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비상이다

My 발등 is on fire~~

by 김자라

나에게는 매일의 일상이 비상이다. 스스로 어떤 기행을 벌일지 모른다는 위기 속에 살아가다 보니 몸도 마음도 언제나 긴장 상태다. 오히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왔구나'하고 침착해지기도 한다.


하루는 언제나 작은 전쟁 같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진다. 그 일들이 하나하나 정리되어 있지 않고, 동시에 떠오른다.
“오늘 회의 준비도 해야 하고, 빨래도 돌려야 하고, 브런치 연재 글도 써야 하는데…”
이 생각들은 순서도 없고, 우선순위도 없다. 그저 전부 다 급한 일들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일상이 비상’인 삶의 시작이다.


ADHD인의 뇌는 주의와 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래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인식하기보다, 즉각적인 자극과 압박감에 반응한다. ‘내일 마감’이 되어야 비로소 집중이 되고, ‘지금 바로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상황’이 되어야 움직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도무지 동기가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조차 늘 긴급상황처럼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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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삶 덕분인지, ADHD의 불안 장애 동반율은 일반인에 비해 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극 속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들을 놓칠까 늘 마음 한구석이 조급하다. 이 작은 조급함들이 쌓여 하루의 대부분을 ‘실패하지 않기 위한 대비’로 채운다. 그러다 보니, 몸은 쉬고 있어도 마음은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

이 불안은 단순히 ‘걱정이 많은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ADHD인의 뇌는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의 불균형으로 인해 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더 큰 각성과 긴장을 필요로 한다. 즉, 불안 자체가 집중을 유지하기 위한 뇌의 방어기제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마감이 닥친 순간 누구나 평소에는 내지 못하던 속도와 집중력을 발휘하듯, 매일이 비상인 나에게도 그 긴박함은 어떤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그 일이 무엇일지는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랜덤이라는 함정이 있다.)

하지만 그 몰입의 순간은 때로 뜻밖의 해결책을 가져오고,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번뜩이기도 한다. ADHD인이 종종 ‘창의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마도 이 불규칙한 몰입의 파도 속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몰입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식사도, 수면도 잊은 채 온 힘을 쏟아붓는다. 그렇게 몇 시간을, 때로는 며칠을 버티며 몰입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은 성취감보다 깊은 탈진이다. 마치 뇌의 연료를 한 번에 다 써버린 사람처럼, 이후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불안으로 몰입하고, 몰입으로 번아웃하는 순환이 반복된다.

이 리듬은 겉으로 보기엔 열정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내면에서는 늘 진이 빠져 있다. 오늘은 뭔가 해냈다고 생각해도 내일은 다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 두려움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일에 몰입하고, 또 한 번 스스로를 태운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강하게 불타오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 나는 약의 도움을 받는다. 약을 복용하는 것이 일의 능률과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적당히 몰입하고 적당히 다른 일로 넘어갈 수 있는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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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뽀모도로 타이머를 연습하고 있다. 25분 집중하고 - 5분 쉬는 시간을 갖는 주기를 반복하는 집중법이다. 물론 25분 동안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5분 쉬는 것이다. 집중을 적절히 끊고 몰입하는 시간을 통제 하에 두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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