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전쟁

날씨가 무기가 된 세상

by 북블레이더

지하 깊숙이 위치한 방공호 안에서 민수는 낡은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주파수를 맞추자 잡음 섞인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6개월, 전 세계는 여전히 혼돈 속에 빠져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날씨 무기의 위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젠장,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민수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피로와 절망이 가득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환경공학을 전공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던 그였다. 당시 날씨 조절 기술은 인류의 희망으로 여겨졌다. 농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어 기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크게 줄어들었다.

모두가 이 기술이 인류에게 축복이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어느 날 한 국가가 날씨 조절 기술을 무기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순식간에 전 세계는 군비 경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결국, 사소한 외교적 마찰이 폭우 폭격으로 이어지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민수는 갑자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방공호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누수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런, 설마..."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에 닿자마자 작은 구멍이 생겼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민수는 재빨리 주변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대피하세요! 방공호가 뚫렸습니다!" 그의 외침에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좁은 방공호를 가득 메웠다.


그들은 간신히 지상으로 빠져나왔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죽음의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근처에 임시 대피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대피소에서 민수는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과거 기상학자였다고 했다.


"젊은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노인이 말했다. "우리는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결국 우리가 만든 괴물에게 집어삼켜지고 말았지."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해결책은 있어. 하지만 위험해. 우리나라의 날씨 조절 시스템 중앙 제어 장치를 파괴해야 해. 그게 지금 적국에 의해 해킹당해서 우리를 공격하고 있거든."


민수는 놀랐다. "뭐라고요? 우리 시스템이 해킹당했다고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원래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 시스템이었는데, 전쟁이 격화되면서 적국이 해킹에 성공한 거야. 이제 그들은 우리 시스템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고 있어."


민수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두려움과 용기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하지만 곧 그의 눈빛이 단호해졌다. "제가 가겠습니다."


노인은 놀란 듯 민수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럴 생각이야? 넌 아직 젊은데..."


민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하겠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 죽을 거예요."


노인은 로커를 가리켰다. "저기 특수 방호복이 있어. 그걸 입어야 해."


민수는 조심스럽게 방호복을 입었다.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자 마치 우주복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산소 탱크는 4시간 정도 버틸 거야." 노인이 말했다. "그 안에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야 해. 알겠지?"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인은 민수의 어깨를 꽉 잡았다. "조심해라, 얘야. 네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깊은숨을 내쉰 민수는 대피소의 문을 열었다. 죽음의 비가 쏟아지는 바깥세상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밖은 여전히 지옥 같았다. 산성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민수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방호복이 그를 보호해주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두려움을 느꼈다. 빗방울이 방호복에 부딪힐 때마다 지글지글 소리가 났고,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의 앞에 펼쳐진 도시는 더 이상 도시의 모습이 아니었다. 건물들은 반쯤 녹아내려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었고, 거리는 산성비로 인해 생긴 구멍들로 가득했다. 여기저기 버려진 차들이 녹슨 채 길을 막고 있었다.


민수는 중앙 제어 장치가 있는 건물로 향했다. 한걸음 한걸음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방호복이 그를 보호해주고 있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가끔 틈새로 스며드는 산성비가 그의 피부를 태웠고, 그는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마침내 그는 제어실에 도착했다. 복잡한 기계들이 윙윙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민수는 주저 없이 기계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멈춰!"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민수는 깜짝 놀랐다. 한 남자가 제어실로 들어왔다.


"당신은 누구시죠?" 민수가 물었다.


남자는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이 시스템의 개발자야. 넌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민수는 경계하며 대답했다. "이 시스템이 해킹당해서 우리 국민들을 공격하고 있어요. 저는 이걸 멈추려고 합니다."


개발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라고? 해킹당했다고? 그럴 리가 없어... 이 시스템은 완벽한 보안..."


"완벽한 건 없어요." 민수가 말을 잘랐다. "지금 밖에 나가 보세요. 당신이 만든 시스템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볼 수 있을 거예요."


개발자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건 방어용 시스템이야.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거라고."


민수는 한숨을 쉬었다. "의도와 상관없이, 지금 이 시스템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요. 우리는 이걸 멈춰야 해요."


그때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졌고, 벽에는 균열이 생겼다. 산성비가 건물의 구조를 약화시킨 모양이었다.


"이런, 건물이 무너지겠어!" 개발자가 소리쳤다. 그의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


민수는 재빨리 생각했다. 그는 개발자에게 달려가 그를 붙잡았다. "우리 같이 나가요! 그전에 이 시스템을 완전히 셧다운 할 방법이 있나요?"


개발자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 하지만 그러면 모든 걸 잃게 돼..."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에요.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해요!" 민수가 소리쳤다.


개발자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중앙 컴퓨터로 향했다.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마지막으로 큰 빨간 버튼을 눌렀다. 순간 모든 기계가 멈추었고, 불이 꺼졌다.


"됐어... 이제 끝났어." 개발자가 중얼거렸다.


둘은 힘겹게 건물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쏟아지던 비가 멈추었다. 마치 누군가가 거대한 수도꼭지를 잠근 것처럼 갑자기 고요해졌다.


개발자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고, 희미하게나마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민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제 다 끝났어요.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어요."


개발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난... 난 그저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 뿐이야. 하지만 이건...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니야."


민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모두가 실수를 저질렀어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을 수 있어요. 당신의 지식을 이용해 이 세상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며칠 후, 세계 각국은 날씨 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선언했다. 인류는 자연의 힘을 거스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재건 작업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서서히 희망을 되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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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장마와 폭우 소식을 접하면서, 날씨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시도들에 대한 뉴스를 접했고, 이런 기술들이 잘못 사용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기술이 어떻게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의 욕심과 오만이 어떤 작용하게 될 지에 대한 상상을 이야기에 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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