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사회에서 두 살이면 친구가 되어 흉물 떨지 않고 편히 지내기도 하지만,
형제 사이에는 차마 그럴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형과 동생이라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보니
평생 형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린 시절, 또래 부모 대부분이 그랬듯이,
내 부모 역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보수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장남이 잘되어야 집안이 잘된다’라는 말도 안 되는
유교 논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새것과 좋은 것은 무조건 내게 주어졌고,
동생은 내가 입고 쓰던 것을 물려받아야만 했다.
맛있는 음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먼저 차지하고 나서야 동생에게 차례가 돌아갔다.
그렇게 뼛속까지 형이 먼저라는 그릇된 생각을 심으며 희생하게 했다.
문제는 나다. 꽤 오랜 세월이 흐를 때까지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동생이 실수라도 하면 도와주기보다는 ‘못났다’라며 손가락질하기 일쑤였다.
힘들어서 형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위로받기는커녕 욕만 얻어들은 셈이다.
아마 그때 동생은 내가 마지막 희망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뼈에 사무치게 들어온 “형 힘들게 하지 마라”라는 말 때문에
웬만해서는 손을 내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동생이 희생하고 참은 것을 다 알기에는 내 깜냥이 매우 부족하다.
대충 헤아릴 뿐이다.
그 역시 나이 듦에서 오는 철듦이라기보다는 자기만족에 가깝다.
더는 동생에게 미안해하지 않기 위해서,
더는 나쁜 사람으로 스스로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미안함을 느끼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고백건대, 나는 형이었지만, 전혀 형답지 못했다.
동생이 힘들 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제대로 한 적 없으며,
항상 주기보다는 받는 데만 익숙했다.
그런 것들이 지금은 무척 눈에 밟혀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
만일 동생과 다시 형제로 태어난다면,
그때는 내가 동생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누린 것과 동생이 희생하고 참은 것을 맞바꾸어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