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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청즉명(兼聽則明), 두루 들어야 밝아진다

― 당태종과 충신 위징의 교훈

by 마테호른


* 겸청즉명(兼聽則明) ─ ‘두루 들으면 현명해진다’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말




◆ 당 태종의 ‘정관의 치’가 가능했던 이유


중국사를 보면 황금시대로 꼽히는 시기가 셋 있다. 비단길을 개척한 한 무제 시대와 ‘정관의 치’로 불리는 당 태종의 치세, 청나라의 전성기를 연 강희제(姜熙齊, 청나라의 제4대 황제로 청의 정치체제가 비로소 완성되었다)의 집권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중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당 태종의 ‘정관의 치’이다. 거리에 물건이 떨어져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밤에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될 만큼 평화로운 시대였기 때문이다.


당 태종이 ‘정관의 치’라고 불리는 태평성대를 이룬 데는 결단력이 뛰어났던 두여회(杜如晦), 기획력이 빼어났던 방현령(房玄齡), 자신의 거울이라던 위징(魏徵) 같은 어진 신하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위징은 역사적인 교훈을 예로 들어가며 군주의 잘못된 생각과 판단이 얼마나 잘못된 결과를 만드는지 누누이 강조하며 직언을 불사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대범한 태종이라도 무슨 일을 결정할 때마다 위징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충언이라도 자꾸 들으면 짜증 나는 법. 태종 역시 울화가 치밀대로 치민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당 태종이 화가 잔뜩 난 채 내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 촌놈을 죽이든지 해야지…”

그러자 황후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태종을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위징이 조회 때마다 나를 욕보인단 말이오.”

그 말에 황후가 조용히 물러가더니, 잠시 후 조복을 갈아입고 와서는 넙죽 절을 했다.

태종이 깜짝 놀라서 이유를 묻자, 황후는 이렇게 말했다.

“예로부터 ‘임금이 밝으면 신하가 곧다(君明臣直)’라고 했습니다. 위징이 곧은 것을 보니 폐하의 밝음이 드러나는지라 이를 경하드리는 것입니다.”

황후의 깊은 뜻을 안 태종은 크게 기뻐하며 화를 풀었다.

― 《정관정요》 중에서


당 태종에게 있어 위징은 나라는 물론 태종 자신을 살리는 인재였다. 위징의 간언은 그만큼 옳고 유익했다. 때로는 태종을 정면에서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태종은 간혹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지만, 2백여 차례에 걸친 그의 간언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한비자》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군주가 관작(官爵, 관직과 작위)을 수여하는 데 있어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한 사람에게만 보고받으면 망한다.”


《자치통감(資治通鑑)》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겸청즉명(兼聽則明). ‘두루 들으면 현명해진다’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어야만 시비를 명확히 가려낼 수 있다’라는 말이다.


리더는 귀를 항상 열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생각을 들을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치우쳐 듣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면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자신 역시 어리석은 리더로 남고 만다.



▲ 당 태종이 ‘정관의 치’라고 불리는 태평성대를 이룬 데는 직언을 불사했던 위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 리더는 귀를 항상 열고 있어야 한다


사마천은 《사기》 〈진시황본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나간 일을 잊지 말고 훗날의 스승으로 삼아라(前事不忘 後事之師).”


사마천은 후세의 왕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진나라의 망국 과정을 교훈 삼아 나라를 다스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중국 전한 시대 유향(劉向)이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편집한 《전국책》에도 그와 비슷한 말이 나온다.


“거울을 거울로 삼으면 얼굴밖에 볼 수 없지만,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길흉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확인하거나 암기하여 지식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증거를 통해 현재의 오류를 바로잡고, 필요한 것을 받아들이기 위함이다.


예로부터 성현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 없다”라며 모든 사람의 말과 행동을 거울로 삼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자신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에 맞게 남을 가르치고 바꾸려고만 한다. 그 이유는 과연 뭘까. 성현들이 강조했던 ‘거울(인생의 지표로 삼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거울’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삶을 더욱 맑게 비추며 발전시킬 수 있다.


조직의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의 말을 경청해서 그중 가장 좋은 것을 채택하여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한 사람의 말만 일방적으로 믿고 따르면 조직은 사분오열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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