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끄적쟁이 Nov 07. 2022

혁신가의 동료, 그리고 라이벌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1.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part 2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1.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일론 머스크 3부작 마지막 이야기) part 2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픽사의 존 래시터,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 팀 쿡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틸, 테슬라 FSD칩 설계자 짐 켈러, 테슬라 AI 책임자 안드레 카파시

[먼저 읽으면 좋은 글]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1.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일론 머스크 3부작 마지막 이야기) part 1


천문학에서는 두 별이 중력의 상호작용 때문에 궤도가 서로 얽히는 것을 가리켜 연성계라 한다.


잡스와 머스크에게는 연성계를 이루는 수많은 천재들이 있었다. 그들은 때로는 동료로, 때론 라이벌이 되기도 하며 서로의 성장동력이 되어 주었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맥콜럼 선생에게 수업을 듣던 시절 잡스는 우연히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졸업생 선배와 친구가 된다.

워즈니악은 잡스가 자신보다 전자공학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라고 처음으로 인정한 사람이었다. 아버지처럼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부끄럼 많은 워즈와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했던 잡스는 찰떡궁합이었다.

워즈는 멋진 고안품을 만들어 내고 잡스는 그것을 사용자 친화적인 하나의 패키지로 조합하고 출시해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궁리하는 사업가가 된 것이다. 이 환상의 2인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우리가 잘 아는 기업 '애플'이다.

워즈는 놀라운 기계를 설계했지만, 스티브 잡스가 없었다면 아마 그 물건은
지금도 컴퓨터 애호가들이 드나드는 상점에만 남아 있었을 겁니다.

 - 레지스 메케나(실리콘밸리 마케팅 전문가)

픽사의 수장 존 래시터


래시터는 예술가 범주에 속했고, 덕분에 만나는 사람을 영웅 혹은 얼간이로 구분하는 잡스에게서 좋은 쪽으로 평가받았다. 잡스는 그를 존중했고 그의 재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래시터는 잡스가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예술을 기술과 상업에 결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잘 아는 유능한 후원자라고 생각했다.


존, 자네에게 부탁하는 건 한 가지야.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줘. - 잡스

디즈니로 가면 감독이 될 수 있겠지만, 여기 남으면 역사를 새로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래시터


그렇게 2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 바로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였다.


잡스의 후계자 팀 쿡


IBM에서 12년간 제조 및 유통 부문을 맡아 실적을 올리고 컴팩에서 6개월 만에 유통망을 만드는 등 뛰어난 경영 감각을 보여 잡스에게 발탁, 애플에 합류했다. 애플에서 COO를 거쳐 잡스 퇴임 이후 CEO로 취임하였다. 처음엔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이 얼마나 갈까?' 하면서 쿡의 리더십에 회의적인 분위기였으나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애플을 독보적인 위치를 가진 기업으로 만들었다. 잡스 사후, 전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하였으며, 애플의 주가 또한 7배가량 뛰었다. 이러한 지표들만 봐도 팀 쿡의 경영 능력은 의심할 나위 없다.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기업 구축'이 목표였던 잡스의 탁월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인터넷 초창기 비슷한 '온라인 간편 결제 서비스'를 고안했던 머스크와 틸은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다. 일론이 신혼여행을 간 사이, CEO 자리에서 쫓아낸 일 때문에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신봉하고 인류 발전과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 파생 금융, 소셜 기업을 혐오하는 유사한 가치관을 지녔기에 서로를 존중하는 사이로 남았다. 틸은 인간을 화성에 보내려는 머스크의 목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고, 그 목표가 대중에게 희망을 준다고 믿고 있다.


일론은 항공 우주 산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재능 있는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새롭고 흥미진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니까요. 두 기업은 재능 있는 사람들을 자극해 눈부신 업적을 달성하게 한다는 비전을 실천합니다 - 피터 틸


테슬라 자율주행용 FSD칩 설계자 짐 켈러


멀티코어 프로세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반도체 업계의 천재 공학자이다.

2004년 이후 팔로 알토 반도체(P.A. 반도체)라는 저전력 프로세서 전문 반도체 업체로 이직하여 일을 하다가 설계부서 부사장이 되었다. 삼성전자에서 칩을 공급받는 것을 그만두고 싶었던 애플은 칩 자체 개발을 위해 저전력 프로세서 개발로 유명한 P.A. 반도체를 인수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짐 켈러는 애플로 직장을 다시 옮기게 된다. 애플의 칩 자체 개발 정책에 따라 짐 켈러는 애플 A4, A5 칩 개발에 참여하였고, 애플 헤드 칩 디자이너로 일했다.

