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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Nov 05. 2022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1.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part 1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1.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일론 머스크 3부작 마지막 이야기) part 1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왼쪽의 모습으로 세상을 보는 동안, 오른쪽 사진처럼 미래에 실현될 구체적인 모습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이 있다.

현미경으로 보이는 사과 세포, 출처: [claudiocizia] ⓒ 123RF.com / 사과 열매, 출처: 픽사베이


그런 자들을 우리는 '비전이 있다'라고 표현을 하고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이다. 두 사람은 21세기 비저너리 CEO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이들이다.


실리콘밸리의 잊지 못할 창조 신화, 영원한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그리고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꾼 잡스에 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를 바꾸고 있는 일론 머스크


잡스나 머스크 같은 한 개인이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엄청난 일을 하고, 크고 뛰어난 조직을 만들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마 그들이 가진 비전의 크기와 탁월함이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위대한 비전에 감화되어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다. 그들과 일하는 이유는 워라밸 때문이 아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우주에 자신이 머물다 간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양한 문화 속에 성장했고, 천재적이지만 오만한 혁신자로 보인다. 최고의 인재만을 원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기 회사 직원들을 매우 엄격하게, 때로는 잔혹하게 다루었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분노조절 장애자들이고, 긍정적으로 보자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나의 육체 속에 두 개의 자아가 공존하는 듯한 모순의 에너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내는 사람들이다.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이 만든 세계관


머스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을 보냈고, 잡스는 시리아 출신 이민자 아버지를 뒀으며 입양된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의 이혼 후, 폭력적인 아버지와 지내던 머스크나 자신의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잡스의 어린 시절은 행복보다 불행에 가까웠다. 이러한 주위 환경의 영향 때문일까. 머스크는 어릴 때부터 바깥세상으로부터의 자극을 차단하고 한 가지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법을 터득했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혼자 골똘하게 생각하는 그의 능력은 점차 독서로 확장되어갔다.


아들은 자기 뇌로 들어가 다른 세계를 봅니다. 요즘도 그래요. 하지만 지금은 아들이 새 로켓을 설계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냥 조용히 내버려 두죠.

 - 메이 머스크(일론의 어머니)

눈으로 들어오는 형상을 두뇌의 일부가 처리해 내면의 사고 과정으로 넘겨주는 것 같아요. 지금은 신경을 써야 하는 문제가 워낙 많기 때문에 예전만큼 몰두하지 못하지만 아이 때는 그런 과정을 자주 경험했어요.

- 일론 머스크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책인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찾은 공상 과학의 지혜를 자신의 이념으로 받아들였다.


저자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생각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일단 질문을 결정하고 나면 대답하기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더욱 잘 이해하려면 인간 의식의 범위와 규모를 늘려야 합니다. 이치에 맞는 유일한 목표는 인류가 집단적으로 깨달음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머스크의 인식은 성장하면서 꾸준히 단단해졌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당면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처음부터 인류 전체를 구제하는 문제에 골몰했다. 10대 때는 분리하기 힘들 정도로 머릿속에 공상과 현실이 혼재했고, 우주에서 맞이할 인류의 운명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더욱 깨끗한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거나 우주선을 만들어 인류의 활동 무대를 넓혀야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터였다.


잡스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출생 직후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그에게 모종의 상처를 남겼다는 것이 가장 친한 친구들의 증언이다. (마리화나나 LSD 같은 환각제를 이용하고 반문화 히피 생활에 심취했던 것) 

하지만 그는 특별했다. 그리고 좋은 양부모의 선택을 받아 훌륭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이런 묘한 뒤섞임이 그를 더 '스페셜'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교차점을 좋아한다. 거기에는 마법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
나는 훌륭한 예술가들과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양쪽 모두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 스티브 잡스

히피 생활 방식과 컴퓨터에 대한 열정의 융합, 영적 깨달음과 첨단기술의 혼합을 몸소 구현한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그는 아침마다 명상을 했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물리학 수업을 청강했으며, 밤이면 아타리에서 일하면서 자기 사업을 꿈꿨다. 


내 열정의 대상은 사람들이 동기에 충만해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회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 밖의 다른 것은 모두 2순위였다.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 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것이 내가 절대 시장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이다.


현실 왜곡장


잡스와 머스크는 직원들을 특유의 현실 왜곡장 속에 몰아넣는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직원들에게 되뇌이고, 뼛속까지 그 일에 매진한다. 그러기에 그들을 좋아하는 직원도 있지만 싫어하는 직원도 있다. 하지만 싫어하는 직원조차도 그들의 추진력과 사명을 존중해 신기하게도 그들에게 충성한다.


실현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 태평하게 접근하는 태도 때문에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래리 페이지 같은 동료 CEO들은 그에게 존경심을 품고, 신참 사업가들은 과거에 스티브 잡스를 모방하려 애썼던 것처럼 '일론처럼 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모든 것이 그들이 올라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 준 사람들의 성과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시대의 많은 사람들 역시 인류에게 무언가 기여하기를, 그러한 흐름에 무언가 추가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마디로, 언제나 혁신을 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성급하고 아주 까다로웠죠. 하지만 당신의 비전은 정말 압도적이었어요.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라고 했죠? 그게 정말 그렇더라고요

 - 앤 바우어스, 1980년대 초 애플의 인사부 책임자


혁신가의 딜레마 

 : 무언가를 처음 고안한 사람들은 대개 그것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의미


놀랄만한 것을 만들고 나서 다시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혁신가들은 그걸 해내기 위해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 잡스는 무언가가 형편없으면 그것을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자신이 할 일이라고 여겼다. 당연히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이들과 많은 충돌이 있었다. 우리는 잡스를 항상 추앙하지만, 잡스의 사임이 공식 발표되자(1985년) 애플의 주가가 거의 7퍼센트 올랐다는 사실은 동시대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보았는지를 말해준다.


