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 산다는 것

by 마테호른

어린 시절, 아버지의 어깨가 축 늘어진 채 집으로 돌아오던 날들이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신 아버지의 발걸음은 무겁고 느렸으며, 말수조차 줄어 있었다.


철없던 나는 그저 하루가 힘들었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보니, 그때의 아버지 마음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버지는 하루하루의 무게에 지쳐 있었을 것이다.

마음 한편에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린 자식들의 얼굴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일을 살아낼 용기를 짜내셨으리라.

그 무거운 어깨 위에는 집안의 생계와 책임, 그리고 우리 가족의 웃음까지 함께 실려 있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무심히 지나쳤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무심함이 너무나 미안하고 밉다.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린 내가 아버지께 이렇게 말해드리고 싶다.

“아버지, 힘들면 힘들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리고 너무 애쓰지 마세요. 아버지가 웃어야, 우리도 행복하니까요.”

이전 08화마음의 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