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병 백과' 도밍
월간 적독가들 12월호 모임입니다.
2024년의 마지막 모임입니다. 2025년 새해도 새롭게 시작해보겠습니다.
12월의 책은 '기묘한 병 백과(도밍)'입니다.
독특한 형식의 책이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나 내용만큼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짧게 수록된 내용들 모두 조금씩 마음을 울리는 구석구석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추천 포인트>
* 작가가 일러스트레이트라서 그런지 그림이 내용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글을 보고 또 그림을 보면서 매칭해보고 그림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글과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책입니다.
<발제>
1. 이번 책은 발제랄 것이 딱히 없습니다. 이야기로 된 책이 아니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담긴 책입니다. 하여 각자 좋았던 파트를 선정하고 왜 좋았는지 이야기를 해봅시다.
발제문을 보고 어떤 내용이 떠올았나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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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늘의 마음은 어땠나요?”
사람과 부대끼고 사랑에 부러지며
오늘도 마음이 아픈 당신을 위한 신비롭고 기묘한 병 진단서
당신의 마음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 도밍의 첫 번째 일러스트 에세이!
어둡고 마이너한 감성을 ‘위로’라는 키워드로 승화시켜 그라폴리오 페이퍼북 챌린지 우승작으로 선정된 도밍 작가의 『기묘한 병 백과』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기묘한 병 백과』는 2014년 연재 당시부터 2만여 명의 팬들이 책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단 두 권의 핸드메이드만 제작되어 일러스트 페어나 액정 너머로만 가끔 볼 수 있는 신비한 작품이었다.
도밍은 이번 출간 프로젝트에서 그라폴리오 연재 작품들을 선별해 한 권으로 알차게 담고 리메이크와 리터칭을 통해 『기묘한 병 백과』를 더 기묘한 원숙함으로 재탄생시켰다.
오늘은 자유 발제입니다. 각자 좋았던 파트를 선정하고 그렇게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원지 : 이 책 전체를 보았을 때, 장면 장면 하나하나마다 조금씩 마음을 건드리는 말들이 있었던 듯하다. 내가 그때 느꼈던 게 이런 건가?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이런 건가? 그런 걸 그림과 같이 보게 되니 많이 공감도 되고 쓰인 듯하다.
우연하게도 책을 펴니 '소원을 비는 양초 병'이라는 파트가 나왔다. 이것부터 이야기 해보자.
원지 : 지금도 그냥 이렇게 폈는데 이 내용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우리가 모두 꿈도 가지고 소원 같은 것도 특히 뭐랄까...로또가 되게 해주세요(웃음) 같은 소원을 많이 빈다. 이게 감정이다 보니 말로 설명하기 엄청 어렵다는 걸 감안해주길 바란다. 어쨌든 그런 소원들이 어쩌면 나 자신이 이 양초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책에 쓰인 말처럼 '모두가 두려움에 각자의 소원을 거두려 애썼지만 어김없이 자신의 바람을 위한 양초가 되고 말았다'이런 것들이 내가 소원을 비는 것이 그 양초가 되고 있더는 느낌을 받았다.
비비드 : 저는 조금 다르게 느꼈던 것 같다. 이 마지막 구절에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간절한 마음을 위해 타올라야 했다.'하고 어떤 소원을 품었기 때문에 이렇게 끝난다. 소원이라는 건 결국 내가 뭔가를 얻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지 않느냐. 그래서 약간 욕심처럼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욕심 때문에 내가 점점 더 타오르고 그래서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그림도 내가 점점 녹아서 흘러내려가더니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소원을 위해 불을 붙였는데, 내가 사라지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주형 : 이야기가 되게 다양하게 읽혔지만 여기서 양초를 만들어 온 마을이고 마을에서 힘을 발휘한다고 선정해 왔다.