잡스는 애플에서 물러난 이후 창업한 회사에서 자신의 취향과 기질(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이 원하는 쪽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는 고삐에서 풀려나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말 같았다. 인생 3막에서 빛나는 성공의 주인공이 되도록 그를 단련한 것은, 애플이라는 인생 1막에서 추방당한 사건이 아니라 바로 2막에서 경험한 화려한 실패였다.


잡스가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 혁명을 구상하고 수용할 수 있었던 이유


첫째, 늘 그랬듯 그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 서 있었다.

둘째, 완벽주의자인 잡스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콘텐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모든 측면을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셋째, 그에게는 단순미를 추구하는 본능이 있었다.

넷째, 그는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비전에 모든 것을 걸, 그가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농장이라도 걸' 의지가 충만했다.


때로는 머스크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그렇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가진 인류애와 동정심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인류 전체에 생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개개인의 욕구와 필요에는 관심이 없으며 냉담하고 가혹하게 대하기도 한다. 일론은 일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단칼에 쫓아내고 자신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야 살려두었다. 자기만큼 제정신이 아닌 직원이라고 생각해야 곁에 둔다. 이러한 분위기는 회사 전체에 스며들어 누구나 머스크가 진지하게 사업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재빨리 이해했다.

머스크의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사무실 쪽잠을 자는 트위터 직원, 출처: 트위터

그는 인간이 스스로의 능력을 제한하는 위험한 존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하므로, 회의 시간에 좋지 않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업무 중에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은 머스크의 이러한 노력을 방해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저지르는 실수 때문에 인류가 그토록 오랫동안 위험에 빠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 것은 머스크가 자기 사명의 시급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자기뿐이라고 느끼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기 사명이 워낙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의 기분을 헤아리는 데 무디고 참을성도 없다. 그래서 직원들은 능력을 최대로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든지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스크는 자신의 이러한 성향을 미리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신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순간적 기회를 좇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한다.


'소선은 대악, 대선은 비정'이라는 말처럼 몇몇 사람에게 작은 선을 베푼다고 한 것이 인류를 위해서는 좋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또 사람들에게 아주 쓰라린 얘기를 하는 것이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아주 좋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트위터를 인수했습니다. 쉬울 것 같아서 한 게 아닙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사랑하는 인류를 돕고자 한 것입니다.

AI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많은 전문가가 경로의존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익숙해진 것을 바꾸고 싶지 않다. 다수가 옳다고 믿는 것을 그냥 따르는 게 편하다'라는 생각에 젖어버린다면, 인간은 정말로 AI에 대체될지도 모른다. 상식을 의심하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IBM이나 인텔 같은 기업들이 쇠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기업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혁신을 꾀하고 독점 기업 또는 그에 가까운 기업이 되는데, 그러고 나면 제품의 질을 경시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훌륭한 세일즈맨들에게 가치를 두기 시작한다. 고인물은 썩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머스크는 현재의 위치에 머물 생각이 없다. 인류의 미래에 위협이 되는 것을 찾기 바쁘다. 급격하게 낮아지는 한국의 출생률을 걱정하고, 오픈AI나 구글이 의도적 혹은 의도치 않게 사악한 AI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의 인류가 138억 년 동안 만들어진 유일한 지성체일 수 있다고 믿기에, 그 기적 같은 촛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는 인류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면서 숨을 거두고 싶습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최악의 상황과 의식 상실에 대처해 다른 행성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류가 진화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잡스 역시 그랬다. 애플과 픽사의 기업공개를 통해 엄청난 부자가 된 후에도 위대한 무언가 만드는 일에 대한 열망을 꺼뜨리지 않았다.


빌(빌 게이츠)은 제품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묘사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사업가이다. 그에게는 사업에서 승리하는 것이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 그는 결국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으니, 그것이 그의 목표였다면 분명 목표를 이룬 셈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나의 목표는 아니었다.


솔직히  그가 많은 것을 발명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미래를 여는 방식으로 아이디어와 예술, 기술을 통합하는 데는 달인이었다.


어떤 리더들은 큰 그림을 보고 혁신을 밀어붙인다. 또 어떤 리더들은 세부 사항들을 통달함으로써 혁신을 밀어붙인다. 잡스와 머스크는 이 두 가지 모두를 가차 없이 수행한다. 이들의 성격과 그들이 만든 제품들을 한데 묶는 것은 가장 두드러진 특성, 즉 맹렬함으로 시작한다. 비전을 향한 미친듯한 질주는 그들을 당대 최고의 부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주었다. 


머스크는 직접 실행에 옮기는 엔지니어이고,
잡스는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에서 천재였다.

 - 빌 게이츠(MS 창업자)


즐거운 상상을 하나 해보자.

슈퍼 엔지니어인 일론 머스크와 그가 만든 기술을 가장 매끈한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가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혹자는 이미 신화가 된 스티브 잡스와 현재 진행형으로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한 일론 머스크를 비교하는 것이 불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art 2에서 계속...)

언젠가 화성 갈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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