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튀어! 19세기 러시아판 '우리 이혼했어요'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러시아 귀족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걸작이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마치 당시 러시아 상류 사회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갈등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주인공 안나를 살펴보자. 그녀는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동시에 매우 복잡한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고위 관료의 아내로서 안정된 삶을 살다가 젊은 장교와의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당시 사회의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파격적인 행동이었을 것이다.
한편 레빈과 키티의 이야기는 안나의 스토리와는 대조적이다.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아 보인다. 하지만 레빈의 끊임없는 철학적 고민은 이 동화에 깊이를 더해준다.
이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 19세기 러시아 귀족 사회는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 화려한 무도회, 사교 모임, 그리고 끝없는 가십거리... 현대의 소셜 미디어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톨스토이는 이 화려한 무대 위에서 인생의 큰 질문들을 던진다. 사랑이 뭐야? 결혼은 왜 해? 인생의 의미는 뭐지? 마치 술에 취해 새벽에 하는 진지한 대화 같다. 다만 이 대화가 800페이지나 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옥스퍼드 월드 클래식 영어판 기준)
이 소설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어떤가? 마치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자, 이제부터 아주 흥미진진한 불행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긴장하시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안나 카레니나'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안나? 아니면 키티? 혹시 레빈은 아닌가요?" 그리고 동시에 이 작품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걱정 마세요, 당신의 인생이 꼬여봤자 안나만큼 비극적이진 않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내 삶이 얼마나 평범한지 안도하게 된다. 적어도 나는 기차역에서 투신자살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19세기 러시아 귀족들의 삶이 오늘날의 리얼리티 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살짝 배신감을 느낀다.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것일까?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후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안나는 고위 관료 카레닌의 아내로, 젊고 매력적인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다. 안나는 결국 남편과 아들을 떠나 브론스키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한편, 지주 레빈은 키티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동시에 삶의 의미를 찾아 고뇌한다. 안나는 사회적 냉대와 브론스키와의 관계 악화로 점점 불행해지고,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반면 레빈과 키티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 안나 카레니나: 아름답고 열정적인 여주인공. 사회적 관습에 도전하는 복잡한 성격의 인물이다.
• 알렉세이 브론스키: 안나와 사랑에 빠지는 젊고 매력적인 장교. 열정적이지만 사회적 압박에 취약한 면을 보인다.
• 알렉세이 카레닌: 안나의 남편. 고위 관료이며 체면과 의무를 중시하는 엄격한 성격의 인물이다.
• 콘스탄틴 레빈: 이상주의적인 지주. 농업 개혁에 관심이 많으며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철학적 인물이다.
• 키티: 레빈의 연인이자 후에 아내가 되는 인물. 순수하고 성실한 성격으로 작품 내에서 성장을 보여준다.
• 사랑과 결혼: 안나와 브론스키의 열정적인 사랑, 레빈과 키티의 안정적인 사랑이 대조를 이루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탐구한다.
• 사회적 관습과 개인의 욕망: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가 사회적 규범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갈등을 다룬다.
• 도시와 농촌의 대비: 페테르부르크의 귀족 사회와 레빈의 농촌 생활을 대조하여 당시 러시아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보여준다.
• 종교와 철학: 레빈을 통해 삶의 의미와 종교적 신념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고찰을 제시한다.
• 가족의 의미: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중요성을 탐구하며, 사회의 기본 단위로서의 가족의 역할을 조명한다.
'안나 카레니나'는 1873년부터 1877년까지 연재되었으며,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러시아가 근대화를 겪으며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갈등하던 때였다. 마치 요즘 우리가 겪는 '꼰대 vs 밀레니얼' 갈등의 19세기 버전이라고나 할까?
농노 해방 이후의 사회 변화, 서구화에 따른 가치관의 충돌, 귀족 계급의 몰락 등 당시의 사회적 이슈들이 작품 속에 반영되어 있다. 그야말로 19세기 러시아의 '핫'했던 이슈들이 총망라된 셈이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으며, 지금까지도 세계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되었는데, 어쩌면 톨스토이는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대서사시이자, 깊이 있는 철학 에세이이며, 동시에 날카로운 사회 비평서이다. 이 모든 것을 방대한 분량에 담아낸 톨스토이, 그는 과연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