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인 생활자가 파스타를 자주 먹는지 알게 된 것 같아...!
집순이 생활이 길어질수록 음식을 먹는 횟수가 줄어든다. 사실 움직임이 크지 않아서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도 이유이고, 먹던 대로 계속 먹으면 금세 살이 찌니 운동을 피하는 대신 먹는 거라도 줄이자는 마음도 있어서이다. 그래서 하루 한 끼를 먹는 날이 대부분인데 그 마저 귀찮을 때가 많다. 유튜브에 음식과 관련해 밀프랩 영상이 왜 그렇게 많은지, 그들이 왜 냉동실 가득 밀프랩을 만들어 두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만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하 포인트. 파스타라는 음식이 정말 만능이라는 사실이다. 면을 익혀서 어떤 내용물을 넣느냐에 따라 맛은 달라지고, 소스 하나만 있어도 쉽고 만들 수 있고, 생각보다 설거지도 적다. 포만감, 맛, 있어빌리티(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면), 간편함까지. 세프의 파스타가 아닌, 가정집 파스타는 귀차니즘 가득한 인간의 한 끼 식사를 대체하기에 그나마 가장 덜 애써야 하는 음식인 셈이다. 그래서 오늘의 메뉴 역시 '파스타'이다.
오늘의 메뉴는 원팬 명란 파스타
#1.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 한 숟가락을 넣어 볶는다. 기호에 따라 파나 양파를 같이 볶아도 괜찮은데, 귀찮으면 굳이 없어도 된다. 페퍼론치노를 살짝 뿌리면 매콤한 맛이 추가돼서 좀 더 맛있었다.
#2. 마늘이 노릇해지면 물을 붓는다. 500ml 정도 부어야 하는데, 눈대중으로 면이 잠길 정도면 된다. 식감이 있는 알단테가 아니라 더 부드러운 파스타가 취향이라면 끓이는 시간이 길어지니 물을 조금 더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
#3. 먹을 만큼의 파스타 면을 넣고 참치액 1숟가락, 소금 1/2숟가락을 넣었다. 버터도 20g 정도 면 위에 올려 준다. 개별 포장된 버터 한 조각을 썼다.
#4. 지금부터는 15분 정도, 물이 절반 이상 사라질 때까지 끓이면 된다. 팬에 면이 붙지 않게 가끔 저어주며 끓인다. 나는 집에 있는 만능육수 가루를 하나 뿌렸는데 기대는 감칠맛 상승이었으나 잘못하면 짜지기만 할 수 있다. 반대로 소금 대신 널고 간을 봐서 소금을 나중에 뿌리는 방법도 괜찮았다.
#5. 물이 소량 남아 있고 면이 충분히 익었다면 명란을 넣어준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개별 포장된 명란을 사용했다. 명란에서 알만 긁어서 써도 되지만 번거롭다. 살짝 옆길로 새는 이야기지만 코스트코 소분명란은 맵고 짠맛이 강하다. 그래서 파스타에 하나만 넣어도 적당한 간과 맵기를 만들어 준다.
#6. 지금부터 면에 명란이 들러붙도록 마구 휘저어 준다. 버터를 넣어서 살짝 걸쭉해진 소스와 명란이 잘 섞이도록 하면 된다.
#7. 붉은 점들이 면에 붙었다고 생각되면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아 완성! 올리브나 치즈 등 먹고 싶은 한입거리를 곁들여도 좋다. 나는 소스 양이 조금 많아 바게트 빵 한 조각까지 추가해서 흡입했다.
이렇게 먹은 한 끼들이 결국 나의 세계이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것이 편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어쩌면 몇 년 안에 한 알만 먹으면 필수 영양소가 충족되는 알약이 진짜 시판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따뜻한 음식을 먹을 때 느껴지는 감각은 대체하기 어렵지 않을까. 막상 만들기 시작할 때는 귀찮아 죽을 것 같지만 만들어서 한 입 먹으면 그래도 하길 잘했다 싶은 마음이 든다. 세상의 일이 대체로 이런 수순인 거 같다. 하기 전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지만, 막상 해보면 남는 것이 있는 것. 그런 일들이 하나씩 쌓여 지금의 나와 내가 사는 세계를 완성한 것이 아닐까.
AI 기술이 세상의 속도를 1억 배쯤 높여 놓은 기분이다. 온라인 세상의 소식들을 보다 보면 멈춰있는 나를 지나처 매일 엄청난 속도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당연히 불안하고 걱정이 커질 수밖에. 이렇게 도태되어 AI의 반려인간, 애완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상상이 끝 모르고 암울하게 흐르기도 한다. 그럴 때 직접 만들어 내 입에 넣어주는 한 끼가 꽤 괜찮은 안정제가 되어 준다. 한 끼의 음식을 먹을 시간만큼 흘렀다는 인지를 하게 만든달까.
세상은 물론 미친 속도감을 자랑하며 발전하고 또 발전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에 사는 인간인 나는 한 끼 따뜻하게, 맛있게 먹는 일에 더 몰두해보려고 한다.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어리석은 일일지 몰라도, 일단 내 행복이나 찾고 볼 일이다. 나머지는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뭐! 'AI의 애완인간... 나쁘지 않아. 심성 좋은 AI 주인을 만나려면 지금부터 AI에게 예의 있게 이야기를 해야겠다'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일단 맛있게 먹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