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멈춘 세상

도서관이 북적인다

by 북블레이더

진영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지하철에 올랐다.


눈은 한참 전부터 화면에 고정되어 손가락은 끊임없이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화면이 멈췄다. 처음에는 단순한 버퍼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뭐야, 이거?" 진영이는 중얼거렸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놀랍게도 모든 사람들이 그녀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어떤 이는 폰을 흔들고, 어떤 이는 재부팅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진영이는 평소보다 일찍 내렸다. 거리로 나오자 더 큰 혼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등은 작동을 멈췄고, 전광판들은 모두 꺼져 있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어, 저기요!" 진영이는 옆에 있던 중년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아가씨. 인터넷이 완전히 마비된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요."


진영이는 믿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어떻게 그런 일이..."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거리 한복판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이봐요, 여러분! 이건 다 정부의 음모라고요! 우리를 통제하려는 거예요!"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진영이는 그 순간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진영이는 TV를 켰다. 다행히 방송은 나오고 있었다.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각국 정부와 주요 IT 기업들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영이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질문으로 가득했다. 이게 얼마나 오래 갈까? 일은 어떡하지? 가족들은 괜찮을까?


다음 날, 진영이는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거리는 전날보다 더 혼잡했다. 사람들은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고, 식료품점 앞에도 사재기를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유소 앞에는 긴 차량 행렬이 늘어서 있었고, 약국에는 의약품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회사에 도착한 진영이를 맞이한 건 혼돈 그 자체였다. 이메일도, 메신저도, 클라우드도 모두 사용할 수 없었다. 모든 업무가 마비된 상태였다.


"진영 씨, 빨리 와요!" 팀장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우리 지금 큰일 났어요. 클라우드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가 없어요. 고객 정보, 계약서, 프로젝트 파일... 모든 게 다요!"


진영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어떡하죠, 팀장님?"


"일단 기억나는 대로 종이에 적어야겠어요. 그리고 PC에 백업파일이 있는지 확인해봐요. 아, 맞다! 진영 씨, 지금 당장 주요 고객사에 연락해서 상황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요. 전화로요!"


진영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전화기를 들었다. 그녀는 평소에 이메일로만 소통하던 고객사 담당자들과 직접 통화를 해야 했다. 어색하고 불편한 대화가 이어졌다.


"네, 죄송합니다. 저희도 현재 상황을 파악 중입니다. 네, 맞습니다. 모든 시스템이 다운되어... 네? 계약서요? 아, 그게..."


한편, 회사의 다른 부서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해외 지사와의 연락이 두절되어 중요한 국제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또한,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는 직원들 사이에 불안한 대화가 오갔다.


"야, 이거 혹시 해고되는 거 아냐? 회사가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을까?"


"맞아, 난 대출금 갚아야 하는데... 월급은 제때 나올까?"


진영이는 묵묵히 밥을 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정말 큰일이겠는걸...'


며칠이 지나고, 사람들은 점차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 갔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은행 시스템이 마비되어 일부 사람들은 생활비조차 인출하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전자 의료 기록에 접근할 수 없어 응급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졌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학습 자료를 사용할 수 없어 수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진영이의 회사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몇몇 프로젝트는 중단되었고, 일부 직원들은 무급휴직을 떠나야 했다. 진영이도 급여 삭감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을 찾아갔다. 동네 게시판이 부활하여 중요한 정보 공유의 장이 되었다.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회사들은 아날로그 방식의 업무 프로세스를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나고, 드디어 인터넷이 복구되었다. 원인은 태양풍으로 인한 전자기 펄스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무언가가 변했음을 느꼈다.


진영이의 회사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오프라인 백업 시스템을 강화하고, 비상 대응 매뉴얼을 새로 만들었다. 또한, 과도한 디지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 증가와 업무 효율성 저하로 인해 회사 내부에서는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진영이 역시 변화를 겪었다. 그녀는 매일 저녁 일정 시간 동안 의도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끄고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업무량은 여전히 많았고,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일해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일부 기업들은 '아날로그 데이'를 도입하여 직원들의 디지털 의존도를 줄이려 했고, 학교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함께 아날로그 생존 기술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정부는 주요 시설의 백업 시스템을 강화하고 비상 대응 체계를 재정비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들이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이들은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존재했고, 때로는 더욱 첨예해지기도 했다.


인터넷 중단 사태 이후 1년, 진영이는 여전히 그때의 경험을 곱씹곤 했다.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덜 들여다보게 되었고, 가끔은 의도적으로 '오프라인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할지 등이었다.


어느 날 저녁, 퇴근길에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과 이야기를 나누던 진영이는 문득 깨달았다. 완벽한 해답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저 계속해서 질문하고, 고민하고,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가장 인간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온 진영이는 잠시 망설이다 스마트폰을 켰다. 화면에는 수많은 알림이 떠 있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구나. 우리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야.'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하나씩 알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신중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선택하며. 완벽한 균형을 찾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터넷이 멈췄던 그 2주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유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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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사무실 근무 중에 건물 전체에 정전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PC를 쓰지 못하니 거의 모든 일을 할 수가 없었고, 충전해 온 태블릿으로 급한 일을 처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느끼던 것들이 갑자기 불가능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인터넷이야말로 전기 못지않게 현대인의 필수품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디지털 의존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기술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삶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이 이야기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의 인간의 적응력과 공동체의 힘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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