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택배기사의 실수

잃으면 안 될 걸 잃었다!

by 북블레이더

잭 노바는 아침마다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의 작은 원룸 아파트는 우주정거장 'XR-92'의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창밖으로는 끝없는 우주와 반짝이는 별들이 펼쳐져 있었지만, 잭에게는 그저 일상적인 풍경일 뿐이었다.


"기상 시간입니다, 노바 씨." AI 비서 '스텔라'의 목소리가 울렸다.


잭은 뒤척이며 눈을 떴다. 그의 방은 온통 우주 택배 관련 물건들로 가득했다. 벽에는 은하계 지도가 붙어있었고, 책상 위에는 다양한 외계 생물체의 피규어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려다 멈칫했다. 유통기한이 2일이나 지났다.

"제길, 또 우주 식료품점에 들러야겠군."


서둘러 준비를 마친 잭은 우주선 정비소로 향했다. 그의 우주선 '스위프트 스타'호는 반짝이는 크롬 도금에 유선형 몸체를 자랑했지만, 곳곳에 찌그러진 자국이 마치 수많은 우주 모험의 훈장처럼 박혀있었다.


잭은 애정을 담아 우주선의 동체를 쓰다듬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해보자고."


우주선에 올라탄 잭은 엔진을 가동했다. 부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계기판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자, 오늘의 배송 목록이야." 관제탑의 목소리가 우주선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잭은 귀를 쫑긋 세우고 목록을 들었다.


"화성의 올림푸스 테라스로 화분 배달..." 잭은 중얼거렸다. "아, 그 까다로운 화성 귀족들이겠군. 흙 한 톨이라도 묻으면 난리를 치지."


"목성 대적점 리조트에 안티그래비티 수영복 배송..." 그는 피식 웃었다. "저번엔 보통 수영복을 입고 갔다가 모두 하늘로 떠올라갔다더니, 이번엔 제대로 준비하는구만."


"그리고..." 관제탑의 목소리가 잠시 멈칫했다. "오, 이건 좀 특별한데?"


잭은 긴장했다. '특별하다'는 건 보통 '귀찮다'는 뜻이었으니까. "뭔데요?"


"안드로메다 은하 ZX-427 행성의 왕족에게 배달할 아기야. 정확히는 난자 상태의 유전자 캡슐이지."


잭의 눈이 커졌다. "외계 왕족의 아기라고요? 와, 이거 대박인데요!"


관제탑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래, 잭. 이번 배달은 정말 중요해. 우리 회사의 명성이 걸린 일이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고."


잭은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책임감 있게 처리하겠습니다."


모든 물품을 적재한 후, 잭은 심호흡을 하고 우주선의 이륙 준비를 했다. 스위프트 스타호가 서서히 이륙하자 우주정거장의 중력장이 사라지면서 잭의 위장이 살짝 뒤틀렸다.

'우욱, 아무리 오래 했어도 이 느낌은 적응이 안 되는군.'


첫 번째 목적지인 화성으로 향하는 동안, 잭은 자꾸만 안드로메다 은하로 향하는 특별 화물에 대해 생각했다. '저 작은 캡슐 하나가 미래의 왕이 될 거라니, 대단하군. 내가 지금 우주의 역사를 배달하고 있는 거야.'


화성에 도착한 잭은 조심스럽게 화분을 내렸다. 올림푸스 테라스의 고급 주택가는 붉은 화성 토양 위에 하얀 돔 형태로 지어져 있었다.


"노바 씨, 조심해서 옮겨주세요." 주문자인 화성 귀족이 나와서 말했다. 그의 피부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옅은 녹색으로 염색되어 있었다.


"걱정 마세요, 안전하게 배달해 드렸습니다." 잭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음 목적지인 목성으로 향하는 길은 소행성대를 통과해야 했다. 잭은 숙련된 솜씨로 우주선을 조종하며 크고 작은 암석들을 피해 날았다.


"휴, 여기만 지나면 목성까지는 편하게 갈 수 있겠어." 잭이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거대한 소행성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런, 제길!" 잭은 황급히 조종간을 돌렸다.


우주선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면서 요동쳤다. 적재함에서 무언가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잭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제발... 제발 그게 아니기를.'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고 목성에 도착한 잭은 안티그래비티 수영복을 전달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목성을 떠나 안드로메다 은하로 향하는 동안, 잭은 내내 불안에 시달렸다. 마침내 도착한 ZX-427 행성. 잭은 떨리는 손으로 적재함을 열었다.


그의 최악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왕족 아기의 유전자 캡슐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우주의 먼지가!" 잭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암흑으로 뒤덮였다. 해고... 아니, 어쩌면 은하계 간 외교 문제로 체포될지도 모른다.


잭은 급히 우주선의 항로를 역추적했다. 소행성대를 만난 지점으로 돌아가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레이더를 최대 감도로 올리고, 특수 탐지기까지 동원했지만 캡슐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대로 돌아갈 순 없어." 잭은 중얼거렸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회사에서 날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버릴 거야. 안드로메다 왕족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잭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근처의 행성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행성은 메마른 사막 행성이었다. 둘째 행성은 독가스로 뒤덮인 위험한 곳이었다. 셋째와 넷째 행성도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었다.


다섯 번째 행성까지 조사했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잭의 희망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마지막이야..." 잭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행성은 멀리서 보기에 푸른빛이 도는 조그만 행성이었다. 대기권에 진입하며 잭은 스캐너를 최대로 가동했다.


그때, 미약하지만 분명한 신호가 잡혔다.


"찾았다!" 잭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신호를 따라 우주선을 착륙시켰다. 주변은 울창한 숲이었고, 멀리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이 행성의 대기는 놀랍도록 맑고 깨끗했다. 잭은 우주복을 벗고 직접 행성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와, 이렇게 상쾌한 공기는 처음이야."


