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성 관계를 판별하는 법

by 김자라

<ver. 2023>

이 사람이랑 두 시간 동안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펍에서 맥주를 마실 자신이 없으면 약속을 잡지 말자

그 사람의 첫인상은 바뀔 수 있지만 대화 스타일의 첫 단추는 다시 풀기 힘들다. 정적이 흐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안절부절못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이건 순전히 나의 기준인데, 수다와 카페와 맥주는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셋 중 하나라도 함께하기 힘들다면 나와 친할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ver. 2025>

카톡에 저장된 친구 수가 800명 가량 되던 것이 자랑이었던 때가 있었다. 인맥도 재산이라면 나는 백만장자였다. 하지만 그 중에 반 이상은 어디서도 쓸 수 없는 위조지폐였음을, 곰팡이가 슬고 악취를 풍길 때서야 알았다.

매일 같이 이유 없이도 연락하는 사이가 있는가 하면, 생일 때나 되어서 1년에 한 번 커피 기프티콘을 주고 받는 사이가 있었고, 같은 업계에 있지 않았으면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나 혼자 내적 친밀감을 쌓아둔 사람도 있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만 챙기기도 바쁜 세상이라는데, 어떻게 끊을 인연과 계속 맺어갈 인연을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함께한 시간으로 따지자니 최근에 급격하게 친해진 사람들이 아쉽고, 연락 빈도로 따지자면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

결국 사람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내가 끊는 관계나 사람의 부류는 아래와 같다. (거른다는 표현은 뭔가 마음이 아프니까,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발견하는 방법이라고 해두자.)


1. 나르시시스트와 소시오패스는 무조건 피하자.

그들은 달콤한 말로 나의 마음을 흔들고, 교묘한 행동으로 나를 조종한다. 상대의 의도는 철저히 자기 이익에 맞춰져 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상처받는 것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짧게 스쳐 지나가는 건 몰라도, 가까운 관계로 두면 결국 나만 지친다.

나는 일단 내 쎄함 감지 레이더를 믿는 편이다. 긴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간 숱하게 겪어온 다양한 관계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2. 자존감 뱀파이어와는 거리를 두자.

자존감 뱀파이어는 누군가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는 사람과 거의 유사하다. 자기 감정은 무한대로 쏟아내면서, 타인의 마음은 단 한 번도 보살피지 않는다. 처음에는 들어주는 척하다가도 결국 내 마음이 텅 비고 무거워진다. 그 순간, 이미 내 에너지는 고갈된 상태다.


3. 말머리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시작하는 사람

내 주변에 딱 그런 사람이 있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하든, “아니, 그게 아니라”로 시작한다. 사실 틀린 얘기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지배하고 싶어서 반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싸우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닌데도 괜히 위축된다.


4. 나를 끊임없이 광대로 만드는 사람

나는 기본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내 농담과 유머를 당연한 듯 요구한다. 내가 피곤할 때조차 나를 웃음 버튼처럼 누른다. 결국 나는 즐겁지 않은데, 그 상황을 억지로 유지하는 내 모습이 싫어진다.


5.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사람과,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 사람

전자는 말 그대로 진심 없는 “미안”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행동은 바뀌지 않는데 사과만 반복한다면, 그건 책임 회피일 뿐이다. 후자는 나를 끊임없이 죄책감 속에 몰아넣는다. 사소한 일에도 내가 잘못한 것처럼 만들고, 결국 “내가 너무 예민했나? 미안해”라는 말을 내가 입에 달게 된다. 둘 다 오래 곁에 두면 내 마음은 점점 왜곡되고, 건강한 관계가 불가능해진다.




여러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결국 나의 판단의 기준은 2년 전과 동일한 것 같다.

이 사람이랑 두 시간 동안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펍에서 맥주를 마실 자신이 없으면 약속을 잡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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