원지 : 광고도 하니고, 선전(웃음)
주형 : 마을에서 만든 거라면 특산물 같은 거라면 다른 마을로 팔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역병이 돌았고, 이 소원은 밖에서도 빌었을 테고 마을 안에서만 병이 도는 게 이상했다. 조금 상상을 보태자면 남의 소원 때문에 내가 양초가 되면 그건 좀 불합리하지 않나? 그런 상상을 했다. 그런데 바로 뒷장에서 초가 부작용은 미상이라고 쓰여있다. 사용자의 부작용인 건데 마을 사람의 역병이 마을 사람들이 자기들이 만들고 자급자족하듯이 자기들이 써서 특산품을 또 많이 써먹은 그런 이야기가 떠돈것처럼 전해지는 것 같아 재미있는 구조였다.
원지 : 아, 생각난 김에 하나가 더 있다. 뒤쪽에 '너무 가벼운 수소 풍선 증후군(154p)'이라는 내용에서 왜 수소라고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주형 : 터지면 폭발하니까.
원지 : 원래는 헬륨가스를 넣는데 작가가 여기가 수소를 넣었다고 수소풍선이라고 얘기를 한다. 나는 이 수소에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장 가벼운 물질이지만, 가장 불안한 물질 중이니까. 그런데 왜 수소를 넣었다는 말이 있는건 작가의 의도가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적과 의도가 궁금했다.
주형 : 아마도... 헬륨을 넣어 안정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증후군이니까. 너무너무 가볍고 나를 어디까지 떠올려 보낼 건지 그 얘기를 해야 하는데 헬륨은 안전해서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즐거움을 주는 느낌이다.
원지 : 처음에는 이거 작가님 실수하신 건가? 했는데, 바로 뒷부분에 분명히 쓰인 거 보면 확실히 헬륨가스를 넣는다는 걸 알고 계신데, 이 장면에 수소를 굳이 넣었다는 건 무슨 의도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 의도를 몰랐다.
주형 : 내용을 보면 옮겨 붙곤 한다고 한다. 수소는 옮겨 붙으면 불이 되니까? 그런 의미로 수소 풍선이지 않을까?
이따금 이렇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있던 책이었다.
주형 : 이 책 자체가 전반적으로 은유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의도까지는 생각하기 어려운 거 같다. 그런 의도를 알았으면, 우리가 수능 문제 출제자가 되었을 거다.
비비드 : 여기 186p의 '자꾸만 터지는 풍선'이라는 부분을 보면 여기서는 헬륨 풍선이라고 나온다. 그렇게 따진다면 수소 풍선에서 수소가 중점이 있다.
주형 : 수소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 같다. 그게 뭔지는 각자의 해석이 맡기는 거고, 은유로 표현되는데는 이유가 있을테니까.
원지 : 공감한다. 누구는 그냥 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테고, 나 같은 사람은 왜 수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주형 : 그게 또 재미, 즐거움이니까.
이야기는 186p의 '자꾸만 터지는 풍선'으로 이어졌다.
원지 : 나는 이 그림의 아이의 표정이 너무, 뭐릴가 해맑아서 슬픈 것 같다. 풍선이 자꾸만 터지는데 슬퍼하지 않는 게 구김살도 없어 보이고, 그게 너무 슬프다.
비비드 : 나는 해맑다는 느낌보다는 옆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원지 : 풍선을 관찰하고 있는데, 입술이 슬퍼하거나 그런 게 아니어서 생각이 그렇게 들었던 것 같다. 내용이 슬픈데 그림이 울고 있으면, 소위 신파극처럼 억지 자극해서 슬프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을 텐데, 그림은 웃고 있어서.
주형 : 아이는 풍선을 쥐고 있어 행복하니까.
원지 : 근데 풍선은 자꾸 터져서 터진 조각들이 막 이렇게 널려 있고 아이는 그냥 그거 들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해서 웃고 있는게 어쩐지 조금 더 안타깝다 그런 느낌이었다.
