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유시민)
지난 6월 14일 토요일,
'청춘의 독서'의 저자 유시민 작가님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기억하기로는 이 강연은 4월부터 예매가 시작됐고, 저 역시 판매 마감이 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알림을 설정해 두고 간신히 티켓을 구할 수 있었죠. 예매에 성공했을 때의 그 짜릿함, 아직도 생생합니다.
강연이 열린 날, 앞자리에 앉고 싶어 아침 9시쯤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길게 줄을 서 계셨습니다. 유시민 작가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주변에서도 유시민 작가님 강연 참석한다니 모두들 부러워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고, 그럴 때마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더라고요.
다행히도 꽤 앞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강연이 시작되길 기다렸습니다. 강연장에서는 마치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흘러나오는 음악처럼, '청춘의 독서' 속 글귀가 낭독되었고, 모두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드디어 작가님 등장!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뵙던 익숙한 모습 그대로, 수수한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셨습니다.
진짜 유명인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마음속으로 "우와!"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어요.
무대 위에는 의자 하나와 마이크, 그리고 손글씨로 정리한 메모지 한 장뿐이었지만, 작가님의 강연은 전혀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갔습니다. 철학과 역사, 독서와 청춘에 대한 생각이 유려하게 연결되며, 마치 알쓸신잡을 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날의 여운은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작가님의 강연을 대략 간략하게 옮겨보았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나에게 무엇인가 또는 좀 일반화해서 이야기를 하면 우리들 각자에게 무엇이 될 수 있는가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이런 것들 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모두가 흘러가거든요. 그러니까 시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시간이 흐른다고 우리가보통 생각하고 이야기하죠.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고요. 우리는 이제 나이 먹어가고요.
세상은 변화해 가고 그 흐름 안에서 많은 것들이 잊혀지고 없어지고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또 일정한 시간 시간이 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한 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일정한 시간 이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거의 모든것이 다 달라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흘러가고 우리 자신도 그 흐름 같이 흘러가고 그렇게 흘러가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니까 우리생각도 늘 똑같이 유지할 수가 없죠.
우리의 생각도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한 거예요.
여러분들 아직 젊은 분들도 있으시고 조금 연식이 되신 분들도 보이시고 하는데 10년 전 20년 전에 읽었던 책이에요.
그걸 다시 읽어보시라니까요. 오만과 편견 이런 제 이런 소설들 어렸을 때 읽은 거 이런 거를 지금 다시 가끔씩 심심하면 읽어봐요.
근데 어릴 때 막 눈물 뚝뚝 흘리면서 읽었는데 이 감동적인 책이 왜 이렇게 유치하지? 그런 거 있거든요.
그러니까 읽어보면 어떤 것은 그때 느끼지 못했던 어떤 어떤 좋은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요.
어떨 때는 이 소설을 보면서 막 눈물을 흘렸던 60년 50년 전의 나의 그 귀여운 모습을 만나기도 하고요.
되게 즐거운 일입니다. 책은 특히 좋은 책은 자기 마음에 남은 책은 한 번만 읽으면 손해다.
긴 세월을 건너서 그 책을 다시 읽어보면 그 책이 내 기억 속에 있는 책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요.
그다음에 그 책을 처음 읽었던 그 옛날에 내가 느꼈던 감정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고요.
그리고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책을 읽고 있던 꼬맹이를 만날 수 있어요.
되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한테는 이 책을 쓰면서 예컨대 이제 푸시킨의 대위의 딸이라는 분은 제가 워낙 감정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주인공이 처음에 부임해서 가서 사령관 부부의 한심한 행태를 보면서 그 집에 초대 와서밥 먹을 때 그 엄마가 우리 집 가난해갖고 우리 딸 큰일이라고 같이 잔금 줘서 보낼 것도 없고 이러면서 막 그런 말을 할 때 이렇게 얼굴이 빨개지면서 각동 같은 눈물을 접시 위에 똑똑 떨고 있다 그렇게 돼 있었어요.
처음에 읽었던 번역서에는 그 표현이 너무 웃겨가지고 눈앞에 이렇게 그려지더라고요.
근데 세월이 지나서 다시 봤더니 이제 판본이 바뀌어가지고 번역이 살짝 다르게 돼 있는데 그것도 좋은 거예요.
유시민 작가님의 책 고르는 법
그게 책은 어떤 책이 좋은 책이다 아니다라고 구분하기가 되게 어려운데 나한테 맞는 책과 안 맞는 책은 확실히있어요.
