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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향기마을 Jan 26. 2023

설마 그러진 않겠지만,

초심보다 설렘

처음 하는 그 모든 것의 설렘을 나는 사랑하는 것 같다.

그것은 오직 처음에만 느낄 수 있으므로.


그 설렘을 모으고 기억하며 아주 오랫동안 꺼내본다.

적어도 나에겐 초심보다 훨씬 매럭적이고

가슴 한편에 두고 키우기에 아주 좋은 별난 취미다.






상상하는 즐거움에 비하면

어쩌면 애틋한 향수에 가까운 이 감정은

가슴이 메마르지 않도록 틈틈이 뿌려주는 오일에 가깝다.


인간의 기억이 그리 쓸만한 것이 아닐 때,

그러니까 분명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겪은 일인데

시간이 지나 기억이라는 상자를 열어 보면

어처구니없게도 남아있는 감정의 결정이 다를 때,


정말 다를 때 허무함을 느끼곤 했다.

이것저것 말할 필요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허무함에

바싹 말라버린 기억은

한 줌 바람만 불어도 산산이 흩어졌다.


우주의 먼지로 스쳐온 시간 속에,

밤과 밤사이 숱한 새벽을 건너 다니며 애쓴 노력들이

만일 살아있다면

증인으로 부르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건 다 잊어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시작했는지

시작하면서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그 기억만은 살려두고 싶었다.


누가 뭐라든,

자기들 마음대로 내 눈물을 얼룩이라 떠들어도

내가 잊지 않고 온전히 그토록 뜨겁다면

저장해 둔 에너지바처럼

언제든 알알이 처음 설렘의 맛을 삼키고

흔들리는 의지를 잡아 고삐를 쥐고 박차를 가할 수 있을테니까.






이미 지나가버린 것은 그때의 그들이고

여전히 살아 인간의 꿈을 향해 나가는 것은 지금의 나기에


설마 그러진 않겠지만,


처음의 그 순수한 설렘에 사랑의 오일을 듬뿍 발라 서늘한 겨울볕에 두고

산뜻하게 말려 광을 내어 걸어두고 싶다.


어쩌면

30년 내 사랑도, 20년 내 일도, 지금의 내 꿈도

별난 취미 덕에

잘 손질되어


모래알 허무함 속에서도

이렇게 글로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겠지.












#설렘 #기억 #초심 #감성에세이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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