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알게 된 사람 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그럴듯한 직함을 가졌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재력도 쌓은 그는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말하곤 했다.
왜 그러냐고 묻자,
“원래 사람을 잘 믿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사람을 일한 만큼의 보상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결국 사람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이 달리 보였다.
나 역시 언젠가 버려질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가 와도 잘 받지 않고 멀리했다.
처음엔 그의 직함과 재력 때문에 사람들 눈에는 능력 있는 사업가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말과 태도 속에서 묘한 공허함이 느껴졌다.
그는 사람을 자산이나 동료가 아니라 단순히 비용으로 계산했다.
웃으며 말할 때조차 머릿속에서 계산기의 버튼이 눌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관계에는 온기가 없었고, 그와 함께 있으면 금세 닳아 없어지는 연필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돌아보면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믿음 대신 계약으로, 존중 대신 효율로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들.
그들은 겉으로는 합리적이고 깔끔해 보일지 몰라도,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맺음은 빠르지만 끊김도 빠르다. 남는 것은 피로와 씁쓸함뿐이다.
나는 그 경험 이후로 결심했다.
사람을 소모품처럼 다루는 이들과는 거리를 두기로.
차라리 속도는 더디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편이 낫다.
그 길이 덜 화려하더라도, 오래도록 따뜻하게 이어지는 관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