그래서 아무 쪽이나 딱 펴보고 한 두 쪽 정도로 펴진 쪽을 읽어보는데 그냥 자리를 비키고 이게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그런 책을 저는 읽습니다.
유시민 작가님의 메모법
인용을 해야 될 필요성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이제 그럴 때 빨리 찾기 위해 붙이는 게 첫 번째 목적이고 두 번째는 그전에 읽었던 책도 있고 아닌 책도 있지만 읽어 나가면서 이거 좋은 내용인데라고 하는 걸 붙이고가는 거야.
이쪽 붙이고 나서 쭉 다 읽고 나서 그다음에 이렇게 붙인 부분만 봐요.
그러니까 이제 그게 붙어 있지 않은 거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거든가 널리 알려진 거든가 아니면 뭐 좋은 내용이긴 한데 내가 특별히 남들한테 내 마음에 새길 것까지는 없는 내용이야 이런 거고 그 붙여놓은 애들은 어떤 식으로든 뭐가 뭐가 들어온 내용이에요. 이걸 이렇게 표현하다니!
메모할 때도 있고 이제 일단 붙여요. 일단 붙이고 그다음에 쭉 다시 붙여놓은 부분만 보면서 그 키워드를 적죠.
거기다가 그거 붙여놓은 곳에 키워드를 그래서 나중에 얘기를 하다가 그게 어디 있습니다 해서 쭉 보면 이제 키워드가 딱 적혀 있으니까 거기를 펴서 이제 녹화할 때 쉽게 쉽게 찾는 그런 그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책을 한 권다 읽고 나서 빠른 속도로 이 책의 내용을 한번 압축해 보는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붙여놓은 부분만 넘겨가면서 그러면 되게 한 20~30분 하면 책 한 권을 다 다시 리뷰할 수 있어요.
유시민 작가님의 독서법
예컨대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코스모스 같은 책이 있는데 처음에 읽으면 앞에 어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전례 구전 되는 그런 시 그런 게 쭉 나와요.
재미 없어요. 이런 게 있구나 하고 걷는 대요. 그런 거 건너뜁니다.
건너뛰고 이렇게 건너뛰고 나중에 다시 읽을 때 보니까 좋더라고요.
지난번에 왜 이렇게 건너뛰었지 이것도 재밌는데 왜냐하면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책에 대해서 저자는 사실이 책을 쓸 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 가는 게 아니라 전체를 설계를 하고 그다음에 자료를 찾고 내용을 만든 다음에 재배치를 하고 쓰고 또 다시 조정하고 이 과정을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허투루뭐가 들어가 있는 게 아니에요.
다 그게 거기 있어야 될 이유가 있어요.
근데 독자 입장에서 보면 독자는 그냥 순서대로 읽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자하고 독자는 별개의 존재고 독립한 존재이기 때문에 꼭 저자한테 끌려다녀야 될 이유는 없어요.
저자가 어떤 이유 때문에 글쓰기가 이걸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이거 별로 관심이 없어 그러고 필요한 것 같지가않아 재미없어 이해도 잘 안 돼 이러면 건너뛰는 거예요.
그래 건너뛰고 그다음 대목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그럼 집중해서 읽어요. 이따가 이거는 중요한 내용 같은데 도저히 이해가 안 돼.
갑자기 막 원소 주기율표가 나오고 양자 역학 나오고 또 건너뛰어도 돼요.
그렇게 해서 책을 건너뛰면서 읽는 거는 저는 되게 불가피한 독서 방법이라고 봐요.
그러고 나서 한 번만 더 그렇게 읽고 나면 왠지 돈 주고 책을 사가지고 손해잖아요.
좀 있다가 다시 읽어봐요. 그러면 이렇게 건너뛰는 게 줄어요.
진짜 내가 꼭 읽고 싶은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읽으려고 그러면 힘들어 내가 모르는 내용이 많은 책일수록그럴 때 건너뛰면서 읽는 이거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저도 애용하는 방법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만 읽는 편협한 독서가 나쁜걸까? 같은 고민을 저도 좀 했는데, 작가님의 답변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이렇게 그런 고정관념이요. 그러니까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균형을 취해야 된다. 그런 거는 꼭 해야 되는 것만 되고요.
우리들은 그냥 각자는 내가 좋은 책 읽고 싶어 내가 읽고 싶은 책,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으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너무 짧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