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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Sep 19. 2023

악은 더 큰 악으로 제압한다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27. 프로메테우스, E=mc² 1부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27.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E=mc² 1부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불안과 분노, 죽음에 이르는 병


오펜하이머의 진두지휘 아래 만들어진 원자 폭탄은 나치스 독일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대량살상무기이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홀로코스트로 대변되는 나치스 독일의 만행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 과학자들들이 미국의 힘을 빌어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면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폭탄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힘의 우위가 엇비슷해진 1, 2인자 사이의 '불안과 분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인자의 불안과 공포 : '이놈이 어느새 이렇게 세력을 키웠지? 자칫하다간 내가 가진 걸 다 빼앗기겠어')

(2인자의 야심과 분노 : '내가 쟤보다 못한 게 뭐야? 더 이상 저놈이 정한 규칙에 휘둘리지 않겠어!')

서로를 향한 '불안과 분노'는 상대를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파괴의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잠시 시계를 조금 되돌려 보자.


국가 경쟁(영국과 독일)


1900년까지 두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영국은 막강한 해군력을 가지고 '바다를 지배'함으로써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여 통치했다. 하지만 1911년의 영국은 예전의 영국이 아니었다. 러시아, 프랑스,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까지 급속한 경제성장과 군사력을 증강을 바탕으로 자기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여 기존 '영국의 영역'이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특히 식민지 개척에 뒤쳐져 조바심이 난 독일이 강력한 전함을 빠르게 늘리는 모습은 '원조 바다의 왕자' 영국에겐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두 나라의 전함 건조 경쟁(대량살상무기)은 3년 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약 1,000만의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렀다.

(왼)독일 카이저급 전함, (오) 영국 오라이언급 전함, 출처: 나무위키


민족 경쟁(유대인과 게르만족)


전쟁을 한다는 것은 막대한 군사비를 세금, 보유한 금, 빌린 돈 등으로 지출한다는 것이고, 패배는 거기에 엄청난 전쟁배상금이 더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상황이 딱 그랬다. 밀린 군비와 배상금 지급을 위해 찍어내던 독일 바이마르 정부의 돈, '마르크'는 3년 만에 1억 배가 오르는 등 휴지조각으로 전락해 버렸다. 가까스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잡고 나자, 이번엔 미국 대공황의 여파로 장기불황이 닥쳤다. 연이은 충격에 독일 국민들은 제정신이 아니었고 원망의 대상을 찾게 되었다. 그러한 배경하에 선택받은 것이 노골적인 반유대주의를 표방한 나치 정권이다. 유대금융자본과 유대인 '마르크스'가 만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독일 몰락의 주범이니 이들을 몰아내고 위대한 독일 게르만 민족혼을 되살리자는 외침에 온 나라가 휩쓸렸다. 결국 당시 잘 나가던 유대인에 대한 부러움과 분노가 나치즘(대량살상무기)을 낳았고,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나치스 독일에 대한 유대인의 불안과 공포가 원자 폭탄(대량살상무기) 제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두 살상무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700만 명에 달한다.

원자폭탄 제작 설득자, 설계자, 계산자, 완성자가 모두 유대인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아인슈타인, 페르미, 노이만, 오펜하이머, 출처: 나무위키

체제 경쟁(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원자 폭탄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 자본주의 대표 국가 미국에게 소련으로 대변되는 공산주의 체제의 부상은 불안과 공포 그 자체였다.  공산주의가 '자유의 땅 아메리카'를 오염시킬 것이라는 적색공포(레드 콤플렉스)는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으로 이어져, 미국에 승리를 가져다준 '원자 폭탄의 아버지 오페하이머'마저 꺼꾸러뜨렸다. 급기야 1949년 소련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면서, 양 체제는 무제한 핵무기 개발 경쟁(대량살상무기)에 돌입했는데, 최초 원자 폭탄 위력의 60배에 이르는 수소 폭탄을 수백, 수천 개 보유하기에 이른다. 이후 수십 년 간의 냉전은 약 3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전쟁을 비롯해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냈다.

출처: 뉴시스


파괴적 연쇄 반응의 결말


복수는 끝나지 않는다. 서로가 지키려고 했던 것이 이미 파괴되고 없는 상황에서도 '증오'의 감정만은 남아 끝없이 '파괴의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량살상무기'는 점점 더 위력을 더해 원자 폭탄 개발 이후로는, 인류 스스로 운명을 끝장낼 능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어쩌면 다음번 라이벌 사이의 '불안과 분노'에 의해 우리 스스로 역사 속에서 셀프퇴장당할 수도 있다. 지난 5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1, 2인자의 첨예한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던 16차례의 사례에서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되었다. 그만큼 대화와 타협을 통한 긴장 완화와 양보는 확률이 높지도, 쉬운 일도 아니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는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부에서 계속...)


오늘 읽은 책 한쪽이

내일의 나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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