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21세기북스)
제목 : 유언 노트
작가 : 유성호
출판사 : 21세기북스
삶의 가치는 삶을 사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유성호 교수님의 책 『유언 노트』를 읽었습니다.
법의학자이자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익숙한 얼굴이기도 한 유성호 교수님.
그분이 직접 들려주는 ‘죽음’과 ‘삶’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은 다른 인문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적힌 책은 아닙니다.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우리가 이미 여러 책에서, 또 여러 사람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분석해온 법의학자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죽은 사람 그 자체보다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애도와 배려,
그리고 그들이 감당해야 할 슬픔과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곧 남겨진 사람을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오늘을 잘 산다는 건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다."
이 말은 책장을 덮고도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죽음은 언제나 삶의 곁에 있고,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
그 사실을 부정하기보다, 조금 더 담담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
연명치료에 대한 생각, 유언의 형식, 마지막 인사에 대한 고민까지도요.
한때 저 역시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엔 책 속 이야기들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나아졌고, 하루하루를 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지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벅찰 때면, 다시금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들곤 합니다.
요즘엔 ‘가상 장례식 체험’이나 ‘유언 쓰기’가 일종의 체험 프로그램처럼 유행하기도 했죠.
그런 걸 떠올리며, 본격적인 유언이 아니더라도
내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이들에게 한 편의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관계의 마지막 인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더 조심스럽고, 더 진심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 한 줄을 적기 위해 오늘 하루를 더 성실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에 어울리는 '에필로그'를 상상해보라.
우리는 죽음을 상상할 수 있기에,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