주형 : 맞다. 그러면 마음이 오히려 안 좋다.
비비드 : 보자마자 약간 아 예민한 사람이 생각났던 것 같다. 이 그림의 뾰족뾰족한 게, 이 사람들도 누군가와는 가까워지고 싶고 닿고 싶고 이런 욕망이 있을 텐데, 근데 닿으면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말아서. 또 글을 보면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돼 있다고 하니까 뭔가 타고나길 그렇게 태어난 사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원지 : 그 지체장애인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주형 : 자폐나. 자폐를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게 다 다르다고 하더라. 피부에 닿으면 그게 통각으로, 통증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원지 : 그러면 딱 떠오른 게 그런 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림의 본인은 행복한.
비비드 : 그런데 나는 이걸 슬프게 받아들인 것 같다. 어린아이 때부터 이렇게 태어났는데 커서 바뀌었다는 내용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뾰족뾰족한 이 아이로 갈거다. 어른인데도 여전히 아이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얘는 계속 왠지 이렇게 살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얘가 웃는데도 슬퍼 보였다.
원지 : 같은 걸 느낀 것 같다. 약간 해탈한 건가? 이런 상황에 웃고 있으니까.
비비드 : 풍선을 쥐고 싶은 마음 같기도 한다. 이 얼굴이. 마지막은 그래서 질문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풍선 가지면 안 된단 말인가." 이게.
주형 : 풍선을 계속 줄 수 있도록 만드는 거는 아이 밖의 보호자의 역할이 될 수도 있는건데, 결국 밖의 살람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비비드 : 사회분위기를 말하는 것일수도.
이런 식으로 은유와 감춰진 내용을 해석하는 게 묘미인 책이었다. 우리는 대체로 짧게 훑어보면서 이 내용은 이렇게 저 내용은 저랬고, 여기 쓰여진 감정들은 포장이 되어 있는데, 우리가 너무 잘아는 감정들이었다.
비비드 : 전체적으로 결국 내가 뭔가 놓지 못해서 내 안에 어떤 감정적인 문제가 생기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따. 예를 들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 내가 그림자 파도를 보고 있을 땐 걔가 나를 덮치는데 마지막엔 내가 등을 돌리니까 그냥 잠잠해지고, 그림자는 쏟아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것도 뭔가 그런 것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에는 그게 나에게 어떤 고통이 되고 굉장히 두려운 것이 되는데 내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없어지는 거다. 또 앞에 있는 내용인 '소중히 모아온 것들의 부패'를 보면 이 내용도 내가 모으고 끌어안고 자꾸 이걸 놓지 못했을때, 않았을 때 문제가 생기는건데도 말이다. 사실 놔버리면 괜찮아지는 문제가 아닌가. 아 챕터 전체가 내가 놓지 못한 것들로 인해서 인간은 좀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주형 : 결국 불안의 문제인 듯하다. 사실 이 파도에서 등 돌리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래서 나는 이 파도가 sns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비드 : 그런 시각도 있는 것 같다. sns를 보면 우리가 진짜 많이, 나만 뒤쳐진 것 같다는 그런 걸 많이 느끼니까.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생각도 든다. 책에는 어떤 마음에 대한 증상들만 다루기만 하지 해답이 있는 책는 아니다. 근데 이걸 읽고 나서 우리가 모여서 말을 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우리가 좀 더 이렇게 살면 좋겠다 하는 답을 스스로 말을 하면서 내릴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이 책이 완성되는 것 같다.
그림이 있어 한결 다채롭고 신선한 책이었던건 맞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우리는 시작했다.
비비드 : 초반에 이오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오는 듣는 사람이라고 서술이 되어 있는데, 이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나면 몇날 며칠을 밤새 앓기도 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타인의 마음을 듣는 게 그런 일이라면, 나는 누가 힘들 때 그만큼의 진심으로 들어줬을까? 그런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더라. 우리가 겉으로는 아 맞아, 힘들었겠다.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공감하는 '척' 하고, 나도 그래 하는데, 과연 내가 그 사람의 말을 그렇게나 진심으로 들어준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반성하게 됐다.
