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행선지를 알리는 게 나았을까
멧돼지의 수소문에 찢어진 봉지는
담은 적이 없던 감자를 말할 수는 없었다
담는 게 목적이던 봉지의 입장에선
가리킬 방향보다 봉합이 우선인데
봉지는 담은 적이 없던 멧돼지를
쓰레기로 인식하지 못했다
당장 쫓기는 신세가 된 멧돼지에겐
팔려 간 감자보다 뒤집어쓸 봉지가 필요했고
문제는 온몸을 가릴 큰 용량이 없다는 거
어쩌면 숨고자 했던 멧돼지는
사냥꾼과 내통한 봉지를 찾으려 했는지
아니면 숨을 만한 봉지의 크기를 살폈는지
도시의 쓰레기통들은 알 바가 아닌
그러한 봉지와 돼지 사이
도시로 간 감자와 엽사 사이
수렵기를 맞이한 표적의 입장에선
봉지의 집단서식을 탓할 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