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맛과 향

by 마테호른

커피 맛을 잘 아는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상큼한 과일 향도 느끼고,

달콤한 초콜릿 향이나 고소한 견과류 향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벌써 수십 년째 커피를 마셔왔는데도

그런 향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오로지 쓴맛만 느꼈을 뿐이다.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서 먹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렇게 하면 콩물의 구수한 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누구나 그 맛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 맛을 느끼려면 소금의 짠맛을 먼저 제대로 느껴야 한다.

그것을 모른 채 무작정 콩물부터 삼키면 그저 밋밋하고 밍밍할 뿐이다.


내가 커피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삶의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콩물의 구수함을 모르는 사람들 역시

아직 그 맛을 즐기는 연륜에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그 맛을 모른다고 해서 실망할 일은 아니다.

굳이 그것을 알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알게 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내공을 깊어지게 해서, 알지 못했던 향과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콩가루 묻은 인절미의 찐득함과 고소함,

나무껍질을 씹는 것만 같아서 싫어했던 고사리를 비롯한

나물의 참맛을 나이 들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고백하건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삶은 밍밍하고 밋밋했다.

아무런 맛과 향도 느낄 수 없었을뿐더러 무엇 하나 두드러진 것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 특히 성공한 이들의 말과 행동을 무작정 좇느라 바빴다.

그것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쉰이 훌쩍 넘어버렸다. 이제 남은 삶보다 지나온 삶이 훨씬 길어졌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나는 삶의 밋밋함과 부족함을 경험했고,

이제는 다른 사람을 좇기보다 스스로 삶의 맛을 느끼며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제는 진정으로 내 삶의 향과 맛을 발견하며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하지만, 쉰하고도 세 해를 더 살았음에도 나는 아직

바람이 불면 그대로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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