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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의 3년, 망각의 30년

책 '존재의 모든 것을'을 읽고

by Book끄적쟁이

*리드비 출판사로부터 '존재의 모든 것을'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한줄평: '모방범'인 줄 알았더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다.


1991년 일본에서 사상 초유의 아동 동시 유괴 사건이 벌어진다. 그중 한 아이는 무사히 구출되지만, 다른 아이는 몸값 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바람에 구출되지 못하고 범인과 함께 종적을 감추고 만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어느 날,

사라졌던 아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공백의 3년' 동안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 소설은 트릭보다는 사회적 범죄에 얽힌 인간군상을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둔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주된 테마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인데,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 중 '조립식 가족', '가족계획' 등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 이야기가 트렌드를 주도했던 것을 생각하면 시의적절해 보인다.


소설은 '공백의 3년, 망각의 30년'이란 시간 간격을 이용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에 대한 편견을 부수고 재정의 한다.


친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늘 어두웠던 아이는 왜 '유괴'라는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난 후, 깔끔한 옷차림에 읽고 쓸 줄 알게 되고, 그림 실력이 늘며 예의범절이 몸에 배게 되었는가?. '학대'와 '애정'의 이 모순적 배치는 사건을 수사, 취재하던 형사, 기자들은 물론 책을 읽는 독자마저도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만든다.


다케시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직군으로 사실화가와 기자를 택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인터넷 공간에서 애매하게 만사가 소비되는 질감 없는 시대, 점점 더 편리를 추구하며 굳이 어딘가에 가서 직접 만지는 경험을 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느낄 수 있게 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이다. 세상이 지금 여기에 있는 '존재'를 잃어 갈수록 반대급부로 사실을 좇고 추구하는 경향도 커져 간다.


발로 뛰어 '실재'를 취재하고 쓰는 기자야 말로,

눈앞에 '존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사실화가야말로,

'존재의 모든 것을' 알리는 '전달자'에 적합하다.


완수하지 못한 사명은 다음과 같은 말들을 통해 후세로 이어진다.


"결국 자네는 왜 신문기자를 하는 건가?"


"설령 만나지 못해도 그림으로 이어질 수는 있어. 사실화를 그린다는 건 '존재'를 생각하는 거야."

'맡겨진 사명'을 이어받으면 남은 더 이상 남이 아니다. 누가 봐도 그들은 '가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년이 다가오자 몬덴은 '맡기는 행복'을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가 자식에게 마음을 맡기고, 선배가 후배에게 경험을 맡기고 사회는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이 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아쉬움과 원통함은 누군가에게 맡김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 받아 주는 사람이 있다. 몬덴은 그 행복이 느껴지는 지금이 눈부시다.' - '존재의 모든 것을' 중에서


이 책은 미스터리와 감성이 조합된 일종의 반반치킨이다. 평소 반반치킨, 짬짜면 류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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