원지 : 근데 그게 또 쉽지는 않다.
주형 : 이게 타인의 마음을 듣고 매번 앓는다는 건 자기 자신에게 극도의 상처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까지 타인의 말을 듣지만 듣지 않는 게 사실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속된 말로 극F라도 항상 공감할 수는 없는거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어느 정도 감정이나 그런 부분을 스스로 좀 차단해야 한다.
원지 :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주형 : 모든 걸 투명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런데 이오는 그럴 수 있다는 건 자기 자신이 없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그건 그것대로 걱정스러운 이야기 같디고 하다.
비비드 :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들이 성인(聖人)인 것 같다. 일반적이지 않아서 이렇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 성인이 아닐까.
자자, 분위기를 전환하여.
원지 : 나는 눈물잉크 너무 갖고 싶다. 질 좋은 검은 눈물잉크(90p)
비비드 : 나는 이부분을 다르게 뭔가 마음이 아팠다. 여자가 자기의 어떤 슬픔과 고통으로 흘린 눈물을 흘려놓고 자기;가 아름다운 예술을 낳았다고 생각을 한다. 이 부분이 창작자 같기도 했다. 그래서 저 작품과 이야기들은 전부 다 내 눈물이 만들어 낸 거다. 이러면서 비로소 행복해했다. 나는 여러 작가들이 되게 많이 떠올랐다.
원지 : 그래서 갖고 싶다(웃음). 이 책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가볍지 않았다. 처음에는 글도 짧아서 애들이 봐도 좋을까? 했는데, 읽다 보니 애들은 좀 안 될 것 같다.
비비드 : 고등학생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원지 : 그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아름다운 변이' 내용을 보면 성형수술, 그런 욕망을 얘기 하는데, 성형수술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걸 반복하면서 나 자신을 잃어, 본래의 나를 완전히 잃는 그런 모습이 떠올랐다. 내
주형 : 성형 받고 나는 미디어나 그런 거에 자아를 잃어가는 사람들 이야기 같았다.
집단지성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등장했다.
원지 : 이거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신 분 계실까요? '파도가 치는 방의 병' 방이 병이 걸린 건데, 이게 외로워서 그런 걸까?
주형 : 아 이거 나도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
비비드 : 대부분 어렵고 이해가 잘 안 된다.
원지 :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깊은지 알 수는 없지만, 방은 오랫동안 늘 거기에 있었다.' 되게 외로운 것 같은데 갑자기. 이 소녀가 내 생각엔 죽은 거야. 죽어서 계속 탁탁 소리가 난다.
비비드 : 이 방은 굉장히 외로운 방이고, 그래서 소녀가 떠올랐다고 하고. 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이 떠오른 소녀의 의미는 뭐지 싶다. 그걸 모르겠더라. 근데 소녀는 이미 죽어 있고, 뭔가 떠올랐는데 이미 죽은 거다. 이게 너무....
원지 : 부딪치는 소리는 나고 이 방은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만 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비비드 : 이거 어렵더라. 다른 건 다 직관적인데 여기만 약간.
주형 : 원래 파도가 피면 파도 물살이 찰랑거리는 소리만 난다. 벽이 있더라도 그벽에 물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데 소녀의 머리가 있으면 소녀의 머리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그럼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느낌이 나니까 계속 존재를 확인하려고 계속 파도를 친 게 아닐까?
원지 : 그럼 이 방이 지금 병에 걸린 건데, 파도가 치는 이 방은 그럼 외로워서 이런 걸까?
주형 : 외로워서 그런 게 맞지 않을까?
비비드 : 어렴풋이 외로움에 관한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하게 그래서 죽은 소녀가 떠오르는 게 뭘까?
