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

by 마테호른

고등학교 때까지는 제도권 아래서 대부분 공정하고 평등한 삶을 산다.

본인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격차 역시 그리 크지 않아서 서로 격의 없고, 불만 없이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졸업 후 학교 밖을 벗어나는 순간, 전혀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룰이 적용되는 마지노선이 고등학교인 셈이다.

사회는 약육강식이라 불리는 ‘정글의 원리’가 작용하는 곳이다.

더는 공정하지도 않고, 더는 평등하지도 않다.

그러니 애당초 그런 바람은 갖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할 수도 있다.


세상은 온갖 끈으로 가득하다.

혈연, 지연, 학연….


그러다 보니 나보다 능력이 훨씬 부족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는 때도 있고,

나보다 한참 뒤처지던 사람이 갑자기 앞서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또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불의하고 부조리한 모습과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조건 참아야 한다’라고, ‘그렇지 않으면 살 수 없다’라고 배웠다.

네게 그 말을 그대로 물려줘야 하는 내 마음은 지금 매우 복잡하다.


한편으로는 네게 든든한 끈 하나 마련해주지 못한 것을 무척 후회한다.

네가 헤쳐 나가야 할 정글이 갈수록 깊어지고 무서워지는 것 같아서 걱정되기도 한다.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스스로 강자가 되거나,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


강자가 되는 법은 자명하다.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고 부족한 점을 보충하면 된다.

그에 반해, 정글에 익숙해지려면 정글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을 봐야 한다.

부정과 비리, 부패, 불의에 눈감은 채 살라는 말이 아니다.

나처럼 무조건 참으면서 살아서는 안 된다.

그것 역시 세상에 굴복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에는 과감하게 맞서야 한다.

그래야 너라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단, 그렇게 되면 먼 길을 돌아갈 수도 있다.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절대 멈추지는 마라.

희망은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이끌지만, 포기는 우리를 그 자리에서 멈추게 한다.


나는 쉰이 넘은 지금에야 값진 교훈 하나를 알게 되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한때는 강자가 되지 못한 나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평범하게 살 수 있을지를 매일 밤 고민한다.


강자가 되지 못해도 괜찮다.

성공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네 꿈, 네 미래만을 생각하고, 부디 용기 잃지 말고 크게 웃으면서 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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