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비 Jul 01. 2023

생각을 기계가 하면, 인간은 무엇을 하나?

어제 저의 번역서가 출간되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책 내용은 이 책의 ‘옮긴이의 말’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op_hty&fbm=0&ie=utf8&query=%EC%83%9D%EA%B0%81%EC%9D%84+%EA%B8%B0%EA%B3%84%EA%B0%80+%ED%95%98%EB%A9%B4%2C

현대인에게 ‘일자리’는 매우 중요한 삶의 요소이다. 이는 일자리가 개인의 생계유지와 자아실현의 장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국가 경제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일자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바로 AI(Artificial Intelligence ; 인공지능)의 출현 때문이다. 급기야는 가까운 시일 내에 AI 로봇이 인간 일자리의 대부분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 “할 일이 없어지는 인간은 어떻게 될까?” 


우리 인간의 활동이 우리 인간의 안녕과 행복에,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운명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간 곁다리화’가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미래의 공장은 지칠 줄 모르는 로봇 기술자가 인간을 대신해 근무하면서 인간의 향기가 사라진 침침한 곳이 될 것이다. 미래의 병원은 의사의 수가 대폭 줄어들고,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추천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AI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가정은 우리의 욕구와 필요를 예상하고 우리가 항상 바랄 수 있는 모든 음식과 오락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현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하는 일은 이제 AI 기계가 위임받아 하게 되는 자동화 현상이 이런 인간 곁다리화의 원인이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우울한 예측으로서, 문명이 기계로 대체되는 이미지이다. 


이 책은 “자동화된 미래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환영 받는 것이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런 인간의 곁다리화와 자동화기술을 절망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낙관론을 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즉 인간 곁다리화를 촉진하는 자동화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우리 인간에게 새로운 유토피아의 가능성이 열리고, 더욱 윤택하고 뜻있는 인간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지구 전체를 통제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 우리는 더욱 발전한 기술의 형태인 AI, 로봇공학, 스마트 머신을 더 많이 사용하고 그것에 더 의존하여 인간이 별로 할 일이 없어지면서 자동화의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지구를 통제하게 했던 힘과 우리 인간을 뒤로 물러나게 하는 힘이 사실 같다는 것이다. 전자의 힘이 시간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지구 환경이나 지구 역사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시대인 ‘인류세’를 이끌었다면, 후자의 힘은 로봇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자동화 기술로 인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가만히 앉아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로보세’를 이끌고 있다. 인류세에서 로보세로 의 이러한 이동을,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디스토피아로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책은 이런 현상을 오히려 환영해야 하는 일로 본다.


그리고 이런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네 가지 논점을 옹호한다. 첫 번째 논점은 일의 자동화가 지금의 기술 발전으로 가능하고 또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즉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은 나쁜 것이므로, 일의 영역에서 인간의 곁다리화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고통과 억압의 원천이며, 우리는 이러한 일의 종말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두 번째 논점은 일이 아닌 다른 삶의 영역에서는 자동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동화 기술이 일상생활에서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뜻있음과 윤택함이 크게 위협받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런 위험을 제한하기 위해 기술과 우리의 관계를 신중하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 논점은 사이보그 유토피아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일 이외의 일상생활에서 자동화 기술로 인해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뜻있음과 윤택함에 가해지는 위협을 제한하기 위해 기술과 우리의 관계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사이보그 유토피아’가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 논점은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처리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가상 유토피아’가 있다고 말한다. 사이보그화를 통해 인간을 기계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대신, 기술 인프라의 가상 세계로 인간이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이로써 이 책은 우리가 현실에서 뒤로 물러나서 가상현실에 틀어박힐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필요나 욕구에서 자유로운 채로, 게임을 발명하고 이 게임을 하며, 이전에 경험했던 어떤 것보다 더욱 심오하게 매력적이고 무척 재미있는 가상현실을 탐구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에게 이상적인 형태의 윤택함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세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충격적이고 심지어 혐오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우리에게 이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그는 자동화 기술의 부상이 인류에게 유토피아적 순간을 제시하며,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동기와 수단을 제공한다고 본다.


AI와 로봇공학은 많은 이들에게 아득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이는 우리가 이AI와 로봇공학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을 알지 못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이 기술에 대해, (인간 존재로서) 윤리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고 느낀다. 이 책은 자동화 기술의 미래를 맞이하는 이들이 인간과 기술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 책은 자동화 기술의 미래에 대해 쉽고 빠른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이 책은 진지하게 질문한다. 그리고 이 진지한 질문에 정면으로 맞서, 꼼꼼하게 탐구하고 끈질기게 고민한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 함께 답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나는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일의 자동화가 갖는 윤리적, 철학적 의의는 물론 기술철학 자체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넓혔다. 그리고 이런 지식을 나 스스로에게 신체화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제공해 준 존 다나허 교수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어려운 출판계에서, 특히 도서 출간의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을 결정해준 뜻있는도서출판의 이지순 대표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옮긴이의 부족한 초고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준 이상영 편집장님에게 큰 고마움을 전한다. 이편집장님의 꼼꼼한 교정과 편집이 아니었다면 이 글은 초고의 투박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개발자, 공학자, 비즈니스맨 등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은 이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 경제학, 법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학자들에게 자동화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질문과 논의를 보여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공 분야에서 일하는 정책 담당자, 법률 입안자, 교사(敎師) 등이 이 책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이 책은 자동화 기술과 관련한 앞이 꽉 막힌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고 빠져나올 가이드 맵을 제공해 줄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