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벗들의 기억
나와 연결된 사람들 모임의 성격이 한 해 사이에 확연히 달라졌다.
나의 모든 관심사와 생각들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다른 문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내게 불필요한 것을 구별하여 거침없이 걷어내고 사랑하는 무엇으로 내 주위를 채우는 즐거움.
내가 다른 이를 위해 등불을 켤 동안 내 발밑을 비춰 주는 멋진 사람들.
바로 이게 요즘 내가 삶을 즐기는 방식이다.
한동안은 순진무구라는 단어보다 더한 것이 있다면 내 이름표에 붙이고 다녔을 만큼 한심했다.
뒤늦게 시작한 디지털 공부가 어려웠던 내가 보기엔 모든 모임과 수많은 강의, 책들이 다 필요해 보였으니까.
그리고 무엇이 어디에 속한 것인지도 모른 채 관련지어 생각하거나 이해했다고 여기면서 계속 앞으로 나가기만 했다. 얼른 무지의 바다에서 탈출하고픈 마음, 그 간절함이 조급하게 몰아갔고 분별하는 나를 의심했다.
알면서도 속고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은 혼란의 카오스를 넘어 그 모든 것이 와장창 깨어지는 순간까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나는 치밀하지 못한 나의 생각에 반성의 거울을 들이대며 한동안 뚫어지게 응시한다.
어쩌면 이런 경험이 새로운 도전의 길에 자라는 잡초만큼 허다할 텐데 너무 설레발치며 실망한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본다. 사람도 공부도 매일 같이 쌓이는 많은 일도 나를 에워싼 채 힘들게 한다면 스스로 벗어나면 그뿐이다.
그래, 별거 아닌 일로 실망이라니, 상한 우유를 마셔봐야 신선함에 대한 이야기 할 수 있는 법.
이마저도 조급했던 나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격려를 안긴다.
어느 날 어느 시점에서 멈춰,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갈지 고민하는 나에게 고요를 찾아 준다.
평소에도 생각이 많지만 나는 그런 나에게 더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며 기다려주는 것이다.
다그치는 어리석음은 벗어던지고 대신 새 마음 한 벌 꺼내 입는다.
모든 일의 시작은 즐거움이어야 한다.
나는 그랬다. 즐거우면 20년도 하는데 아니면 두 번을 못하는 나를 누가 말릴까.
즐거움에서 시작하고, 스스로 재미를 만들어 실력을 키우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열정을 부표처럼 끌어안고 해가 뜨는 무지의 바다를 나아간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나는 반가운 또 다른 부표들을 만났다.
홀로 버텨내는 시간에 주어지는 고독한 자의 외로움은 아무나 가질 수 없고, 바로 그 외로움 속에서 나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버틴 자들의 만남은 눈부시게 찬란하다.
나의 벗들은 모두, 눈부시게 찬란한 버틴 자들이다.
이제 그들과 함께 글 쓰는 시간, 서로의 글 속에 담긴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 댓글에 고마움을 달고 사랑을 표하는 시간, 그리고 하루 안에 과거와 오늘, 꿈을 기억하는 이 시공간의 울림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섣달 달빛이 짙어가고 차가운 별빛이 일렁이는 밤.
또다시 버틴 자들의 황홀한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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