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되면 나의 세상이 변할 줄 알았다. 술을 마시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껴본다거나 연애를 하며 사랑 가득 담긴 따뜻한 키스를 해보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어른이란 속박에서 벗어나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사는 줄 알았다. 제야의 종이 울리고 2012년 나의 20살을 맞았을 땐, 신데렐라가 마법에 걸리는 것처럼 화려해지지 않았고, 미녀와 야수의 야수가 마법이 풀리듯 나의 온전한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취업을 하면 세상이 변할 것 같았다. 내가 돈을 벌고 사고싶은 걸 사면서 행복을 느끼고, 집도 사서 나만의 공간을 마련해 아늑한 삶을 살아낼 줄 알았다. 하지만 첫 발령지는 집에서 버스 타고 기차 타서 편도 5시간이 걸리는 경남 김해시였고, 첫 월급인 137만원, 그리고 수습이 끝난 후 178만원이라는 돈은 통장을 스쳐지나갔다. 월세를 내고 삼시세끼를 해결하면서 왕복 10만원에 가까운 교통비를 내고 나면 끝이었다. 현상유지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결혼은? 보수적인 집의 딸로서 나의 꽉 막힌 30년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식을 하면 결혼준비했던 돈은 다 수거될 거라던 말이 무색하게 천정부지로 높아진 뷔페값을 제하고 나니 마이너스였다. 그냥 나 결혼한다고 자랑하느라 돈 쓴 격이었다. 뼈 빠지게 번 돈을 완전히 탕진하고 다시 바닥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겨우 31년 살았지만, 나에게 큰 심경의 변화가 있을 줄 알았던 인생의 큰 이벤트들은 살결의 느낌조차 못 느낄정도로 그저 지나가버렸다. 오늘 잠들어 내일 눈을 뜨고, 아무 일도 없이 그저 흘러만가는 그런 하루. 똑같았다. 나는 여전히 아이이고 부족하고 세상물정 모른다.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