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키 도모코 (혜화1117)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는 단연 이중섭의 소 그림이다.
힘찬 붓질로 그려진 그 소는 한국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고,
특히 고(故) 이건희 회장이 소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화제가 되었다.
나는 오래전 제주도 여행 중 이중섭 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가 가난하게 살다 어린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화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그의 러브스토리를 처음 접하고, 마음이 깊이 흔들렸다.
그 뒤로, 『이중섭, 그 사람』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이중섭이라는 인물을 조금 더 인간적으로,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의 일본인 아내, 이남덕(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의 인터뷰와 편지, 기억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이중섭은 가족과의 생이별 속에서 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건,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 역시 전쟁과 이별, 그늘진 시대의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이중섭의 삶은 말 그대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껴안은 인생이었다.
일제강점기, 해방, 전쟁, 그리고 실향민으로서의 삶.
그 아픔의 끝은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의 단절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두 아들과 일본인 아내, 마사코 여사.
그들은 그의 붓을, 그의 삶을, 그의 사랑을 지탱해 준 마지막 존재였다.
하지만 말년의 이중섭은 결국 그 희망마저 잃어버린 듯했다.
마사코 여사는 이렇게 적었다.
“7년의 결혼생활, 80년의 사랑이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짧지만 깊었던 사랑, 시대가 앗아간 가족,
그리고 그림으로 남겨진 슬픔.
이중섭이라는 이름 속에는,
한 화가의 재능과 고통, 사랑과 그리움이
모두 함께 숨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