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의 글쓰기-11/07 '일하면서 글쓰기' 강연 후기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내게 무언가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뜻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꼭 글에 국한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지니려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애초에 어떤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지부터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옳습니다.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이렇게 힘든데, 최소한 심적으로는 시작이 절반,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패스트파이브와 함께하는 ‘일하면서 글쓰기’에서 북크루가 만난 다섯 번째 작가 이승희는 자신의 글쓰기는 촘촘한 기록이 만들어냈다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촘촘한 기록이 글쓰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이승희 작가의 이야기는 그녀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인스타하러 도쿄 온 건 아닙니다만』, 『여행의 물건들』을 내고 『브랜드마케터들의 이야기』를 공저한 이승희 작가는 배달의민족의 마케터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글쓰기는 치과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케터로 알려진 이승희 작가지만, 사실 그녀의 전공은 치기공학이고 원래 그녀는 치과에서 일했습니다.
처음 치과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를 이승희 작가는 마치 외국에 있는 것 같았다고 술회합니다. “RFM”, “PFM” 무슨 뜻인지 감이 오시나요? 치과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문용어들과 약어들은 치기공학 전공의 그녀에게도 낯선 것이었나 봅니다. 이승희 작가는 새롭게 배운 치과 용어를 정리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이승희 작가에게 글쓰기의 출발이 되리라고는 그녀 자신도 아직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작은 치과 용어 정리였지만, 결과적으로 이승희 작가가 블로그에 치과 용어만 올린 것은 아닙니다. 이승희 작가의 블로그에는 그녀 자신의 이야기가 쌓여갔습니다. 이승희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카이빙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아카이브란 곧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나아가 이승희 작가의 블로그, 그녀의 아카이빙은 그녀를 마케터로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그저 개인적으로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가 재밌어서 자신의 기록을 남겼고, 한 번은 배달의민족 포스터 공모전에 지원하고 또 그 경험에 관한 글을 써보기도 했을 뿐인데, 어느덧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좋아해주는 한 블로거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됩니다. 우아한형제들에 한 번 놀러오라는 연락을 받게 된 이승희 작가는, 결과적으로 배달의민족의 마케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촘촘한 기록이 글쓰기를 만들어내고, 이승희 작가의 글쓰기가 치과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의 뜻이 이해가시나요? 그녀는 여기까지 자신의 이력을 소개한 뒤, 기록을 남긴다는 일의 의미를 더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이승희 작가는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자신은 세상에 내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 기록을 시작”했고, “망각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은 기록밖에 없다”라고 말이죠.
이승희 작가는 “주말 아침, 이동할 때, 아침에 눈 떴을 때 틈틈이” 생활 속에서 기록을 남기라고 조언합니다. 반드시 글이라는 형식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자신의 기록을 남길 수도 있으니까요. 이러한 생활을 말하며 이승희 작가는 “일상을 예술화”한다는 표현을 끌어옵니다.
일상을 예술화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바로 관찰·기록·실행입니다. 기록의 시작은 영감인데, 영감은 집요한 관찰을 통해 얻어집니다. 모든 것, 모든 곳으로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이 기록이 실행의 차원에 어떻게 결부될 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예컨대 이승희 작가에게는 이것이 마케팅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더 넓게는 이것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기록을 남기는 삶을 살기 시작한 뒤 이승희 작가는 자신에게도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록하는 삶은 자신을 객관화하게 해주고, 전보다 더 성실하게 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록을 남기는 삶은 생각하며 사는 삶이 됩니다.
이외에 글을 쓰며 느끼게 되는 변화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나의 감정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글에 예민해집니다. 그 글이 힐긋 지나치는 노래 가사라 한들 말이죠. 이에 더해 내가 틀린 것을 더 잘 알게 되고,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강연의 끝 무렵, 이승희 작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계속 쓰면 힘이 된다고요. 글을 통해 생각하며 살게 되고, 내가 만드는 나만의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고요.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요. 글을 쓰며 이러한 것들을 얻었기에 지금의 이승희 작가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하면서 글쓰기’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반,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에서 계속됩니다. 또 노르스름하고 따뜻한 불을 켜놓고 북크루가 브런치 작가들과 함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거리가 어둑하고 글이 쓰고 싶어지는 시간, 저녁 7시 반에 다시 만나요.
이승희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 팁:
1. 꾸준히, 틈틈이 기록을 남기자. 영감은 어디에나 있다.
2.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여행도 좋은 방법.
3. 펜, 노트, 앱 등 자신만의 기록 도구를 찾는다. '쓸 맛'이 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