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작가(창비)
제목 : 대온실 수리 보고서
작가 : 김금희
출판사 : 창비
무형, 유형의 형체를 복원한다는 일
최근에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실화(대온실 수리)를 바탕으로 쓰인 허구의 소설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고, 읽다 보니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나 검색도 해보게 되더라고요.
이야기의 배경은 우리나라 창경궁에 있는 ‘대온실’입니다.
소설은 그 공간의 보수 공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안에 주인공 ‘강영두’의 과거가 병렬적으로 섞여 있습니다. 대온실을 바라보는 영두의 복잡하고 미묘한 시선이 초반 흥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대체 어떤 과거와 기억이 있는 건지.
수리를 동해 보강되어가는 대온실처럼, 기억은 시간과 공간으로 완성하는 하나의 건축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영두는 강화도 출신입니다. 어린 시절 잠시 창경궁 옆 동네에서 하숙을 했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곳을 떠났지만, 어른이 되어 대온실 수리를 맡으며 다시 그곳으로 돌아옵니다.
창경궁 대온실 앞에 선 그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하나씩 기억을 되짚어갑니다.
대온실의 보수공사와 영두의 기억 복원이 닮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영두는 복원을 기록하는 담당입니다. 영두가 복원하는 건 대온실과 하숙집 할머니의 과거이죠.
과거에 있었던 일을 사료를 보며 복원해가듯, 영두도 자신의 기억을 들춰보고 꺼내어 살피고 다시 꿰맞춥니다.
역사적·문화적 보수공사를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영두의 과거 회상이 꼭 그런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소설의 감정선도 좋았습니다.
“이모는 하루 마감하면서 가끔 이렇게 기도해, 오늘 다행히 아무도 안 죽였습니다.”
“그럼 하느님이 칭찬하셔?”
“침묵하시지, 기도는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하는 거니까.”
요즘은 자극적인 사건이나 사이다 전개가 넘쳐나는 시대인데, 이 작품 속 영두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도 결이 비슷한 인물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영두가 겪은 과거에서 저도 같은 입장과 의견을 냈을 거 같아서 많이 마음이 갔습니다.
사는 건 꼭 차 다니는 도로 같은 거라서 언젠가는 유턴이 나오게 된다. 돌아올 곳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고 있으면 걱정이 없다.
크게 소리 내지 않아도 묵직하게 다가오는 감정들이 있었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창경궁의 대온실은 말끔하게 수리되었고, 영두의 과거와 낙원하숙 할머니의 기록도 마치 함께 복원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조용한 복원의 끝자락에서, 나 역시 내 안의 어떤 기억을 꺼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작가님은 소설에서 과거를 바라본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과거를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그 과거에는 좋은 과거만 있는 게 아니라 흑역사도 포함되어 있으니끼요.
과거를 끄집어 낸다는 거 되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흑역사를 포함하여 자기의 과거를 마주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 과거를 통해 현재의 내가 있는 건데, 그 과거를 돌아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