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일기] 떡국떡 떡볶이

스트레스 해소엔 떡볶이만 한 게 없긴 하지

by B의취향


명절 연휴도 끝났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2026년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나를, 현실의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거 원,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쉬는 날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시원하게 먹고 놀았는데, 다들 일터로 돌아가는 날이 되니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린다. 돌아갈 곳이 있을 때 쉬는 것도 즐겁다고 했던가. 나는 일터 대신 나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내가 만든 일상의 루틴을 되살리는 하루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가라앉는 건 어쩌질 못하겠다. 이럴 때는 스트레스 해소 음식이라도 먹어야 할 일이다. 요상하게 떡볶이가 먹고 싶은 것을 보니 역시 우울할 때는 떡볶이 앞으로 가라는 말이 진리인가.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될 일이다. 떡볶이 먹고 마음도, 생각도, 일상도 풀어보자!


오늘의 메뉴는 떡국떡으로 만든 떡볶이


#1. 명절에 먹었던 떡국떡을 물에 불린다. 혼자 먹을 양이니 크게 두 주먹 정도(못해도 50개는 되지 않을까) 준비했다.


#2. 재료는 고추장, 간장, 설탕만 있으면 된다. 떡볶이에 들어간 어묵을 좋아해서 어묵 한 봉지(4장 들어 있음)와 냉장고에 있던 파도 한 대 준비했다. 파는 큼직하게 4등분 하고 절반씩 잘랐다. 어묵은 삼각형 모양으로 잘랐는데 4장을 다 넣으면 떡볶이가 아니라 어묵볶이가 되기 때문에 2장만 사용했다. 남은 2장은 계란물 입혀서 어묵전처럼 구워 맥주 안주로 킵했다.


#3. 프라이팬에 아보카도 오일을 두르고(유튜브 레시피에서는 식용유를 사용하라고 했는데 식용유가 없기도 하고 대부분의 음식을 아보카도 오일로 하고 있어서 그냥 쓰던 걸 썼다. 같은 기름이니까 괜찮겠지!) 고추장 2숟가락을 넣어 기름이 없어질 때까지 중불에 볶았다. 고추장이 볶아지면 가운데에 진간장 1숟가락을 넣고 간장도 살짝 끓게 둔다. 간장이 끓으면 고차장과 섞어 준 후 알룰로스 1숟가락 반 정도를 넣어 같이 볶았다.


#4. 고추장 양념이 불에 달달 볶아졌으면 물을 600ml 정도 부어준다. 나는 국물이 살짝 자작한 떡볶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물을 조금 더 넣었다. 물을 넣은 후 썰어 놓은 어묵과 파도 함께 넣고 끓인다. 이때 가루 육수 한 포를 같이 넣었다. 역시 감칠맛이 있어야 뭐든 맛있으니까!


#5. 어묵은 통통해지고 물을 끓으면 불린 떡을 넣어준다. 떡이 둥실 뜰 때까지 익혀준다. 면도 함께 먹고 싶은데 당면은 없고 라면은 부담스러울 때 딱 떠오른 것이 컵누들. 컵누들 면만 넣어서 함께 끓였다.


#6. 전부 익으면 약한 불로 바꾸고 물이 조금 더 줄어들 때까지 졸인다. 이때 후추를 넣었는데 거의 20번은 갈아 넣은 것 같다. 순후추를 넣으면 어쩐지 매울 것 같아 갈갈 후추를 사용했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후추가 살짝 씹히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7. 떡은 익고 물은 자작하면 완성. 나는 순정으로 먹었지만, 졸일 때 치즈 2장 정도 올려서 녹을 때까지 두면 조금 더 고오급 스러운 맛이 난다. 양념에 딱 3가지만 썼는데(육수 가루까지 4가지인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맵찔이라 매운 것을 전혀 못 먹기 때문에 맵지 않은 떡볶이 버전임을 밝힌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여전히 사는 일이 어렵다. 마음을 챙기고 스스로 꽤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도 어렵다. 최근 시간이 많아지면서 과거의 나를 하나씩 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지금의 나는 결국 그 모든 시간의 합으로 이뤄졌으니까. 후회되는 순간도, 아까운 상황도, 어리석어 부끄러운 시간도 있다. 과거의 나는 결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면 된 거지 싶은 마음이 따라온다. 지금의 나 역시 모자란 사람이다. 심지어 나이까지 더 먹은,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거면 되지 않을까? 이러쿵저러쿵해도 힘내고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된 거 아닐까. 떡볶이를 앞에 두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들어 보는 떡볶이가 생각보다 맛이 좋아 이 정도면 됐지 싶어서, 덩달아 나 자신에게도 관대해졌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맛있는 떡볶이 앞에 두고 양껏 먹을 수 있으면 됐지. 역시 내 행복은 음식에서 가까울수록 커지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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