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진짜
<ver.2023>
정말 정말 이건 꼭 충고해야겠다 싶어도 말하지 말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그 선택지를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니 구태여 내 의견을 보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약 나의 의견이나 충고가 필요한 경우라면 저쪽에서 어떻게 생각하냐-, 든지의 질문으로 먼저 물어올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충고하는 단 한 가지는. "아파 보이니까 제발 병원 좀 가라!!"는 말뿐이다.
<ver.2025>
누군가에게 정말 정말 강하게 충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나의 프로토콜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성인 대 성인으로서 대화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1. 이건 정말 충고해야겠다 싶을 때, 일단 참자.
2. 그래도 정말 충고해야겠다 싶을 때, 그래도 참자.
열심히 고민하는 척 하더니 결국엔 '충고하지 말라'라니! 누가 들으면 우스운 소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때로는 이 프로토콜을 어기고 충고의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가는 일도 왕왕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충고하지 말자는 나의 지론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높은 확률로 충고를 듣는 사람도 이미 충고를 들을 만한 내용을 알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그 반대 급부에 대해 필시 고민을 했을 것이고, 상식 선에서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상식은 생각보다 비슷하게 통용된다.
간단한 예로, 원래 전공인 A를 살려 취업했다가, 완전히 새로운 분야인 B로 전향하려는 김자라라는 지인이 있다고 해보자. 우연히도 당신은 현재 B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자라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아, 입이 슬슬 근질근질하다. 당신은 B 업계에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라에게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자라는 귀를 막고 당신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라가 아무리 생각없는 사람이라도 B업계에 대해 하나도 알아보지 않고 직무 전향을 생각했을까? 원래 잘 알던 전공을 버리고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몰랐을까? 새로 쌩 고생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아니, 그 사람도 이미 알고 있다. 구태여 내가 말을 더 보태지 않아도 말이다. 그러니 똑같은 소리는 잔소리가 될 뿐이다.
어쩌면 직접 경험하는 게 말로 백 번 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요즘은 MBTI로 성격을 나누는게 유행이니, F와 T의 경우를 살펴보자.
(혹시 잘 모르는 이를 위해 설명하자만, F는 감정적/감성적, T는 이성적/현실적인 성격을 의미한다고 한다)
당신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했을 때, F와 T는 각각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F "아니, 자라야, 정말 고민이 많았겠다. 응응 ,그런 상황 정말 스트레스 받지. ㅠㅠ 아냐, 네가 편한대로 하는 게 맞지."
T "근데 그거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 아냐? 이런 식으로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가?
사실 MBTI와는 별 상관없이, 당신이 조언을 듣고 싶었던 상황인지, 그냥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상황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조언이 듣고 싶었다면, 그는 "어떻게 생각해?"라며 의견을 물어올 것이다.
아니라면, 그는 그냥 하소연을 하고 공감을 받고 싶었을 뿐일지도.
충고에 대한 나의 법칙은 상황마다 너무 다르게 작용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상대적인 프로토콜인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정말 충고해야겠을 때, 우리는 리스크 고지를 해야한다. "이 충고에는 당신의 최종 선택을 좌우하는 강제력이 없으며, 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충고를 한 나에게는 책임이 없고, 어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