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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크루 Nov 23. 2019

불안하기 때문에 나는 기록한다

손현의 글쓰기-10/31 '일하면서 글쓰기' 강연 후기


  보통 작가라는 사람들은, 어떻게 작가가 될까요? 이런 질문을 한 번이라도 던져보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그렇게까지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작가라 하더라도 입에 펜을 물고 태어나지는 않았겠죠.     


  어쩌면 지금 우리는, 우리 또한 글을 쓰는 사람, 즉 작가가 되고 싶기 때문에 함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요? 혹은, 어떡하면 작가가 되나요? 하지만 우리끼리 생각한다고 특별한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가장 빠른 길은,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이겠죠.


     

작가이자 에디터, 손현




  “공장을 짓다가, 이제는 글을 짓고 있습니다.”
     

  10월 31일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에서 손현 작가의 이 말 한 마디는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매거진 《B》의 에디터인 손현 작가는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은행원인 아버지를 따라 파나마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온 그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죠. 이후 그의 직업은 플랜트 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손현은 말합니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공장을 짓던 사람이, PUBLY를 거쳐 현재는 매거진 《B》에서 글을 짓고 있다고요. 행간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겠지만, 손현이라는 작가의 탄생은 공장을 짓는 회사 생활을 통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기록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로 하여금 글을 쓰게 했을까요? ‘불안하기 때문에 나는 기록한다’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강연은 그의 조부상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손현 작가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미사 신청 양식에는 고인의 약력 및 특기사항을 적는 칸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조부에 관해 쓰인 짤막한 글을 보고, 그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나의 인생을 세 줄에 담을 수 있을까?” 
    



     

  손현 작가는 ‘불안하기 때문에 나는 기록한다’라는 말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인간은 소멸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을 느끼고, 기록을 남기려는 행위는 이 불안에 저항하는 행위라고요. 그리고 이 불안 속에 그가 6개월간 모터사이클로 블라디보스톡에서 바르셀로나까지를 가로지르며 남긴 기록은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라는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이후 손현 작가는 자신이 거둔 성공과 실패의 대차대조표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물론 그가 목표했던 것 중 이룩된 것도 있었고,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많았죠. 이때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것은 2004년 이래 그의 글쓰기 이력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글쓰기가 “예상 밖의 성취”였으며, 새로운 커리어 기회였다고 말합니다. 



꼭 써야 하는 글인가?

  지금까지의 내용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손현 작가가 ‘입에 펜을 물고 태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 달리 말해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는 독자, 목표, 핵심 내용을 다루는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또 글쓰기의 표현 측면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작가인 동시에 에디터인 그의 안목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었습니다.     




  한편 이번 강연에 브런치 작가로서 초청된 손현은 온라인 글쓰기를 설명하는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블로그든,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트위터든, 온라인 글쓰기는 ‘발행’을 전제로 합니다. 손현 작가는 발행 전에 기본적으로 퇴고, 자기 객관화, 자기검열, 팩트 체크의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 끝에 그는 스스로 한 가지를 더 물어봅니다. 그것은 ‘꼭 써야 하는 글인가?’라는 질문이죠.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반복'


  강연 막바지에 이르러 손현 작가는 와주신 분들게 다음과 같은 질문의 답을 생각해볼 것을 부탁했습니다. “내가 끊임없이 좋아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반복’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손현에게 이야기를 듣고, 기록을 남기고, 그것을 긴 글로 쓰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손현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어떻게 사람은 작가가 되는지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마무리였습니다.     


  손현 작가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질의 응답이 이어졌고, 향후 그가 쓰고 싶어하는 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조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그때 남긴 기록을 토대로 긴 글을 써나가는 손현 작가의 모습을 보며, 작가란 어떤 것인지를 더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우리도, 이런 방식으로 작가가 될 수 있겠지요.     





  ‘일하면서 글쓰기’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반,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에서 계속됩니다. 또 노르스름하고 따뜻한 불을 켜놓고 북크루가 브런치 작가들과 함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거리가 어둑하고 글이 쓰고 싶어지는 시간, 저녁 7시 반에 다시 만나요.









손현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 팁:

1. 쉽고 정확하게 표현한다.

2. 내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아예 단어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3. 담백하게 쓴다.

4. 많이 읽고, 듣는다. 가끔 필사한다.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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