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와 신뢰

'시도'하기도 어려운데 '믿기'까지 해야 뭐라도 된다고?

by B의취향

모건 하우젤은 <돈의 심리학>에서 런던 대역병의 연대기를 썼던 영국의 소설가 대니얼 디포가 1722년에 한 말을 인용했다.


사람들은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예언과 점성술적 주술, 어리석은 미신에 중독됐다. (중략) 달력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략) 주택의 기둥과 거리 모퉁이에는 자신에게 치료책이 있다고, 자신을 찾아오라는 의사나 무식한 자들의 광고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런 전단은 보통 다음과 같은 과장된 문구로 시작했다. '틀림없는 역병 예방약.' '감염을 막아주는 확실한 보존제.' '공기 오염을 막아주는 특효 약물.'


이 내용을 보면서 머릿속에 자동 반사처럼 내 인스타 릴스들이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은 전단지를 덕지덕지 붙일 수 있는 주택의 기둥과 거리 모퉁이였다. 그리고 거기 붙은 전단지들은 하나같이 과장된 문구로 광고를 하고 있다. '출근 안 하고 잠을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월 1000만 원, 억대 연봉 이렇게 하면 됩니다.' '자동화수익으로 경제적 자유 달성. 당신에게만 확실한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처음에는 혹했다. 저 안에서 자신의 성공을 당당하고 뿌듯하게 이야기하는 분들의 모습은 신뢰를 주기 충분했다. 지금 얼마나 자유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쉬지 않고 보여주기에 나도 금세 저런 모습이 될 것만 같았다. 상상은 자유니까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이 아니고, 나는 대가 없는 일은 없다고 믿는 지극히 현실적 인간이라서 상상은 찰나에 그치고 말았다.


언제부터, 어떻게 반복된 알고리즘의 타깃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인스타그램은 쉼 없이 새로운 부업, 창업, 인생역전 사례를 쏟아 낸다. 한참을 접속하지 않았다가 오랜만에 열어봐도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것이 쉼 없이, 지치지도 않고, 일을 해내는 AI 시대의 맛보기인가 싶어 져서 재빨리 인스타그램을 종료했다. 아, 알고리즘의 저주인가.


알고리즘의 저주 속에서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어떤 일이나 성공에는 두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시도와 신뢰. 일단 하는 것이 반이라면 완주는 신뢰의 영역인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만나는 이들은 시도를 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일단 시도하는 것. 그게 나와 그들의 차이점일지도 모르겠다. 머리로 걱정을 사서 하고, 발생할 문제들을 고민하고, 내가 잃게 될 것이 무엇인지 재고 따지는 과정대신 일단 시도하는 힘. 이 부분만큼은 꼭 한번 배우고 싶다. 시도의 다음은 신뢰다. 시도만 하고 신뢰하지 않으면 결국 어떤 결승선도 밞아 볼 수 없다. 방향을 신뢰해야 계속 달릴 수 있고,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움직이고 애쓰는 시간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 믿어야 뭐라도 된다. 이건 내가 늘 되새기는 말이기도 하다. 시작 전에는 이렇게 생각을 번잡하게 하는 인간이지만, 일단 시작이 된 후에는 무조건 믿는다. 믿어야 뭐라고 된다고 믿기 때문에. 그래서 시작이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작을 하고 나면 믿어 버릴 테니까. 결국 믿음의 문제인가.


돈은 중요하다. 돈이 없으면 행복의 필수 조건이 부재한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돈만 버는 것, 혹은 막상 해보면 끝없는 노력이 필수적인 일,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리스크까지 짊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최근에는 몸을 쓰는 일, 적은 돈을 벌어도 내 몸을 움직여 등가를 성립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 같다. 그건 믿을 수 있다고 느낀다. 믿을수록 긍정의 영역이 커질 거라 느낀다. 머리만 비대한 인간이 아닌, 머리와 몸의 밸런스가 좋은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거, 어떻게 하는 건데? (한숨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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