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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Oct 25. 2022

테슬라,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0. 테슬라 쇼크, 테슬라 웨이 part 1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0. 테슬라 쇼크, 테슬라 웨이(일론머스크 3부작 두 번째 이야기) part 1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장래 지구에 무서운 일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생명보험'이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 2020.8

테슬라가 왜 세상에 필요한가


조직 운영에 있어 비전과 스토리, 그리고 구성원의 공감이 너무도 중요한 시대이다. 단순한 돈벌이 이야기만으로는 조직 내부 구성원의 마음도, 외부 투자자, 이용자의 지갑도 열 수 없다. 테슬라가 무서운 것은 SF소설에 나올 법한 비전과, 이를 이루기 위한 계획이 매우 장기적이고 치밀하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구를 멸망에서 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매우 강력한 비전이지만 주식회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기꾼 소리 들으며 망하기 딱 좋은 회사이기도 하다. 그들이 멸망(가장 큰 위협인 지구온난화)에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전기차를 대량으로 보급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두 번째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6년 8월 2일에 테슬라는 첫 번째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였다.


전기 스포츠카를 만든다.

여기서 나온 수익을 활용해 좀 더 저렴하고 대중적인 전기차를 만든다.

여기서 나온 수익을 활용해 보다 더 저렴하고 대중적인 전기차를 만든다.

위 과정을 거치는 동안, 탄소배출 제로의 전력생산 옵션을 제공한다.


테슬라가 내놓은 결론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전기차가 '지구를 구한다'라는 명제에만 충실해서는 안 되며 차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럭셔리 카보다 더 매력적인 차


주행 감각이란 스티어링 휠과 가속,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했을 때 차가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달리고 돌고 서는 것을 의미한다. 주행 성능이 좋은 차는 평소에 차를 몰 때만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라, 위험 상황에서 더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이런 전체적인 주행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무게중심'이다.

무거운 부품을 더 아래로 깔수록, 중앙으로 모을수록 주행 성능이 좋아진다. 차량 중앙의 아랫부분에 배터리를 배치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무거운 엔진이 필요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행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는 가속할 때 변속 과정이 없다. 고성능 내연기관차처럼 중간에 변속을 하면서 동력 전달이 끊어지는 느낌이나 울컥거림이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 타보면 약간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금방 익숙해지고,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전기차의 가속이 더 쾌적하다. 럭셔리카조차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이하지만 엄청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마케팅의 본질: 내연 기관차를 능가하는 가속력, 차별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율주행 기술, 차별화된 고객 경험

'포르쉐보다 빠르고 프리우스보다 연비 좋은' 테슬라 모델S 플레드


바퀴 달린 컴퓨터


첫 번째 계획 발표 10년 후, 테슬라는 두 번째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에너지 저장장치(배터리)에 바로 저장되는 태양광 지붕 패널을 만든다.

세단, SUV, 픽업트럭 등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차종으로 생산라인을 확장한다.

대규모 머신러닝을 통해 인간보다 10배 더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다.

소유주가 사용하지 않을 때 차량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한다.(로보택시)


연료를 '석유'에서 '전기'로,

구동장치를 '엔진'에서 '모터'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바퀴 달린 아이폰' 또는 '바퀴 달린 컴퓨터'를 목표로 한다.

강력한 성능의 전자제어 유닛(이하 ECU)은 차량 곳곳에 설치된 센서(물리적 상황을 전자신호로 바꿔주는 장치), 액추에이터(전자신호를 물리적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장치) 등과 연결돼 차량의 각종 기능을 중앙에서 통제, 제어할 수 있다. 현재까지 테슬라 이외의 어떤 차량도 중앙의 한 곳에서 차량의 모든 기능을 통제, 제어하는 통합형 ECU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럼 테슬라 통합형 ECU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일까?




OTA(Over The Air, 무선 업데이트): 외부의 데이터를 주고받아 차량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아주 쉽게 구현할 수 있다. 탑재된 주행 보조기능은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성능이 좋아지니까 차량 가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작은 결함은 OTA로 수정이 가능해 리콜을 위한 서비스센터 방문이 필요 없어진다.


주행 데이터 수집: 테슬라는 자동차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디바이스 또는 수단으로 본다. 그래서 차량 통합제어 플랫폼과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한 값비싼 시스템을 자사의 모든 차량에 기본으로 제공한다. 이렇게 판매된 전 차량을 통해 주행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모아진 엄청난 용량의 주행 정보는 딥러닝을 통해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향상된 기술은 OTA를 통해 다시 차량의 성능을 업데이트시킨다. 아래 일론의 말처럼, 테슬라의 유료 자율주행 서비스인 FSD를 구매한 차량이라면 구매한 가격보다 가치가 높아지는 '카테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FSD가 앞으로 계속 발전하고 또 규제 문제만 해결된다면,
기존 테슬라 차량의 가치가 최소 5배 이상 상승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자체 자동차보험: 최근 출시된 테슬라 자동차 보험은 차량에 달린 8개의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대상과 요율을 정밀하게 적용하는 상품이다. 기존 보험업계에서 적용하는 나이, 성별, 운전경력 등을 기반으로 하는 것보다 사고 발생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객관적이면서 저렴한 보험료 산정이 가능하다. 안전운전을 할수록 보험료를 낮아지게 함으로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줄이는 데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로보택시: 일반적인 승용차의 가동률은 24시간 기준으로 대략 8%(약 2시간)에 불과하다고 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하면 낭비되는 대부분의 시간을, 차량 소유자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값비싼 라이다와 초정밀 지도를 바탕으로 국한된 지역에서만 운행이 가능하다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겠지만, 카메라 기반의 학습된 AI를 활용하면 현재의 유인 택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능력이 필요하다. 레벨3은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주행을 맡고 운전자는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로, 레벨3부터를 통상 본격적인 자율주행의 시작으로 본다. 이때부터는 운전자가 운전 중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재 테슬라는 레벨2 플러스 단계에서 자율주행 플랫폼의 능력을 갈고닦고 있다. 향후 레벨3이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시점이 되면 이 패키지를 전 세계적으로 판매할 것이다. 그때 경쟁사 제품보다 테슬라 것이 더 낫다면 시장은 반응은 어떨까?


