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이라는 뜻으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는 의미이다.
일기일회는 2010년 입적하신 법정 스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책 제목이기도 하다. 스님은 책에서 “누가 나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만들어간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에 이룰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라며, “모든 하루를 자기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했다.
한 번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그때그때 감사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이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 … (중략) …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순간순간, 그날그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익히면서 사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이다. 개인의 삶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사람들의 삶도 달라진다. 누가 나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나를 만들어간다.”
많은 사람이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서 산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는 철저히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오직 않은 시각이기 때문이다. 즉, 미래는 현재 다음에 존재하는 시간의 영역으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 여기에는 오직 현재만이 존재한다.
20세기 미술을 지배한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회화·조각·소묘·판화·도예 등 미술의 모든 분야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친 세계적인 거장이다. 미술가는 물론 예술가 중에도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때문에 미술과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작품을 하나쯤 갖기를 원한다.
어느 날 피카소가 새로운 작품을 그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한 미술품 수집상이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때마침 피카소는 작품에 한창 몰입하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집상이 피카소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지금까지 그린 작품 중 최고 작품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피카소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그야 당연히 지금 그리는 작품이지요.”
그 말에 수집상은 그 작품을 반드시 사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할 수 없이 작품 구매를 다음 기회로 미뤄야만 했다.
얼마 후 다시 피카소의 작업실을 찾은 수집상은 이번에도 똑같은 질문을 그에게 했다.
“지금까지 그린 작품 중 최고 작품은 무엇입니까?”
역시나 이번에도 피카소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리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그제야 미술품 수집상은 깨달았다. 피카소는 매 순간 생애 최고의 작품을 그린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몰두한다는 것을.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쓴 피에르 쌍소는 지금, 이 순간의 가치에 관해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 어떤 사건들보다 나를 가장 흥분하게 하는 것은 ‘하루’의 탄생이다. 하루의 탄생을 지켜볼 때마다 나는 왠지 모를 충만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하루는 24시간 매 순간 깨어나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눈에는 하루의 탄생이 어린아이의 탄생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태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일 다시 한번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생각이 데려다 놓은 자리에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내일 우리의 생각이 데려다 놓을 자리에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내일보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미래를 살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오늘에 충실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살 수 없다. 미래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제를 거울삼아 오늘을 살고, 오늘을 기초로 내일을 살아야 한다. 미래의 일은 미래에 맡겨야 한다. 미래가 두려워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지 못하면 미래는 정말로 두려운 것이 되고 만다.
한 방송사 기자가 법정 스님에게 “스님은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어떤 기대를 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늘을 살고 있을 뿐 미래에는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