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의 ‘신데렐남’

by 마테호른

세상에는 올빼미형 인간, 아침형 인간이 있다지만, 나는 ‘10시형 인간’이다.

밤 10시만 되면, 내 몸은 배터리가 1% 남은 스마트폰처럼 갑자기 모든 기능이 느려진다.

눈꺼풀은 천근만근, 말은 자꾸 늘어지고, 심지어 웃을 힘조차 사라진다.


친구들은 내 별명을 ‘10시의 신데렐남’이라 부른다.

신데렐라는 자정이 되면 마법이 풀렸지만, 나는 밤 10시에 인간 기능이 풀린다.

마법이 풀리는 대신, 나는 쿠션과 이불의 마법에 걸린다.


어쩔 수 없다. 그때부터 내 세상은 오직 ‘수면 왕국’뿐이니까.

문제는 이 습관이 너무 철저하다는 거다.

10시 이전엔 활발하게 농담도 하고, 미래에 대한 토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계가 ‘오후 9:59’을 찍고 ‘10:00’이 되는 순간, 내 뇌는 모든 것을 절전 모드로 전환한다.

중요한 회의? 안 된다.

드라마 결말? 나중에 보자.

데이트 중? 미안하지만… 연애보다 잠이 먼저다.


가끔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게까지 일찍 자면, 뭐 대단한 꿈이라도 꾸나?”

그렇다. 아주 대단한 꿈을 꾼다.

아침에 피곤하지 않은 꿈.


나는 오늘도 10시에 잠든다.

세상이 뭐라 하든, 내 하루의 마법은 ‘잘 자’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니까.

아, 참고로 내 신데렐라 마차는 침대고, 내 유리구두는 수면 안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