주형 : 소녀의 존재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아무것도 없어서 자신이 외롭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을 때는 몰랐는데, 없어서 몰랐을 때는 아예 상관없지만 무언가 생겨서 알게 됐을 때는 내가 외롭고, 그것을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 그래서 내가 외롭다고 계속 느낀 거 아닐까?
비비드 : 이야기를 듣고 나누다 보니 생각난 건데, 이 수면 위로 떠오른 소녀가 죽었다. 이 죽은 소녀는 자기가 외롭고 내가 고립됐고 내가 혼자구나라는 사실을 자각한 마음 아니었을까?
원지 : 그래서 어떤 숨소리도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없었던 건가 보다.
비비드 : 내 안에서 뭔가 이걸 해결을 하려고 하지만 혼자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은 혼자 해결할 수 없다. 그러니까 뭔가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도 소통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하지만 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냥 계속 그렇게 고립돼서 혼자 이렇게 내가 외롭고 내가 이렇게 힘든 걸 자각은 했는데 뭔가 해결은 되지 않은 그런 것 같기도 한다.
이게 정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끼리 토론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만족했다.
원지 : 이 '미모사의 티타임'이 조금 괴기하고 무섭지 않았냐? '미모사의 숲'부터 '미모사의 티타임'까지. 미모사의 숲에서 소녀가 죽었다. 모든 감각이 닫혔다고 하는 건 내 느낌엔 죽은 느낌이었다. 공포가 발버둥치려고 하자 미모사들이 어린아이를 진정시키듯 귓가에 차분히 속삭였다 하면서, 이내 모든 감각이 닫혔다고 나온 뒤 이 모든 미모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었다. 죽으면서 이 미모사가 한 몸이 되면서 이렇게 됐는데 미모사들이 계속 티타임으로 가지는게 나는 이게 되게 기괴하고 무서운 느낌이었다.
주형 : 기괴하다는 건 이해했는데 나는 죽었다고 생각을 안 했다. 이 미모사는 이 소녀를 지키기 위해 생겨났고 티타임 자체도 이 친구만을 위한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 소녀가 공포에 질렸던 거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고, 미지에서 오는 공포였던 것 같다. 근데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원지 : 나는 미모사를 공포로 생각한 건 아니고. 소녀가 욕조 안에 들어 있는데, 미모사들이 와서 내가 지켜줄게 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다. 그런데 공포에 질려서 발버둥치려고 했고, 미모사들이 차분하게 속삭이면서 우리도 다 알아 괜찮아 한 뒤 이 모든 미모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었다라는 게 이 소녀도 죽어서 또다른 미모사가 된 거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 모든 미모사들디 이 소녀랑 똑같은 사람들이었던 거다. 우리도 다 알아 했던 게 나도 너랑 똑같은 인간이었어, 근데 지금 미모사 됐어. 근데 뒤에는 미모사들이 계속 자기네들끼리 티타임을 가지는 게.
주형 : 누구를 위한 걸까요?
결국 자신들을 위한 티타임이었을 것이다.
원지 : 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 데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수록된 내용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 한쪽짜리 동화처럼 해서 수록이 되어 있으면 조금 더 감정이입이라고 해야 할까? 생각을 더 해볼 수 있는 여지가 될것 같았는데, 딱 그것에 대한 내용들만 써놓은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으면....
비비드 : 여백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원지 :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어서 음, 맞아, 그런거 같아 다음. 이런 식으로 읽었던 것 같다. 이해도 하고 공감도 하지만 깊이까지는 못 했던것 같다.
비비드 : 생각할 넓이를 넓혀준 대신에 깊지 않았던 느낌이다.
