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 한병철 교수의 말이다. 그는 우리 시대를 자본주의가 낳은 ‘피로 사회’로 규정한다. 자본주의의 최고 가치는 단연코 ‘성공’인데, 문제는 성공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우리를 점점 피로하게 하고, 실패하면 좌절하게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클라우스 베를레 역시 그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에 따르면, 완벽주의는 21세기 신앙이 되었다. 더 높은 학벌, 더 좋은 직장, 더 많은 연봉, 더 똑똑한 자녀…. 모든 사람이 점점 더 완벽한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문제는 완벽을 추구하고, 그것에 집착할수록 오히려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집중력 약화와 수면장애, 우울증, 번아웃 증후군 같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렇듯완벽주의는 자신을 한없이 혹사하면서 파멸로 이끈다.
완벽주의자들은 언제나 성취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한다. 그 때문에 만족과 기쁨보다는 실망과 좌절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심리학자들은 주장한다.
“완벽주의자들은 항상 성취할 수 없는 수준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그것을 평가한다.”
▲ 완벽주의자들은 언제나 성취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한다. 그 때문에 만족과 기쁨보다는 실망과 좌절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 완벽주의는 자기 발전을 가로막는다
완벽주의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서 완벽해지려는 성향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쓴다. 예컨대, 기획서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어떤 내용으로 그것을 채우느냐이다. 그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집중해야 하지만, 완벽주의자들은 표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도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정해진 시간 안에 그것을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완벽주의자의 또 다른 문제는 자기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어떤 실수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수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세상이 진보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셈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많은 발명품과 세계사를 바꾼 이론 중에는 실수해서 비롯된 것이 적지 않다. 그 때문에 세계적인 경영자들에게 “살면서 무엇으로부터 가장 많이 배웠느냐?”라고 물으면 “실수”라고 답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사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실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남다르다. 예컨대,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는 실수 때문에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컴퓨터에 숫자를 입력할 때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만 입력하는 실수를 했다. 그러자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고, 그것을 본 그는 소수점 넷째 자리 이후의 매우 작은 값이 시뮬레이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브라질에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커다란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라는 나비 효과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 세계적인 경영자들에게 “살면서 무엇으로부터 가장 많이 배웠느냐?”라고 물으면 “실수”라고 답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 실수와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완벽주의는 시간과 노력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친 완벽 추구로 인해 남는 것은 더 완벽해지지 못한 것에 대한 탄식과 후회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그 일이 타인에게는 완벽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하고 있다.
완벽주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완벽주의 자체는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지나칠 정도로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스티브 잡스와 완벽주의 기업 문화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이 우리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점 역시 절대 적지 않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집착한 나머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게 하고 사회 발전을 막는 완벽주의에 대한 지나친 추종과 맹신이다. 그런 함정에서만 벗어난다면 완벽주의 역시 사회 변화와 개인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기준이자 가치가 될 수 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현재의 성과를 거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과정의 즐거움 역시 부정한다.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한 좌절감이 삶을 피폐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렸을 때 수없이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배우듯, 실수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