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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Sep 09. 2020

난세의 전략가, 한비자가 강조한 ‘설득의 핵심’

 



◆ “설득의 첫걸음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


한비자(韓非子)는 춘추전국시대 법가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말을 잘하기는커녕 더듬기 일쑤였다. 그 대신에 문장력과 논리력이 매우 뛰어나서 독자적인 학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한비자가 가장 관심을 두고 연구했던 분야는 ‘유세’ 즉, ‘설득’이었다. 살얼음판을 내딛는 듯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좌우하던 시대에 힘이 아닌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비자에 의하면, 설득의 첫걸음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즉, 상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며,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아야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비자는 용의 턱밑에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逆鱗)을 예로 든 바 있다.  


무릇 용이란 동물은 잘만 길들이면 등에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
 하지만 턱밑에 한 자쯤 거꾸로 난 비늘(逆鱗)이 있는데, 이걸 건드리면 누구나
죽임을 당한다. 유세하는 이가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목숨을 잃지 않고 유세도 절반쯤은 먹힌 셈이다.”

─ 《한비자》 〈세난(說難)〉 중에서


▲ 설득의 첫걸음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즉, 상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며,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아야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 evangelineshaw  



누구나 약점을 갖고 있다. 약점은 콤플렉스와도 같다. 그래서 그것을 건드리면 누구나 분노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상대를 설득하려면 약점은 가능한 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역린은 군주의 최고 약점인 셈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상대의 약점을 캐치하고 지적하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고 말하곤 한다. 잘못된 자존심의 발로를 승리로 착각하는 셈이다.  

한비자는 “최고의 화술은 수려한 말재주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독심(讀心)에 있다”고 했다. 나아가 설득의 핵심은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 즉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고 감싸는 데 있음을 강조했다. 



◆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도, 돈도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


우리 삶은 설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설득은 개인은 물론 조직의 생사와 승패를 결정하는 최고의 지략이기 때무다. 이에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뛰어난 리더일수록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 결과, 부하들에게 각자의 능력과 장점에 맞는 일을 맡기며 최고의 성과를 끌어낸다. 
예컨대, 성실한 사람에게는 평온한 일을 하게 하고, 기존의 틀을 깨는 발상을 하는 사람에게는 개혁이 필요한 일을 맡겨 원하는 성과를 얻는다. 



▲ 뛰어난 리더일수록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 결과, 부하들에게 각자의 능력과 장점에 맞는 일을 맡기며 최고의 성과를 끌어낸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명나라의 최고 정치가로 불리던 여곤(呂坤)은 《신음어(呻吟語)》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충고하려면 다음 여섯 가지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정면에서 지적해선 안 된다.

둘째, 상대의 결점만을 꼬집어서 말하지 말라.  

셋째, 다른 사람과 상대를 절대 비교하지 말라.  

넷째, 특정한 사람에게만 유독 엄격하게 대하지 말라.  

다섯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장황하게 말하지 말라.  

여섯째, 똑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말하지 말라.

─ 여곤, 《신음어》 중에서


‘신음’이란 병났을 때 내는 소리이며, ‘신음어’는 병이 났을 때 내는 말이다. 병중의 아픔은 아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듯, 말 역시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고, 공감하는 말만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 때문의 리더의 말은 강요나 명령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이에 여곤은 최고 리더의 조건으로 ‘심침후중(深沈厚重)’을 꼽았다. ‘침착하고, 신중하며, 어떤 위기에도 동요함이 없다’라는 뜻이다. 

무릇,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도, 돈도 아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다. 설득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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