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구역

by 박기동


감자의 행선지를 알리는 게 나았을까

멧돼지의 수소문에 찢어진 봉지는

담은 적이 없던 감자를 말할 수는 없었다


담는 게 목적이던 봉지의 입장에선

가리킬 방향보다 봉합이 우선인데

봉지는 담은 적이 없던 멧돼지를

쓰레기로 인식하지 못했다


당장 쫓기는 신세가 된 멧돼지에겐

팔려 간 감자보다 뒤집어쓸 봉지가 필요했고

문제는 온몸을 가릴 큰 용량이 없다는 거


어쩌면 숨고자 했던 멧돼지는

사냥꾼과 내통한 봉지를 찾으려 했는지

아니면 숨을 만한 봉지의 크기를 살폈는지

도시의 쓰레기통들은 알 바가 아닌


그러한 봉지와 돼지 사이

도시로 간 감자와 엽사 사이

수렵기를 맞이한 표적의 입장에선

봉지의 집단서식을 탓할 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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