게 극복했을까? “업무 이외의 일에 몰두”(40%)하거나 “친구 및 지인과 만남을 가지거나”(36.5%)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거나”(28.5%) “자기계발에 몰두했다”(27.5%)고 응답했다. “이직”(12%)한 사람도 있다. 나는 그냥 참았다. 경력을 더 쌓아야 했기에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기로 했다. 아니면 사장님이 나를 자를 때까지 버티자 싶었다. 실업 급여를 받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고, 숨을 돌리며 천천히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사장님이 나를 자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적과 동침하니 서로 곤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서로의 방식에 적응해갔다. 서로 적응하니 그 나름대로 업무 패턴이 생겼다. 권태감을 느낄 때마다 그러려니 했고, 권태기는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마지막 권태기를 지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이직했다.




직장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곳이다. 출근 시간까지 업무 시간으로 치면, 수도권 직장인 평균 출근 시간인 50분에 근무 시간 8시간, 점심시간은 업무 외 시간이지만 어쨌든 회사에 보내는 시간이나 마찬가지이니 점심시간 1시간, 그리고 야근까지 한두 시간 하게 되면, 우리는 11시간에서 12시간, 하루의 반을 직장에서 보낸다. 적지 않은 시간이다. 아니 많은 시간에 직장에서 소비한다. 직장생활은 우리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니 권태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집에서 깨어 있는 시간의 몇 배를 회사에서 보내니 권태감을 느끼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권태감을 느끼는 게 당연할 수는 있지만, 그 상태를 방치하면 안 된다. 우리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그럼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그러니 권태기를 빨리 물리쳐야 한다. 권태감을 속히 잠재우든지 이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괜히 삐뚤어질 수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청소년처럼 회사에 반항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은 많지 않지만, 권태기 때 누구나 그런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게 된다. 만에 하나 그 시한폭탄이 터지면 반항이 시작되는 거다.




직장생활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뭐 있나. 그냥 버티는 거지. 업무 이외의 일에 몰두? 친구 및 지인 만나기? 자기계발? 이런 것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마취제처럼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다. 약발이 다하면 다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그냥 버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그렇다고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다). 그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지 싶다(더 좋은 방법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신 버티는 명분 내지 이유가 있으면 좋다. 밑도 끝도 없이 버티려고 하면 한계가 온다. 나처럼 ‘이직할 때까지만 버티자’ 혹은 ‘자를 때까지 버티자’는 마음으로 버티면 조금은 낫다. 마음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 아니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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