주형 : 정말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깊게 생각하기 힘든... 그나마 '소중히 모아온 것들의 부패' 같은 경우는 배경이 현대니까. 우리가 좀 이입해서 상상할 수 있는데, '원망스러운 유전' 같은 경우는 어디서부터 상상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원지 : 우리 학교 다닐 때 그런 얘기 많이 하지 않나? 내개 똑똑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혹은 내가 좀더 키가 컸으면, 내가 조금 더 예뻤으면.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면,
주형 : 그런데 나는 이 마지막 문장이 어려웠다. '의도한 적도 없는데 마치 모든 게 네 탓이라는 듯 불쑥 찾아온 운명이 이끼처럼 그의 살갗을 덮어갔다.' 이 문장이 무엇을 생각하고 적은 건지 궁금했다. 조금 더 백스토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일러스트랑 연결해도 이건 상상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원지 : 위에는 내 탓이라는 듯 나오고.
주형 : 왜 네 탓이라는 듯이 왜 나오지?
원지 : 자 집단지성 파트2로 들어갑시다. 내가 원한 것도 아닌데 내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여기서 '내'는 나야.
주형 : 그 다음에 의도한 적도 없는데 마치 모든 게 네 탓이라는, '네'에서 너무 애인 거 같지 않나?
원지 : 근데 또 모든 게 네 탓이라는 건 부모 얘기하는 것 같고.
비비드 : 그러면 부모 입장이었다면 내 탓이라고 해야 하는데 네 탓이라고 하니까. 이 아이가 뭔가 이렇게 돼버렸고 손 쓸 도리가 없는데 물어보니 상대가 나에게 그냥 넌 내 아이로 태어났으니까 넌 내 유전자를 받고 태어났으니까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이게 이 애가 듣기에는 니 탓이야 뭐 그런 거 아닐까? 니가 그렇게 타고 난거야. 이 말이 얘가 듣기에는 그래서 그게 내 잘못이야? 나 때문이야? 액간 이렇게 뭔가 탓을 하는 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원지 : 근데 갑자기 문득 생각한 건데, 이 늙은 부모가 숲이 된 거지 않냐. 이 애의 운명은 부모를 따라 숲이 되야 하는 운명이다. 근데 내 생각인데, 일본만 봐도 가업을 잇고 그런 걸 다 세습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가업을 이어야 하는 게 많지 않나? 그걸 이 애에게 대입하면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너는 가업을 이어야 해.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있지만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넌 숲이 돼야 해. 그런
비비드 : 그게 맞는 거 같다.
원지 : 운명이라는 말이 너무 어려워서 근데 그냥 너도 나처럼 숲이 되는 운명이야라고 했으면, 이 애 입장에서는 나는 이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내가 그렇게 해야 하나? 끼워맞추면 이렇게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주형 : 그게 너의 주어진 숙명이니까. 그런 게 너의 삶이니까. 그게 네 탓이니까. 라고 할 수 있겠다.
원지 : 이렇게 해석하면 유전하고 조금 먼 느낌은 있지만, 주어진 환경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거 같다.
주형 : 그렇지만 납득은 했다.
비비드 : 여기서 나는 이 파트를 읽고 나니까 이 책이 내가 왜 나쁘지는 않았는데, 엄청 좋지 않았는지가 더 확실해진 것 같다. 우리가 이런 거에 대해서 한창 생각하는 나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 그걸로 힘들어하는 나이가 있고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걸 어떻게 좀 더 다스려야 하는지 사실은 내가 생각한 난 이러이런 것 때문에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 그 마음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결국은 내 의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아는 나이이다. 근데 어릴 때는 그걸 모른다. 조금 더 내가 어릴 때 읽었으면 이 책이 훨씬 좋게 다가왔을 것 같은데, 지금 내가 읽기에는 조금 얄팍하다는 느낌도 있다.
주형 : 보니까 작가가 어릴 때 그리고 썻다고 한다.
비비드 : 아, 그럼 이해 된다(웃음)
원지 : 작가의 나이일 때 나는 뭘 했지? 아~ 술을 퍼마시고 있었겠구나. 싶다.
