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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크루 Oct 29. 2019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문장쓰기

김은경의 글쓰기-10/24 ‘일하면서 글쓰기’ 강연 후기


  가을이 오니 기분은 싱숭생숭하고, 그렇습니다. 건조하게만 살아가다가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 때로는 마음이 촉촉해져요. 이 마음을 글로 옮기고 싶은데, 쉽지가 않습니다. 그저 ‘마음이 촉촉해졌다’라고만 쓰고 나니 왠지 문장이 심심한 듯도 싶고, 다른 사람들의 멋진 문장도 떠올라 초라해지기만 합니다.


  반드시 대단한 글을 쓰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천고마비라느니, 독서의 계절이라느니, 결실을 맺는 때라느니 하는 교장선생님 주례사 같은 글만은 피해보고 싶을 뿐이에요. 더 짧게 말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거죠.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말은 거기서 거기이기만 합니다. 이러다가는 올해 가을도 글은커녕 살찌는 계절이기만 하겠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글쓰기 전문가, 김은경 작가




  "겨드랑이가 시원해지는 가을이 왔습니다. 글 쓰기 좋은 계절이죠."


  10월 24일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에서, 김은경 작가는 이렇게 인사했습니다. 김은경 작가는 9년 동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었고, 퇴사 후 그간의 경력을 살려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를 썼습니다. 《대학내일》 등에도 기고를 하고 글쓰기 강연을 하며 살고 있는 그녀는, 내 문장을 어떡하면 좋을지 진단해줄 최고의 전문가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죠.     


  겨드랑이가 시원해진다니, 김은경 작가의 인사말을 들은 저는 가을의 감각이 왈칵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맞아요. 가을은 겨드랑이가 시원해지는 계절이었죠. 김은경 작가는 어딜 가든 항상 이런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또 예컨대 여름이라면, 앞머리의 풀이 죽는 계절이라고 말한다고 해요.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싶은가요? 구체적으로 쓰세요.

  계절감이 느껴지는 인사로 입을 연 김은경 작가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마치 가을을 겨드랑이가 시원해지는 계절이라고 표현하듯,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문장을 써야 한다고 말이죠.     


  물론 관념적인 문장으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아름답거나 더 핵심을 찌르는 관념적인 문장들도 얼마든지 있죠. 다만 김은경 작가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문장을 쓰라는 자신의 조언은 쉬운 길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끝나고 다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야 해요!'



  김은경 작가는 강연 중 좋은 문장의 예시를 여럿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의 최우수 아역 연기상을 받은 브루클린 프린스의 수상 소감이 있어요. “정말 큰 영광이고요, 함께 노미네이트되신 분들 모두 멋져요. 우리 끝나고 다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야 해요!” ‘오늘 우린 더 행복해져야 해요!’라는 메시지가 “아이스크림”을 통해 더 감각적으로 와닿는 문장입니다.



대체불가능한 나만의 글 쓰기


  특히 자신의 책을 내는 일을 목표로 하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이런 문장들은 출판사에서도 눈여겨봅니다. 여기에서 김은경 작가는 한 가지 조언을 더 해줍니다. 출판사에서 신인 작가를 뽑는 것은 이 사람이 쓰는 글은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다고 느낄 때, 즉 이 사람이 대체불가능하다고 느낄 때라고요. 아울러 콘셉트가 확실한 글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실습 시간, 참여자들의 제목을 살펴보는 김은경 작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문장쓰기’ 강연은 김은경 작가의 설명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단어를 고르는 방법과 제목을 짓는 타이밍에 대해 배우고 난 뒤에는 실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김은경 작가가 준비한 두 편의 글을 현장에서 나누어드린 뒤, 현장에서 함께 글에 제목을 붙이는 연습을 해보았어요. 사실 저는 강연이 시작되기 전 글을 먼저 받아보았는데, 과연 김은경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흡입력 있는 제목을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하면서 글쓰기’에 와주신 다른 분들은 어떤 제목을 떠올렸는지 들어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가을, 글 쓰기 좋은 계절입니다. 김은경 작가의 강연을 듣고 나서 전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게 감각으로, 몸으로 와닿는 가을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을 쓰면 좋겠다고 말이에요. 남들은 쓸 수 없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나만의 문장인지 고민해본다면, 우리 모두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될 거예요.


  브런치와 패스트파이브, 그리고 북크루의 '일하면서 글쓰기'는 이 가을이 지나가도 계속됩니다. 우리에게 '일하면서 글쓰기'를 가르쳐줄 다음 작가는 손현 작가입니다. 물론 11월에도, 더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https://brunch.co.kr/@bookcrew/5

https://brunch.co.kr/@bookcrew/8

     

  10월의 마지막 밤, 31일 목요일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에서 또 노르스름하고 따뜻한 불을 켜놓고 손현 작가와 함께 북크루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거리가 어둑하고 글이 쓰고 싶어지는 시간, 저녁 7시 반에 또 만나요.     






김은경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 팁:

1. 구체적인 표현을 써라. ‘행복’보다는 ‘아이스크림’!

2. 나만의 이야기를 하자. 콘셉트가 확실한 나만의 글!

3. 제목 붙이는 타이밍을 신경 쓰자. 자칫 제목부터 먼저 붙였다가는 제목을 빠져나가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 고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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