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by 마테호른

눈이 내린 뒤, 겨울 거리는 유난히 조용했다.

회색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있었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는 작은 숨결조차 또렷하게 보였다.

수학 학원 앞, 길게 줄지어 선 아이들의 발자국이 눈 위에 촘촘히 찍혀 있었다.

나는 그 줄 끝에 서서,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시선이 멈췄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심장은 얼어붙은 겨울을 거스르듯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너는 초록색에 은은한 베이지 무늬가 섞인 야구 잠바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무심히 메어진 까만 가방, 살짝 바람에 흩날리던 머리카락, 검정 청바지 주머니 속에 깊이 찔러 넣은 두 손.

특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는데 시선이 떼어지지 않았다.

마치 흐린 풍경 속에서 단 한 줄기 빛이 내리는 것처럼, 너만이 색을 가진 존재였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리면서도, 이내 다시 너를 찾아 헤맸다.

혹시 눈이 마주치면 어쩌나,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그 짧은 순간이라도 네 눈 속에 내가 비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수많은 얼굴들이 스쳐 갔지만

그날의 장면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남아 있다.

겨울 공기보다 차갑던 손끝, 눈발보다 가벼웠던 설렘,

그리고 잔뜩 얼어붙은 마음을 단숨에 녹여버린 그 순간의 떨림.


아직도 나는 그 이름을 조심스럽게 부른다.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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