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로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내 인생의 프로토콜을 적는 시리즈기 때문에 적기로 했다. 더러운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니까 안심하시길.
살아가면서 의식주만큼 또 중요한 게 있다고 한다면 화장실이 아닐까 싶다. 평생을 변비 혹은 대장 과민 기간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큰 요소 중 하나가 화장실이기 때문도 있지만, 좀 더 본질적인 이유에서도 그렇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보면 인간의 욕구가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다섯 단계로 계층적으로 존재하며, 하위 욕구가 충족될 때 상위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떻게든 생리적 욕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생리적 욕구에 '화장실을 주기적으로 잘 가고 싶은 욕구'가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혼자서 적절하게 화장실을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배변 훈련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훈련, 식사 훈련과 더불어 인생에서 처음 배우는 삶의 지혜이자 경험인 셈이다.
그러나 평생을 살면서 수면과 식사는 잘 챙기는 사람은 많은 반면, 자신의 화장실 스케줄과 컨디션을 제대로 챙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조차도 잊고 있다가 앗차 싶을 때 부랴부랴 챙기게 된다.
화장실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그와 관련된 내 인생의 프로토콜을 몇 자 적어본다.
약사님이 대표로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당시 콘텐츠 기획자였던 나는 제약, 임상, 상비약, 영양제 등 약과 관련된 다양한 컨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했다. 세상에 그렇게 다양한 성분의 영양제가 있는 줄 그 때 처음 알았다.
그 많은 영양제 중에 딱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 약사님의 대답은 "유산균"이었다.
유산균은 장 건강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면역 관리에도 필수적이라고 한다. 나는 영양학이나 약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길게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삶의 질을 위해, 유산균은 몇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식이섬유를 챙기는 방법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간단하다. 채소, 과일을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거나 혼자서 거주하는 1인 가구에게는 이 방법이 쉽지 않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는 채소, 과일이 많이 부족하고, 샐러드를 사먹자니 한 끼에 만 원이 넘는다.
그럴 때 내가 쓰는 방법인데, 채소를 동결 건조시켜 가루로 만든 스틱을 가지고 다닌다. 식사 전에 영양제처럼 먹기도 쉽고, 집에서 요리에 넣어먹을 수도 있다. 참고로 맛은 정말 없다.
특히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장점이다! 내가 먹는 제품은 한 포에 500원 꼴이라 저렴하게 하루 필요 영양성분을 챙길 수 있어 좋다.
특정 제품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라 인터넷에 '야채분말', '동결건조 야채가루' 등을 검색해보면 다양한 상품이 나온다는 것만 일러두고 싶다.
오랜 기간 고통받고 있다면 비상 아이템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 매일 건강한 식습관으로 생활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내 기준에서 가장 최고의 비상 아이템은 별다방의 돌체라떼다.
2년 전에 병원에 일주일 정도 입원했을 때가 있었는데, 간호사님께 매일 그 날의 배변 상황을 보고해야 했다. 나는 5일째 배만 아프고 아무런 소식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온갖 영양 성분을 필요한 비율대로 섭취하게 되는 병원밥을 먹으면서도 화장실에 가지 못한 건 그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 때 가족들이 면회오면서 가져다 주었던게 벤티 사이즈의 돌체라떼였다.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건 푸른 주스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유명한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시면 배가 아주 많이 아프고 꾸룩거리기 때문에 평소에 장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정 급하면 주변의 올리브X 매장에 가서 사면 된다.
화장실에 잘 가기 위한 자세로 고양이 자세, 비둘기 자세 등 다양한 요가 자세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는 사람만 아는 비장의 자세가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화장실 일정도 밥 먹는 것 만큼이나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건강한 화장실 생활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