역시 매번 새롭고 독특한 시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원지 : 실제로 별은 둥글고 암석이나 기체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별은 반짝반짝 빛나서 별을 이렇게 별모양으로 표시하니까. 우리가 되고자 하는 별은 이렇게 뾰족한 별인데 실제로는 둥그런. 실체가 없다.
비비드 : 약간 슬프다. 어렸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게 있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그렇지 않다.
주형 : 근데 와중에 왜 별은 항상 동그란 모양인데 우리는 별을 그릴 때 뾰족뾰족하게 할까 항상 궁금했다. 뒤에 보니 납득할만한 답이 있다. 빛의 파장 때문에 뾰족뾰족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빛의 파장이 퍼져버리니까 우리가 뾰족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원지 : 여기 쓰여 있는 것처럼 우린 별을 그 자체로 좋아한 게 아니라 그 파장만을 사랑했다는 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그 별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고, 무슨 물질로 되어 있고 그런 관심이 하나도 없고, 그 별이 얼마나 반짝거리느냐만 중요해, 얼마나 크고 예쁘고 반짝이는냐, 그것만 좋아한다. 그래서 허무한 존재인 거 같다. 존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 같다. 별이라는 게 그래서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별은 그 별이 아니니까.
비비드 : 이 책이 전반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안타깝고 저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인물들이 많았다. 그런데 유일하게 자기 자신으로 그냥 살기로 한 선택한 이야기가 하나 나온다.
원지 : 116p보면 '더 이상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말아야겠다.' 조금 안타깝긴 한데.
비비드 : 나는 그 부분 때문에 이렇게 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주형 : 나도 사랑받기 위해 계속 노력하다가, 계속 하다가 하다가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느낌이다.
비비드 : 나는 그걸 긍정적으로 본 것 같다. 상처를 받고, 받고, 받고, 받고 끝까지 받고 나서야 이 마음을 먹은 거니까. 이 전까지는 사랑받기 위한 노력이 약간 인정 욕구처럼 보였던 것 같다. 사람들에 대한 그걸 내가 뭔가 아주 주도적으로 내려놓은 건 아니고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상태에서 내려놓은 거긴 하지만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이 있으니까. 여기서부턴 자기 진짜 인생이 있으니까 나중에 잘 살겠구나 얘가. 생각했다.
원지 : 이러면 자존감도 있다. 이 괴물은 자존감이 있는 괴물이다.
주형 : 사실 노력하지 말아야겠다고 하는 시점에서 이미 자존감이 남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나는 나니까 가능한 거기 때문에.
비비드 : 나는 '숲에 부는 바람의 유래' 이것도 슬펐다. 나무가 자기도 같이 다른 사람들과 숲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알고 보니 자기 혼자 소외돼 있던 거다. 그러니까 마지막에 조용히 태풍을 준비한다. 여기서 우리 사회가 소외된 사람들이 뭔가 좀 폭력적이 되는 그런 게 떠올랐던 것 같다.
원지 : 나는 지금 다시 보니 되게 희망적인 느낌이다. 처음에는 되게 외로웠고, 이 나무는 어쨌든 바람이 되었고, 나를 소외시키고 나를 왕따시킨 이 사회와 이 나무들, 바람을 못 들은 체 했던 숲을 휘돌아 더 큰 산에 닿을 태풍. 더 멀리가는 느낌이다. 한편으로 조금 안타까운 건 바람은 사라지니까.
비비드 : 그렇게 보면 희망적이긴 하다. 그럼 여기서 더 큰 산은 뭘까?
원지 : 더 큰 산이라는 건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느낌 아닐까?
비비드 :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희망적이 된 것 같다.
이렇게 짧은 내용들의 감정과 글들의 연속이라 우리 나름의 해석과 정답을 찾아가는 즐거움 있었다.
책이란 참으로 재미있는 존재이다.
아, 내 맘대로 마음에 드는 구절을 뽑아 본다.
눈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고 해서 슬픔이 아닐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