잭은 휴대용 탐지기를 들고 신호를 추적했다. 울창한 숲을 지나 작은 시냇가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시냇가에서 반짝이는 푸른 빛을 내뿜는 아기가 장난치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여러 동물들이 모여 있었는데, 놀랍게도 아기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안녕, 우주 아저씨!" 아기가 갑자기 잭을 향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맑고 청아했지만, 동시에 우주의 깊이를 담고 있는 듯했다.


잭은 얼어붙었다. 그의 입에서는 겨우 작은 신음 소리만 새어 나왔다. "너... 너는 누구니?"


아기는 킥킥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은하수의 물결 같았다.

"저는 ZX-427 행성의 왕자예요. 제 유전자 캡슐이 이곳에 떨어졌을 때, 이 행성의 생명력이 저를 깨워버렸어요. 그리고 이곳의 모든 생명체와 대화할 수 있게 되었죠."


잭은 혼란스러웠다. 그의 실수로 인해 예정보다 일찍 깨어난 왕자... 그것도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말이다.

"그럼... 내가 널 데려가야 하는 걸까?"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기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은하의 비밀이 담겨 있는 듯했다.

"아뇨, 우주 아저씨. 제가 이곳에 온 건 우연이 아니에요. 이 행성은 오랫동안 균형을 잃고 있었어요. 제가 이곳의 생명체들과 소통하며 그 균형을 되찾도록 도와야 해요."


잭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네 부모님은? 안드로메다의 왕족들은? 그들이 널 기다리고 있을 텐데..."


아기 왕자가 잭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잭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마치 우주의 모든 별들이 그의 가슴 속에서 빛나는 것 같았다.


"우주 아저씨, 제 부모님께 전해주세요. 제가 이곳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요. 언젠가 돌아가겠지만, 지금은 이곳이 저를 필요로 해요."


잭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 작은 존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지혜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우주를 누비며 겪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강렬했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꼬마 왕자. 네 뜻을 전하마. 하지만 가끔 널 보러 와도 될까?"


아기 왕자는 환하게 웃었다. 그의 미소는 마치 새벽별처럼 빛났다. "언제든 환영이에요, 우주 아저씨!"


잭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우주선으로 돌아왔다.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임무를 실패했다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특별한 만남이 우주의 섭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선의 조종석에 앉아 잭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통신기를 켰다.


"관제탑, 여기는 잭 노바. 특별 보고가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와 경외감, 그리고 희미한 희망이 섞여 있었다.


"아기 왕자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해졌어요."


잭은 자신의 실수로 시작된 이 예상치 못한 모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기 왕자의 각성, 그의 특별한 능력, 그리고 이 행성에 머물러야 한다는 그의 주장까지. 잭의 이야기를 들은 관제탑은 한동안 침묵했다.


"잭, 자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겠나?" 관제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잭은 긴장으로 온몸이 굳어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관제탑의 다음 말은 놀라웠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우주의 뜻일지도 모르겠어."


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제 일자리는...?"


"걱정 말게." 관제탑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네는 이제 그 행성의 특별 관리인이 된 거야. 정기적으로 아기 왕자를 방문해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해."


잭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정말요? 해고당하지 않는 건가요?"


"해고? 천만에!" 관제탑이 껄껄 웃었다. "자네는 방금 우리 회사를 은하계 간 외교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어. 승진을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통신이 끊기고 잭은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행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실수가 만들어낸 이 놀라운 상황에 그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꼬마 왕자, 우리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은데?"


그는 조종간을 잡고 우주정거장으로 향했다. 이제 그의 앞에는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택배를 관리하는 임무. 그는 이 책임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우주선이 초공간 점프를 준비하는 동안, 잭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게 내 실수에서 시작됐지만... 어쩌면 이게 바로 우주가 원하던 일은 아니었을까?'


그 생각과 함께 스위프트 스타호는 반짝이며 사라졌다. 끝없는 우주 속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향해.


몇 주 후, 잭은 정기 보고를 위해 다시 그 행성을 방문했다. 착륙하자마자 그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다양한 색의 꽃들이 숲 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새로운 종류의 동물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아기 왕자는 여전히 시냇가에 있었지만, 이제 그의 주변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마치 회의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주 아저씨, 오셨네요!" 아기 왕자가 반갑게 잭을 맞이했다.


잭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많이 변했구나. 네가 한 거니?"


아기 왕자는 미소지었다. "저 혼자 한 게 아니에요. 우리 모두가 함께 했죠. 이 행성의 모든 생명체가 서로 협력하고 있어요."


잭은 감탄했다. "대단해. 근데 이렇게 빨리 변화가 일어난 이유가 뭐지?"


아기 왕자의 눈이 반짝였다. "그건 아마도 우주 아저씨의 실수 덕분일 거예요. 제가 예정보다 일찍 깨어나서 이 행성의 생명력과 직접 교감할 수 있었거든요."


잭은 그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실수가 이렇게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 이제 우리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들려드릴게요." 아기 왕자가 말했다.


잭은 미소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그는 이제 단순한 우주 택배기사가 아니었다. 그는 우주의 신비로운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주선으로 돌아가는 길에 잭은 생각했다. '때로는 실수가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구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실수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 지켜보는 거야.'


스위프트 스타호가 다시 우주로 날아오르며, 잭은 자신의 새로운 모험이 어디로 향할지 기대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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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택배기사의 실수는 물건의 파손이나 배송 지연 정도로 끝나지만,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에서는 그 결과가 훨씬 더 극적이고 광범위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상황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실수가 때로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담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실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새로운 기회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이 우주처럼 넓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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