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 (Alo)?? 올라 (Ola)!!
리스본 국제공항의 입국심사 대기줄은 구불구불 아주 길었다.
게다가 당최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거의 멈춘 듯이 조금씩 주춤거리며 움직였다.
달리 할 일이 없어 멀뚱히 눈에 들어오는 대로 하릴없이 사람 구경을 했다. 역시나 동양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미국인, 아닌가 영국인가?
보이프렌드 얘기를 하며 깔깔거리는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은 친구끼리 여행을 온 걸까?
주위를 둘러보며, 150 cm를 간신히 넘는 내 키가 아주 작은 키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리스본 공항은 작고 아담했다.
짐 찾는 곳을 지나 무빙워크 하나 걸어서 나오는데 바로 공항밖 풍경까지 한눈에 담긴다.
공항 풍경이 아담하고 차분해서 낯선 나라에 첫 발을 디뎠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주 편안했다.
복잡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딱 필요한 것만 있는 곳.
마치 우리나라 시외버스 터미널 같은 느낌이다.
리스본 공항에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미션은 리스보아카드 수령하기.
여기저기 헤매고 다닐 필요 없이 리스보아카드 교환소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우버 택시 타는 곳을 알려주는 안내문도 곧바로 시야에 확 들어온다. 시원한 주스 생각이 간절한데 테이크아웃 카페 겸 편의점 같은 곳도 불과 몇 걸음 앞에 있다.
한 자리에서 고개만 좌우로 돌렸을 뿐인데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다 보인다.
리스보아 카드 바우처를 내밀고 실물 카드로 바꾸는데, 안내직원이 카드사용을 시작한 날짜와 시각을 카드에 적으라고 조언해 준다. 리스보아카드는 사용시작과 동시에 사용가능시간이 카운트다운되니 헷갈리지 말라고 그런 듯싶다.
근데 뭐 고작 이틀간 사용할 카드인데 헷갈리고 말고 할 것이 무엔가. 이런 간단한 것은 기록의 영역이 아니라 기억의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이틀간 알뜰하고 야물딱지게 리스보아 카드를 잘 써먹는 것이다.
카드교환소 직원이 무척이나 친절하여 내친김에 우버택시 타는 곳을 확인차 물어보았다.
공항 출입구 한쪽에 붙어있는 우버 승강장 안내문을 이미 봤다만 만사불여튼튼이다.
"왼쪽으로 가면 나가는 문이 있고 문을 나가서 또 왼쪽으로 가면 우버택시를 탈 수 있다."
손짓으로 방향까지 휙휙 가리키며 상세히 알려준다.
공항 안에서부터 호객을 하는 일반 택시 기사들의 눈길을 애써 피하며 우버 타는 쪽으로 계속 이동.
밖으로 나오니 길바닥에도 우버 승강장으로 가는 방향이 그려져 있다. 바닥을 보며 방향 표시가 끝나는 곳까지 걸었는데 어랍쇼, 택시 승강장이 보이질 않는다.
붉은 기둥에 P2라고 적힌 너른 주차장은 분명 우버 승강장이라는데, 게다가 사람들과 차들로 왁자하게 붐비는데도 정작 택시는 한 대도 안 보인다.
잠시 당황.
잘 모를 때는 일단 멈추고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을 해도 모를 때는 물어봐야지.
근처에 서 있는 여자분에게 우버를 어디서 타는지를 물어보았다.
대답하기를 '바로 이곳이 우버를 타는 곳이고 여기서는 우버만 탈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우버만 탈 수 있는 곳이라는데 사방천지에 택시가 안 보이니 답답하다.
어쨌든 일단 택시를 불러보는 것으로.
우버앱을 켜고 우리 위치를 확인하고 목적지인 <로시오 가든 호텔>을 재차 확인한 후 택시를 불렀다.
오전 11시경 국제공항 앞인데도 택시가 제꺼덕 바로 잡힌다.
택시번호를 입으로 달달 외우면서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가까이 오는 차 번호판을 일일이 확인했다.
택시 도착 3분전..1분전..앱에 뜨는 실시간 알림을 보며 마음을 졸이는데, 드디어 스르르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바로 그 택시.
택시에서 내리는 기사에게 함빡 웃음을 띤 채 인사를 했다.
"알로~"
준비하고 벼른 나의 첫 포르투갈어 인사..원래는 "올라~"
억양까지 신경 써서 연습했건만 역시 실전은 어렵다.
알고 보니 '알로>\'는 포르투갈어로 '여보세요'라는 뜻이라고.
택시 안은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향으로 가득했다.
이 독특하고 기분 좋은 향은 이후 우리가 리스본에서 탔던 다른 택시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 심지어 시내 중심가 식당에서 계산하고 나올 때 건네준 작은 물티슈에서도 이 향이 났다.
"리스본은 이 방향제를 공동구매하나??"
리스본 여행 중에 딸이 한 말이다.
무사히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
비로소 공항 근처 리스본의 거리와 건물과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와 기후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거리 풍경은 이국적인 느낌이 별로 없다. 서울의 어느 거리, 대구의 어느 골목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풍경이다.
다만 인천공항을 떠난 지 불과 채 하루가 되지 않아서 유럽의 서쪽 끝에서 택시를 타고 있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모든 택시 지붕에는 당연히 택시 갓등이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우버택시에도 모자, 즉 택시 갓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우버택시는 외형상 승용차와 구분이 안 간다. P2 주차장을 오가던 무수한 자동차들, 가족과 지인들 태우러 나온 픽업차량처럼 보인 차들이 죄다 우버택시였던 거다.
그러니 포르투갈에서 처음 우버를 타시는 분들은 유념하시라. 포르투갈 우버에는 모자가 없다는 것을.
우왕좌왕 자유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맞닥뜨리는 문제를 하나씩 스스로 해결하는 재미라고나 할까.
물론 순순히 잘 해결이 되었을 때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