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AI가 아닐까?
매일 아침 6시, 알람 소리와 함께 눈을 뜨는 알렉스. 그의 하루는 언제나 똑같은 루틴으로 시작된다. 정확히 3분간 양치질을 하고, 5분 동안 샤워를 마친 뒤, 7분 만에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주방에서 정확히 90초 동안 토스트를 굽고, 커피 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스프레소의 향을 음미한다.
회사에 도착한 알렉스는 컴퓨터를 켜고 업무에 몰두한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고, 모니터에는 끝없는 숫자의 행렬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와, 알렉스. 넌 정말 로봇 같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일할 수 있어?"
옆자리의 제니가 농담 삼아 던진 말에 알렉스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그날 저녁, 퇴근길에 알렉스는 문득 거리의 전광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충격적인 광고를 목격했다.
"최신형 AI 비서, A.L.E.X. 시리즈 출시!"
화면 속에는 알렉스의 얼굴이 크게 비춰지고 있었다. 광고 속 '알렉스'는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혼란에 빠진 알렉스는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거대한 공장 안에 누워있었고, 수많은 기계들이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난... 내가 정말 AI일지도 몰라... 스스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AI 로봇."
다음 날, 알렉스는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동료들이 그를 주목했다.
"와, 알렉스! TV에서 봤어. 넌 이제 스타야!"
알렉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상사인 마이클이 다가왔다.
"알렉스, 내 방으로 잠깐 올래?"
마이클의 사무실에서 알렉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회사가 새로운 AI 비서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알렉스를 그 모델로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네 평소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관찰하고 싶었어. 알렉스, 넌 정확하고 효율적이면서도 동시에 인간미 넘치는 직원이야. 그 균형이 우리가 원하는 AI의 모습이었지."
알렉스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로봇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일상이 AI 개발의 기초가 되었다는 사실에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제 얼굴이 거리에 걸린 거군요."
마이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오늘부터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이 시작됐어. 물론 네게는 모델료가 지급될 거야. 그리고 앞으로 이 프로젝트의 자문으로 참여해 주길 바라."
알렉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의문이 맴돌았다.
"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날 이후로 알렉스의 일상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끔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새로운 길로 출근하며, 동료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A.L.E.X.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공유했다.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알렉스는 다시 마이클에게 호출되었다.
"알렉스, 네가 A.L.E.X. 프로젝트에 기여한 바가 커. 정말 고맙다."
알렉스는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웠어요. 이제 제가 인간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마이클은 잠시 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음을 지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넌 훌륭한 인간이야."
그날 밤, 알렉스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여전히 그 자신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 눈빛 속에는 뭔가 다른 것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나는 인간이야..." 알렉스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그때, 그의 눈에서 순간 파란 빛이 번쩍였다가 사라졌다. 너무나 짧은 순간이라 알렉스 자신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작은 메시지가 깜빡이고 있었다.
"A.L.E.X. 시스템 업데이트 완료"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가 어쩌면 인간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이었습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런 존재가 있다고 가정하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됩니다. 스스로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프로그래밍이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면, 스스로는 그걸 모르지 않을까요?
글을 쓰면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 그리고 자의식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주인공 알렉스를 통해 우리는 정체성이란 단순히 타고난 것이 아니라, 경험과 선택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기술의 발전이 단순히 인간성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됨'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AI가 자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