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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권해효가 제안한 승자독식 사회 해법은?

ㅡ 승자독식 사회의 냉혹함

by 마테호른


인간은 욕망이 충족될수록 더 큰 욕망을 갖는 유일한 동물이며,

절대 만족할 줄 모르는 유일한 동물이다.

__ 헨리 조지




죽기 살기로 앞만 보며 달리는 경주마와도 같은 삶


말은 어느 정도까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까? 대부분 다른 동물처럼 말 역시 앞만 보며 질주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말은 주변 330도까지 볼 수 있다. 자기 몸 꼬리 부분만 빼고 다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것이 달릴 때는 단점이 된다. 정신이 산만해져서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경주마에 ‘차안대(말이 옆이나 뒤를 보지 못하도록 말머리에 씌우는 안대)’라고 하는 눈가리개를 씌우는 이유다.

‘차안대’는 앞서 달리는 말이 박차는 모래에 얼굴을 얻어맞아도 아프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주목적은 시야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차안대에는 눈 부분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뚜껑 같은 것이 달려 있다. 뚜껑은 여러 가지 크기가 있는데, 크기에 따라서 눈동자를 가리는 범위가 달라진다. 예컨대, 2분의 1컵을 쓰면 뒤를 전혀 볼 수 없고, 4분의 3컵을 쓰면 오직 앞만 볼 수 있다. 한눈파는 일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것이다.


▲ 사회와 조직의 명령에 따라 앞만 보며 사는 우리의 삶을 눈가리개를 한 채 질주하는 경주마에 종종 비유하곤 한다.



우리 삶 역시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에 종종 비유하곤 한다. 사회와 조직의 명령에 따라 죽기 살기로 앞만 보며 달리는 모습이 마치 경주마와도 같기 때문이다. 오직 승리한 사람에게만 큰 박수와 보상이 주어진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라는 ‘승자독식 사회(The Winner Takes All Society)’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사실 ‘The Winner Takes It All’라는 말은 1980년대를 휩쓴 스웨덴의 인기 혼성그룹 ‘아바(ABBA)’가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실연의 아픔을 담은 이 노래는 사랑을 쟁취한 사람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승자독식의 냉혹함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겪어온 지난 일에 대해 나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비록 그것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할지라도
이제는 지나간 일일 뿐이에요.
나는 내 모든 걸 내었어요.
당신도 그렇게 했지요.
더는 할 말이 없어요.
나는 최선을 다했어요.
승자가 모든 걸 차지하죠.
패자는 초라하게 서 있을 뿐이죠.

__ABBA, <The Winner Takes It All> 중에서



ABBA.jpg ▲ 승자독식을 뜻하는 ‘The Winner Takes It All’은 1980년대를 휩쓴 스웨덴의 혼성그룹 ‘ABBA’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승자독식… 많은 사람이 지는 싸움에 계속해서 뛰어드는 이유


남녀 간의 연예만큼이나 승자독식의 논리가 잘 통용되는 것이 스포츠이다. 스포츠만큼 자본주의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경기를 보면 1등을 한 선수와 2등을 한 선수의 기록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0.1~0.2초 차이에 불과하다. 예컨대,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 육상 그랑프리에서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는 9초 72로 결승점을 통과하며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 미국의 타이슨 게이의 기록은 9초 85였다. 불과 0.13초 차이로, 우리가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보다 훨씬 짧다.


당연히 이날의 승리로 우사인 볼트는 무명 선수에서 단번에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되었지만, 2등을 차지한 타이슨 게이는 곧 잊히고 말았다. 승부의 세계에서 2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등은 그저 ‘패자’일 뿐이다.


이에 대해 미국 코넬대학 존슨경영대학원 로버트 프랭크(Robert H. Frank) 석좌교수는 《승자독식 사회》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100명이 참여하는 게임에서 재능 있는 3명이 예외 없이 승리하고 나머지 97명이 패배를 거듭하면 대부분은 흥미를 잃고 게임을 포기할 것이다.”


승자독식 사회의 폐단을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한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질 게 뻔한 싸움에 계속해서 뛰어든다.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을 ‘독식’할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행히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이에 대한 해답 역시 제시하고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사회가 비참한 사회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승자가 차지하는 상의 크기를 줄이고, 경쟁을 완화해야만 한다.”


탤런트 권해효 역시 한 드라마에서 승작독식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승자독식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공과는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봐야 하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했다. 그래야만 경쟁이 줄고, 패자 역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목 없음-1.jpg ▲ 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결승에서 0.13초 차이로 타이슨 게이를 이긴 우사인 볼트는 부와 명예 등 모든 것을 독차지했다.



◆ “비참한 사회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승자의 상의 크기를 줄이고, 경쟁을 완화해야”


《제5 도살장》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커트 보니것의 소설 《푸른 수염》은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한때는 마을의 보물과도 같았던 적당히 재능 있는 사람들이 소용없어지는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마을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던 사람, 춤을 가장 잘 추던 사람, 이야기 솜씨가 좋기로 유명하던 사람이 이제 소용없어졌다.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 때문에 세계 일인자들과 겨뤄야 하다 보니 재능을 선보일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제 그들은 그저 흥 많은 이웃 정도로만 남게 되었다.”


승자독식 사회는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를 더욱 벌릴 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비생산적이고 파괴적인 일에 빠지게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해서 승자를 제외한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시스템이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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