AMD에서 ZEN 마이크로아키텍처를 만드는 중 15년 9월에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를 하고 테슬라에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여기서도 그 능력을 발휘하여 기존에 자율주행용으로 쓰던 엔비디아 칩의 10배가 넘는 성능의 칩을 만들어 냈다.(FSD칩, Full-Self Driving)

결국 애플과 테슬라의 첫 독자 반도체 개발에 그가 있었던 것이다.


테슬라 AI 총괄 디렉터 안드레이 카파시


슈퍼 엔지니어 짐 켈러가 테슬라로 와서 자율주행 독자칩 설계를 맡은 것이 2016년. 그리고 바로 이듬해인 2017년, 안드레이 카파시가 테슬라에 들어오게 된다. 스탠퍼드대의 천재 AI 연구자였다가, AI언어 모델 ‘GPT-3’를 개발해 유명해진 연구소 오픈 AI를 거친 뒤, 일론 머스크의 낙점을 받고 테슬라로 영입되어 '테슬라 AI 총괄 책임자'가 된 것이다.

그해 카파시가 처음 들고 나온 용어가 소프트웨어 2.0이었다. ‘비(非)지도 학습’ 즉 인간이 인공신경망에 가이드라인을 세세히 줄 필요 없이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넣어 컴퓨팅파워로 신경망을 학습시키면, 컴퓨터가 알아서 최고의 자율주행 AI에 근접해 간다는 개념이다.

도로주행 중 발생하는 모든 조건을 코딩한 뒤 완벽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2.0 방식이 필요하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의 알고리즘을 다듬어나가는 방식이 정확히 소프트웨어 2.0에 해당하는데, 이 방식이 무서운 것은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더 높은 성능의 컴퓨터에 넣어 신경망 학습을 할수록, 알고리즘의 판단이 점점 더 영리해진다는 점이다.

현재 테슬라는 켈러가 설계한 추론용 자율주행칩을 각 차량에, 슈퍼 빅데이터를 학습시켜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운전 AI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카파시의 방식을 적용한 슈퍼컴퓨터(도조)를 '인공지능 훈련장에' 탑재하였다. 2017년 켈러와 카파시, 그리고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역사적 조우를 한 이후 일어난 일이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기술과 비즈니스가 합류하는 영역에서 서로 비슷한 야망을 품었다.

게이츠는 잡스와 달리 컴퓨터 코딩을 이해했다. 그의 사고방식은 잡스 보다 더 실용적이고 질서 정연했으며, 분석적 처리 능력이 풍부했다. 반대로 잡스는 직관적이고 낭만적이었다. 그는 기술을 유용하게 만들고 디자인에 매력을 불어넣으며 인터페이스를 친화적으로 만드는 데 더 소질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게이츠는 잡스에게 매료되었고, 특히 사람들을 매혹하는 그의 능력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잡스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는 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개인적인 경쟁심은 사업 철학과 관련된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기도 했다. 잡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엔드투엔드 방식을 선호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는 컴퓨터를 만들었다. 반면 게이츠는 여러 회사들이 서로 호환이 가능한 제품들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었으며 또 그런 관점 덕분에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저는 슬프네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때문이 아닙니다. 어쨌든 노력으로 얻은 결과이니까요. 제가 문제 삼는 것은 그저 그들이 삼류 제품만을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 스티브 잡스

그는 기술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었지만,
무엇이 통하는지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운 직감을 갖고 있었어요.

- 빌 게이츠


잡스와 게이츠 그리고 머스크


기술 업계 종사자들은 머스크의 추진력과 원대한 야망을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에 비유한다.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론은 기술을 깊이 이해하고 비전을 달성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며 장기 목표를 향해 단호하게 나아가죠. 일론은 스티브 잡스처럼 소비자 감성을 지녔고, 빌 게이츠처럼 자기 전문 영역 밖에서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는 능력을 지녔어요. 사람들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유전자공학을 이용해 사생아라도 만들어내기를 바랍니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론의 유전자형을 조사해보아야 할 겁니다. - 에디워드 정(전 MS 선임 소프트웨어 설계사)


하지만 머스크를 많이 알수록 세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묶기는 힘들어진다. 잡스도 상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머스크만큼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감독하지는 못했다. 대신 머스크의 경영 방법에는 한계가 있어서 마케팅과 언론 전략을 구사할 때는 세련미가 떨어진다. 발표문을 미리 연습하지도, 연설문을 다듬지도 않고 대부분 자신의 회사에서 발표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잡스는 모든 발표와 언론을 상대하는 순간을 소중하게 다루었다. (part 3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지킬박사와 하이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