장기계획을 통한 수직계열화


테슬라의 폐쇄적 수직계열화

소비자 - 운영체제 - 클라우드센터 - OTA - ECU - AI반도체 -고성능 전기차 - 충전소 - 통신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사업의 수직 통합, 수직계열화를 꼽는다. 간단히 말해, 자기 사업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다 한다는 것이다. 애플이나 넷플릭스가 이룩한 것처럼,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연동돼 자신들의 생태계 안에 들어온 소비자가 높은 만족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만 만드는 게 아니라, 차에 들어가는 컴퓨터 보드, AI칩, 통합제어 OS,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충전 인프라, 데이터 통신망(스타링크) 등을 이미 내재화했거나 내재화해가는 중이다. 


하드웨어(차체): 테슬라는 재료과학을 직접 연구하기 때문에, 기가 캐스팅(차체의 큰 부분을 통째로 주조해내는 기술)처럼 다른 자동차 회사가 하기 어려운 제조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자율주행 AI): 자율주행에서 AI 비중이 엄청나게 커지다 보니 AI반도체를 외부에 의존하는 것보다 직접 개발하는 것이 계속 개량되는 차량과 최적화를 이루는데 더 효율적이었다. 결국 자체 개발로 선회했는데, 이 방식이 서비스 향상의 궁극적인 열쇠가 되고 있다.


연료(배터리):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수많은 부분에서 조금씩 조금씩 개선해 전체적으로 '반값 배터리'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당 모델인 4680 배터리를 시험생산 중이며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충전소(슈퍼차저): 내비게이션을 통해 근처의 가까운 슈퍼차저를 검색하면 위치 정보가 뜨는데, 각 슈퍼차저에 충전기가 몇 개 있고 현재 사용 가능한 충전기가 몇 개인지까지 실시간으로 안내해 준다. 또 충전소 도착 시간에 맞춰 차량의 배터리를 고속 충전에 최적의 상태로 맞춰준다. 충전 후 결제까지의 모든 과정이 매끄럽고 효율적이다.


기계 만드는 기계

2030년이면 연간 판매량이 2,000만 대가 될 것

일론 머스크, 2020.09. 배터리 데이

연간 판매량 50만 대가 채 되지 않던 시기에 10년 후, 2,000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했다. 허풍일까, 아님 어떤 마법을 부린다는 걸까? 그동안 해왔던 일론의 말을 토대로 그가 곧 발표한다는 세 번째 마스터플랜을 예상해보자.


옵티머스 봇을 활용한 무인화 생산공장(기가팩토리)을 만든다.

위성통신(스타링크) 시스템을 활용한 전 세계적인 로보택시 사업을 운영한다.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인한 블랙아웃 방지할 수 있는 가상발전소를 운영한다.


자동차의 생산 공정은 차체(프레스), 용접, 페인팅(도장), 의장(조립)의 4단계로 구분되는데, 자동차 공장에 인력이 수천 명씩 필요한 이유는 의장 라인에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자동차 생산 공정 전체의 자동화, 로봇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모델3를 양산하면서 의장 라인에도 로봇을 대거 투입해 인력을 크게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발생해 '생산 지옥'이라고 부를 만큼 큰 위기를 겪고 중단된 상태이다. 

그런데 최근 있었던 AI데이 파트2에서 옵티머스봇을 공개하며 '기계 만드는 기계'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직은 스스로 걷지도 못하는 수준이지만, 개발한 지 8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 자율주행 데이터를 통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AI두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람이 필요 없는 24/7일 동안 돌아가는 자동차 공장'이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기계 만드는 기계'의 핵심이 될 '테슬라 옵티머스'의 발전과정


쉽게 안될 것으로 봤던 일을 평범하게 해내는 것이 테슬라의 무서운 점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저렴한 가격을 장기계획을 통해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균형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가진 경쟁력의 원천이다.

어떤 일의 최고 전문가, 일류들은 자기가 맡은 일이 아무리 복잡해 보일지라도 그 일을 단순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1%가 제대로 장기계획을 설계하고 그에 맞춰 운영되는 시스템만 갖춘다면, 나머지 99%는 최고의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혁신을 이룰 수 있다. (part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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