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에게 ‘충’이란 시호가 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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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6. 2021
훌륭한 재상과 충성스러운 신하의 모범
충(忠). 충성, 공평, 정성 등을 뜻하는 한자다. 가운데를 뜻하는 ‘중(中)’과 마음을 나타내는 ‘심(心)’이 합쳐진 글자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마음’, 즉 ‘올곧은 마음’을 뜻했지만, 고대 유가(儒家)에서 신하가 임금을 섬길 때 취해야 하는 태도를 충(忠)이라고 하면서 ‘임금이나 나라에 대한 충성’을 뜻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신하의 도리를 지키고, 나라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이들을 기릴 때 ‘충’이란 시호를 붙이곤 한다.
《삼국지》에도 ‘충’이란 시호가 붙은 인물이 있다. 바로 제갈량(諸葛亮)이다. 촉의 초대 승상을 지낸 그는 탁월한 능력뿐만 아니라 타의 모범이 되는 행동과 충성심으로 당대 사람은 물론 후대 사람의 존경을 동시에 받으며, 훌륭한 재상과 충성스러운 신하의 모범으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조조에게 여러 번 회유를 받았지만, 죽는 순간까지도 삼고초려의 은혜를 잊고 유비와 유선(劉禪) 2대를 섬겼다.
신은 한낱 포의(布衣, 선비)로서 남양(南陽)에서 스스로 밭을 갈아 난세를 근근이 살고자 했을 뿐, 제후 밑에서 벼슬하며 몸의 영달을 꾀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제(先帝, 유비)께서 신을 천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황공하게도 스스로 몸을 굽히시어 세 번이나 신의 초막(草幕)을 찾아오셔서 당면한 세상일을 물으시는지라, 신은 감격하여 선제를 위해 한 몸 바쳐 헌신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 《삼국지》 권35 〈촉서〉 ‘제갈량전’ 중에서
사실 ‘충무(忠武)’라는 시호는 군사적인 일에서 훌륭한 공적을 쌓은 이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군사보다는 내치에 더 치중하고 뛰어났던 제갈량과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가 오장원(五丈原)에서 죽자, 촉의 2대 군주인 유선은 그의 공을 기리며 충무(忠武)라는 시호와 함께 무향후(武鄕侯, 제갈량을 ‘제갈무후’라고 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는 관작을 내렸다. 변치 않은 그의 충성심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국궁진력 사이후이(鞠躬盡力 死而後已)”
유비에게 있어 제갈량은 날개와도 같았다. 그를 얻은 후 조조 및 손권과 비로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제갈량을 유비가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했는지는 그를 얻은 후 관우와 장비에게 한 말에서도 알 수 있다.
내가 공명을 얻은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
― 《삼국지》 권35 〈촉서〉 ‘제갈량전’ 중에서
제갈량은 그런 자신을 알아주는 유비를 위해 죽는 순간까지 충성을 다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명참모’ 하면 제갈량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아닌 게 아니라,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 제갈량만큼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이는 없다. 수많은 당대 영웅이 뜬구름처럼 사라졌지만, 그만은 수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 이름이 지워지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이다.
국궁진력(鞠躬盡力). 제갈량이 1차 북벌에서 실패한 후 두 번째 출정에 앞서 유선(劉禪)에게 바친 〈후출사표(後出師表)〉에 나오는 말로 “공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한다”라는 뜻이다.
신은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하고 죽은 후에야 그것을 멈출 것입니다(臣 鞠躬盡力 死而後已).
― 《삼국지》 권35 〈촉서〉 ‘제갈량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